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디의 피자가게-‘갑툭튀’ 못 살려 아쉬운 공포영화[시네프리뷰]

2023. 11. 2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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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공포게임이 특히 청소년층에게 컬트적 인기를 끈 비결은 다섯 밤을 버텨야 하는 야간경비원 앞에 애니매트로닉스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점프 스케어, 요즘 말로 ‘갑툭튀’이었다. 영화는 그 지점을 정확히 포착했을까.


사진제공/유니버셜 픽처스


제목: 프레디의 피자가게(Five Nights at Freddy’s)

제작연도: 2023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9분

장르: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엠마 타미

출연: 조쉬 허처슨, 엘리자베스 라일, 파이퍼 루비오, 매튜 릴라드 외

개봉: 2023년 11월 15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홍보사로부터 3통의 전화를 받았다. 시사회 신청해줘서 감사하다, 시사회 당일 아침에는 오늘 참석 가능하냐, 그리고 영화를 본 뒤에는 어떻게 봤냐는. 삐딱한 생각일지 몰라도, 보통 저런 전화를 받는 경우 영화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세 번째 전화를 받았을 때 물었다.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가 뭐냐고. 북미 흥행에서부터 두터운 팬층의 기대, 뭐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화 개봉 한 달 전쯤, 이제 갓 청소년이 된 딸로부터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꼭 보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한국에서 시사회를 하면 보고 와서 알려줄게, 라고 답했다(생각해보니 리뷰를 쓰는 지금까지 영화 내용에 대해 딸과 이야기를 나눠보진 못했다).

야간경비원으로 5일 버티기

새벽 6시. 알람이 울리고 주인공 마이크가 눈을 뜬다. 마이크는 항상 같은 꿈을 꾼다. 캠핑하는 마이크네 가족. 콜라병이 쓰러지고, 동생 개럿은 비행기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아이가 매연을 내뿜는 왜건차 뒷좌석에 실려 어디론가 떠난다. 쫓아가 보지만 헛수고다. 마이크의 침대 위 천장에는 ‘네브래스카 초원’ 포스터가 붙어 있다. 잠이 들기 전, 마이크는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고 카세트테이프 리코더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그리고 또 꾸는 똑같은 꿈.

마이크는 십수 년 된 아픈 기억이 있다. 남동생이 납치돼 실종된 것. 누가 납치했는지 모른다. 범인도 아직 잡히지 않았다. 마이크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아픈 사연이었으리라. 마이크는 나이 차가 꽤 나는 여동생과 살고 있다. 여동생은 자기 방에 인디언 텐트를 치고 잔다. ‘사건’ 뒤 마이크네 가족이 더 이상 캠프를 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트라우마’를 안고 있어서인지 임시직을 전전하는 마이크는 오래도록 일자리를 갖지 못한다. 어느 날 찾아간 직업상담소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한 피자가게의 야간경비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는다. 동생을 두고 밤에 혼자 일을 나갈 수 없어 거절하지만, 동생 양육권 문제로 다투던 이모에게 동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결국 받아들인다. 그리고 첫날. 그는 폐쇄된 피자가게에서 ‘그들’과 조우한다. 그들? 애니매트로닉스다. 흔히 자동기계 인형이라고 번역되는 ‘오토마타’의 정교한 전동 버전이다. 프레디(곰), 보니(토끼), 치카(닭), 폭시(여우) 등이다. 근무 첫날, 순찰하다가 가게를 방문한 여성 경찰 바네사가 전원 스위치를 넣자 이들은 1980년대 팝그룹 로맨틱스의 대표곡 ‘톡킹 인 유어 슬립’을 연주하다 그만 고장이 나버린다(저 노래를 1983년쯤에 처음 들었던 거로 기억한다). 인트로 장면의 8비트 컴퓨터게임 장면도 그렇고, mp3도 아닌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하는 장면도 그렇고 해서 영화의 배경이 1980년대쯤 되는가 싶었는데, 중간에 스마트폰은 아니고 피처폰으로 통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니까 그 공간, ‘프레디의 피자가게’-정식이름은 프레디 파즈베어의 피자(Freddy Fazbear’s Pizza)다-만 어떤 연유로 19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셈이다.

