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안에 '모텔'이?…80억 불러도 "못 빼", 알박기 당한 이곳[부릿지]

김효정 기자, 김아연 PD, 이상봉 PD, 공하은 PD 2023. 11. 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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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릿지 김효정입니다. 오늘은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분양 단지를 찾아 경기도 군포시에 왔습니다. 요즘 역세권, 학세권처럼 주요 시설과 가까운 정도를 떠나서 초품아, 공품아 등 아예 시설을 품어버리는 단지들이 유행하고 있죠. 이 단지도 뭔가 품긴 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모텔이란 겁니다.
'ㄷ'자 모양 아파트 단지 배치도…알고 보니 "이 안에 모텔 있다"
군포시 금정동 일대에 들어서는 '금정역 개성로니엘'은 지하 5층~지상 최고 22층 규모의 아파트 80가구와 오피스텔 160세대로 이루어진 주상복합 건물입니다. 2025년 입주 예정으로 전용면적 81㎡ 분양가는 7억5000만원입니다.

지하철 1·4호선이 지나는 금정역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데, 2028년 개통 목표인 GTX-C 노선까지 들어서면 '트리플 역세권' 단지가 될 예정입니다. 안양IT단지와도 가까워 직주근접성까지 챙겼죠.

이런 입지 덕분인지 개성로니엘은 지난달 이뤄진 오피스텔 청약에서 최고경쟁률 40.5대1을 기록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이 불황인 와중에 나름 선전한 결과였죠. 하지만 이어진 아파트 청약에서는 70가구 모집에 82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용면적 72㎡ 타입은 37명 모집에 31명이 신청해 6가구가 미달됐습니다.

저조한 분양 성적에는 단지 주변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개성로니엘은 'ㄷ'자 모양 단지인데요. 건설사에서 제공하는 단지 배치도를 보면 가운데가 비어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간이 실제로 빈 공간이 아니라 영업 중인 모텔이 있는 자리입니다.
제 뒤쪽으로 보이는 곳이 개성로니엘 공사 현장입니다. 공사장 양쪽 펜스 중앙에 이렇게 떡하니 모텔이 있습니다. 1996년 준공된 이 모텔은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인데요. 단지가 이 모텔을 둘러싸는 구조라 일부 세대에서는 모텔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트리플 역세권 신축 단지는 어쩌다 '모텔 품은 아파트'가 됐나
개성로니엘이 들어선 곳은 금정역 일대 일반상업지역입니다. 이곳은 원래 먹자골목과 모텔촌이 형성돼 있던 곳인데요. 개성건설은 2020년 이곳 금정동 77번지 내 토지와 건물을 하나둘씩 매입해 개발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84평(278.6㎡) 남짓한 77-12번지 땅을 손에 넣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개성건설은 인근 179평(591.7㎡/77-4번지), 170평(562.1㎡/77-5번지) 땅을 각각 89억, 60억원에 사들였는데요. 아파트를 세우기 위해 80평대에 불과한 토지에 평당 9000만원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끝내 모텔을 인수하지 못했습니다. 사업을 중단할 수 없었던 개성건설 측은 공사를 시작했고 '모텔을 품은 아파트'가 지어지게 된 거죠.

[금정역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완전 알박기지 뭐. 80억인가 얼마까지 제시했는데도 안 했다는 거 보니까. 왜 저러는지 나는 이해가 안 가. 설계 변경하기엔 돈이 또 너무 많이 드니까 이제 무시하고 하는데 손해 많이 봤겠지. 애초에 저거 포기했었으면 이미 다 분양 끝났어. 이렇게 비수기 때 안 접어들었을 거야.

[금정역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모텔을 구입을 못했으니까 그냥 했겠죠. 매입을 못해서 그냥 저렇게 지은 거지 뭐 남의 땅을 뺏을 수는 없잖아요. 어쩔 수 없이, 투자해놓은 건 있고 그러니까 이제 아쉬움을 안고 진행을 한 것 같아요. 모텔을 끼어버리니까 모양새도 그렇고…
재개발로 동네 싹 다 정비된다?…"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본격적으로 건물이 올라오기 전부터 '모품아'라는 오명을 쓰게 된 개성로니엘. 게다가 단지 주변에는 이 모텔 외에도 여러 숙박업소와 유흥업소가 즐비해 있습니다. 금정역을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거리이기도 하죠. 여러모로 단지를 보는 시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데요.

일각에서는 재개발 기대를 거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금정역 일대는 금정역 역세권, 산본1동 1·2지구 등에 재개발이 예정돼 있는데요. 동네가 정비되면 구도심의 숙박업소 등도 사라지고 건물 가치도 올라갈 것이란 거죠. 실제로 인근에는 이미 철거가 예정됐거나 운영을 중단한 숙박업소들도 있습니다.

GTX 호재로 인근 아파트 시세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입니다. 금정역 초역세권 주상복합 단지인 '힐스테이트 금정역' 전용 84는 2018년 6억4320만원(최고가 기준)에 분양됐는데요. 지난해 4월 14억4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고 지난 7월에도 10억원에 거래됐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분위기상 당장은 어렵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망입니다. 재개발 특성상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하지만 현재는 사업지를 사들일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금정역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금 알다시피 경기나 지금 부동산 시장이 이러다 보니까 누가 선뜻 달라들지 못한다는 거지. 저런 분(개성건설)들은 전에 사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데 (나머지 사업지는) 신규로 해야 되는데 대출 금리도 있고 업자들도 눈치보고 있는거지 뭐. 상황이 풀리면은 무조건 살 거라 이거지. 여기는 조건은 굉장히 좋은 데예요 여기가. 상업지역이니까 건축업자들도 좀 손 대 볼 만하고. 근데 현재 상태에서는 (상황이 어려우니까) 좀 불투명하다. ☞자세한 내용은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연 김효정
촬영 공하은 김아연PD
편집 이상봉 PD
디자이너 신선용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김아연 PD ayeon_28@mt.co.kr 이상봉 PD assio28@mt.co.kr 공하은 PD kolisu052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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