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휴가철? 다 옛말…영화 성수기, 더는 없다

손정빈 기자 2023. 11. 2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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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계 일각서 '성수기 붕괴론' 나와
한국영화 여름·추석 큰 실패 패러다임 변화
올해 흥행 톱3 모두 비수기 개봉해 큰 성공
대작 '서울의 봄' '노량' 성수기 피해 공개해
두 편 모두 성공시 성수기 붕괴 가속 전망도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만약 이번에 그 영화들이 잘 되면 영화계 성수기라는 말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몰라요."

최근 영화계 일각에선 이른바 '성수기 붕괴론'이 나오고 있다. 영화계는 극장을 찾는 관객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기를 성수기로 불러왔다. ▲설 연휴 ▲7말8초 여름방학 시즌 ▲추석 연휴 등이 그런 시기였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관객이 급감하고, 영화 관람 문화가 바뀌면서 이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올해가 성수기 의미가 옅어지는 분기점이 될 거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관객이 습관처럼 영화관에 오는 시기가 끝났다면, 최소한 국내에서만큼은 성수기라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며 "'서울의 봄'과 '노량:죽음의 바다' 성적에 따라 영화계 배급 전략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여름도 추석도 안 된다

극장 성수기 붕괴는 실제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는 엿새 간 이어질 정도로 길었다. 추석 직후 이어진 한글날 연휴까지 더하면 9월 말 10월 초 연휴 분위기는 열흘 넘게 이어졌다. 그러나 이 기간 가장 흥행한 영화인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은 191만명이 보는 데 그쳤다. 업계에선 "역대 최악의 추석" "충격적인 성적" 등의 말이 나왔다.

추석 때보단 나았지만 여름방학에 극장을 찾은 관객도 크게 줄었다. 7만8초는 연중 최대 성수기로 불린다. 지난 여름 가장 잘 된 영화는 514만명이 본 '밀수'였다. 다만 이 작품도 손익분기점을 살짝 넘기는 수준의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코로나 사태 이전 여름 3년 간 '엑시트'(942만명·2019년) '신과 함께-인과 연'(1227만명·2018년) '택시운전사'(1218만명·2017년) 등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숫자였다.


◇2023년 흥행 TOP3 모두 비성수기에

반대로 올해 흥행 순위 1~3위 영화는 영화계가 전통적으로 비수기로 꼽는 시기에 나왔다. '범죄도시3'(1068만명)는 5월 말, '엘리멘탈'(723만명)은 6월 중순, '스즈메의 문단속'(557만명)은 3월 초에 개봉했다. 이 영화들은 시기와 무관하게 각기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 장기 흥행을 통해 성과를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 방식으로 공개 시기를 결정하는 게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작품 퀄리티만 괜찮다면 개봉 일정은 후순위 문제라고 봐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지난해 '올빼미'는 비수기인 가을에 나오고도 322만명, '육사오'는 대작이 모두 개봉한 뒤인 8월 말에 나오고도 198만명이 봤다. 올해 '30일' 역시 추석 연휴가 끝날 때 개봉해 214만명이 봤다. 수백억을 들인 영화가 100만명을 넘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흥행은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짚었다.


◇심상찮다, 그 영화들

업계는 '서울의 봄'과 '노량:죽음의 바다'가 얼마나 흥행하느냐에 따라 '성수기 불사(不死)론' 붕괴가 가속화 할 수 있다고 본다. 일단 '서울의 봄' 예매량이 심상치 않다. 이 영화는 21일 오후 9시30분 현재 예매 관객수가 17만명을 넘겼다. 이 작품은 지난 9일 언론 시사회에서 첫 공개된 이후 완성도가 높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예매량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현재 추세라면 개봉 당일 예매량은 20만명을 넘길 거로 전망된다. 한국영화가 외국영화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예매량이 적다는 점, 여름이나 추석보다 주목도가 낮은 초겨울에 개봉한다는 점, 다소 무거운 소재인 12·12 군사 쿠데타를 극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규모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노량:죽음의 바다'는 2014년 '명량', 2022년 '한산:용의 출현'으로 이어지는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작품이다. 김 감독의 이순신 시리즈는 '범죄도시' 시리즈와 함께 가장 흥행 가능성이 높은 프랜차이즈 영화 중 하나다. '명량'은 1761만명, '한산:용의 출현'은 726만명이 봤기 때문에 '노량:죽음의 바다' 역시 기대가 높다. 영화가 아직 공개되진 않았으나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그린다는 점에서 앞서 두 작품보다 폭발력이 클 가능성이 있다.

◇연말 흥행에 영화계 이목 집중 된다

'서울의 봄'은 11월22일, '노량:죽음의 바다'는 12월20일에 공개된다. 영화계는 한 달 격차를 두고 공개되는 두 작품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할 경우 대작은 3대 성수기에 나와야 한다는 공식은 깨지게 된다. 물론 '서울의 봄'은 최소 400만명, '노량:죽음의 바다'는 최소 600만명은 봐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상황은 아니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한국영화 흥행 전망이다보니 어떤 것도 단정할 수 없다"며 "영화계가 두 영화 결과를 어느 때보다 예의주시 할 것 같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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