근무 첫날, 눈을 붙인 마이크는 집에서와 같이 동생이 실종되던 야영장 꿈을 다시 꾼다. 그런데 꿈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다섯 명의 아이가 나오고, 마이크는 꿈속에서 아이들에게 동생을 납치한 범인의 얼굴을 봤냐고 묻는다. 아이들의 옷차림이나 성별은 묘하게도 그 가게에서 만난 애니매트로닉스들과 일치한다.

영화만 놓고 보면 너무나 상투적인

열심히 봤다. 혹시 놓친 것이 있는지 싶어 영화를 본 뒤 관련 정보도 꼼꼼히 찾아봤다. 예컨대 영화 오프닝에서 마이크에 앞서 야간경비원으로 일하던 한 남자가 희생되는 장면이 나온다. 상당히 뜬금없다 싶었는데 영화의 원작 게임 실연 영상으로 유명세를 얻어 잘나가는 ‘북한계 미국인’ 스트리머다(지난해인가 자기 고향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만들어 공개한 듯한데 아직 한국에 정식 수입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영화 제작자인 제이슨 블룸은 지난 11월 13일 오전 녹화 중계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기반이 된 게임 원작자와 논의해 게임 팬층에 집중하면서도 게임을 잘 몰라도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글쎄, 게임이, 특히 청소년층에게 공포게임으로 컬트적 인기를 끈 비결은 다섯 밤을 버텨야 하는 야간경비원 앞에 저 애니매트로닉스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점프 스케어(Jump Scare), 요즘 말로 ‘갑툭튀’가 포인트다. 영화는 그 지점을 정확히 포착했을까. 전 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했다고 하는데, 영화만 놓고 보면 너무나 상투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라서 원작 게임의 충성 팬층을 제외한다면 관심을 끌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필자의 감수성이 무뎌진 탓일까.

원작게임 ‘프레디 가게에서 다섯 밤’과 고골의 ‘비이’


경향신문 자료사진


원작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콧 코슨이라는 개발자가 만든 독립게임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델 찾아보면 이 ‘괴작’의 탄생 배경에 대한 설명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래 기독교 계열 유아용 게임을 만들던 스콧 코슨의 작품에 대한 평은 좋지 않았다. 작품 속에 나오는 애니매트로닉스가 상당히 무서워 의도와 다르게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이다(‘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상심에 빠져 있던 스콧은 역발상을 한다. 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공포게임을 만들어보자! 그래서 탄생한 것이 ‘프레디 가게에서 다섯 밤(Five Nights at Freddy’s, 팬덤에서는 줄여서 FNaF라고 부른다)’이라는 게임이다. 2014년에 발매된 이 게임은 그에게 인생 역전의 유명세를 안겼다.

사실 곰곰이 따져보면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예컨대 이 코너에서도 한두 번 소개했던 고골 원작의 <비이>(Vij)-국내에는 일본판 어린이 문고를 번역한 <악마의 관>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소련 시절 만들어진 공포영화(1967)도 유명하다. 이 영화는 <마녀전설>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됐다-도 주인공인 신학교 학생이 밤마다 되살아나는 마녀의 시체를 성당에서 3일간 지킨다는 스토리다. 첫날에는 관 속에서 일어나 앉아 있기만 했던 마녀가, 둘째 날은 신학교 학생이 쳐놓은 걸개 주위를 관뚜껑을 타고 날아다니고, 마지막 날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괴물 ‘비이’를 불러내 주인공을 덮친다!(사진) 뭐, 이 게임에서 경비원을 덮치는 것은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금속 곰 인형 따위지만.

영화를 본 뒤 리뷰를 쓰기 위해 게임을 처음으로 해봤는데 상당히 어렵다. 게임은 경비원 자리에 앉아 CCTV 화면으로 가게 안의 상황을 지켜보는 것인데, CCTV를 확인하는 순간엔 마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것처럼 애니매트로닉스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눈을 떼면 사사샥! 화면에 다가온다.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음을 깨달았을 때의 공포란! 아마 젊은 층-주로 10대 아이들이 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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