전작에 대한 예우가 없다…‘독전2’에 쏟아지는 혹평의 배경[SS무비]

함상범 2023. 11. 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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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2’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지난 2018년 개봉해 52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독전’의 엔딩은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었다.

노르웨이 오두막에 있는 서영락(류준열 분)과 조원호(조진웅 분)가 대치한 뒤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영화는 끝났다. 누가 누구에게 쐈는지, 누가 죽었는지, 혹은 아무도 죽지 않았는지, 어느 것도 나오지 않았다.

너무 여백이 넓은 엔딩을 불편해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았던 반면, 그 여백을 자신의 상상으로 그려나간 마니아층도 두껍게 존재했다. N차 관람을 하면서 영화 속에 담긴 비밀을 풀려 했던 관객이 많았다. 웰메이드로 만들어진 ‘독전’은 5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된다.

그런 가운데 지난17일 넷플릭스 ‘독전2’가 미드퀄 형태로 나왔다. 미드퀄은 전작의 시간대 안에 사건을 채우는 형태다. 용산역에서 브라이언(차승원 분) 일당이 처치당한 뒤 원호가 노르웨이 오두막에서 영락을 만나는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담는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됐다.

조진웅, 차승원, 이주영, 김동영, 강승현 등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가 다수 출연하는 가운데 서영락 역은 류준열에서 신예 오승훈으로 교체됐다.

‘독전2’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미드퀄 방식이라 내세웠지만, 사실상 엔딩을 새로 쓴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전작이 가진 미덕마저 퇴색시켰다. 수많은 팬에게 사랑받은 영화의 엔딩을 마음껏 고쳐 쓴 ‘독전2’ 기획이 어떻게 시작됐고, 진행됐는지가 더 궁금하다.

영화 ‘독전’에서는 서영락이 마약 밀매 조직의 수장인 이 선생과 동일 인물인 것처럼 묘하게 그렸었다. 조직의 수장이 교만한 2인자들을 직접 처치해가듯이 암시했다. 일반적인 마약 밀매 이야기와는 다른 포인트였다. 따라서 “서영락이 이 선생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아직도 이어진다.

‘독전2’에서는 이 선생을 새롭게 만들었고, 서영락에게 복수라는 서사를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흔하고 뻔한 복수극으로 전락했다. 그러면서 ‘독전2’는 서영락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서 1인자를 꿈꾸는 브라이언의 서사로 바뀌었다.

얼굴도 성격도 하나도 알지 못하는 마약범을 검거하기 위해 수년간 온 인생을 바친 경찰 원호는 관찰자에 머물게 됐고, ‘독전’을 이끈 원호의 강인한 투지와 신념이 단숨에 흩어졌다.

‘독전’을 오랫동안 좋아했던 팬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펼쳐놓은 영화 ‘독전’과 반대로 ‘독전2’는 답을 딱딱 그어놓았다. 아쉽게도 전작과 잘 연결되지도 않는다. 따져보면 아귀가 안 맞는 대목이 너무 많다. “전작에 대한 예우가 없다”는 혹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독전2’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엔딩이다. 전작에서 원호는 영락에게 “너는 행복한 적 있냐?”라는 묘한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총성이 울려 퍼졌다. 서영락을 이 선생으로 확신하는 원호가 왜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범죄자로 살아가는지를 빙빙 돌려 물은 셈이다. 누군가의 깊은 신념에 대해 되돌아볼만한 메시지가 담긴 대사다.

하지만 ‘독전2’에서는 해당 장면을 쏙 뺐다. 그리고 채 원호가 영락에게 “왜 이 선생을 죽였냐”고 캐묻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곧 허무하게 상황이 종결된다. 무엇을 위해 새로운 엔딩을 썼는지 의도가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어딘가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은 든다. 특히 오승훈은 류준열의 그것을 다 담아내진 못한다. 뒤에 다른 수가 있을 것 같은 아우라를 품고 있었던 류준열과 달리 감정을 표출하는 오승훈의 서영락은 다소 1차원적이다. 오승훈이 등장할 때마다 몰입이 깨진다. 연기의 문제가 아닌 캐스팅과 캐릭터의 문제로 여겨진다.

진하림(故 김주혁 분)과 보령(진서연 분) 대신 빌런으로 나온 큰칼 역의 한효주는 오히려 오연옥(김성령 분)의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등장부터 무거운 분위기를 몰고 오고, 서사를 깊게 부여한 것에 비해 쉽게 퇴장한다. 지나치게 장치적으로 활용된 것 아닌가 싶다.

‘독전2’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독전2’은 넷플릭스 글로벌 탑3에 오르는 등 해외 반응이 뜨겁다. 영화 ‘독전’을 모르는 관객에겐 흥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자체만으로 보면 크게 문제가 없다는 뜻일 수 있다. 다만 ‘독전’을 사랑한 팬이라면, ‘독전2’의 과감한 칼질을 달게 받을 수 없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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