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시가 현실화율 동결… ‘무리한 文정책’ 폐기 수순

신수지 기자 2023. 11. 22.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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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대비 69% 유지하기로
21일 서울 남산을 찾은 시민이 서울시내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뉴스1

정부가 내년도 아파트 공시가격을 올해와 같이 시세 대비 69%로 동결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고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올해 수준인 시세의 69%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단독주택은 53.6%로, 토지는 65.5%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내년 1월, 공동주택은 내년 4월 확정 발표된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뿐 아니라 건강 보험료와 기초 연금 등 67가지 행정제도의 기초 자료로 사용된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보유액에 따른 공평한 부담”을 이유로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9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중장기 계획(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당초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은 올해 72.7%(공동주택 기준), 내년 75.6%로 올라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이전 수준인 69%로 낮춘 데 이어, 내년에도 동결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 소유자의 내년도 보유세 부담은 올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다만 올해 집값이 상승한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공시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실제 내야 하는 보유세는 소폭 많아질 수 있다.

정부는 또 급속한 공시가 반영 비율 상승으로 국민들의 세 부담을 급증시킨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타당한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며 “연구용역 등을 통해 내년 하반기 개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세 따라 보유세 일부 변동

부동산 보유세는 정부가 정한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구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다.

그래픽=김현국

정부가 앞서 종부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60%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동결하기로 하면서 내년도 보유세는 시세 변동만 반영해 결정될 전망이다. 올해 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른 만큼, 일부 단지는 보유세 부담이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올 1~9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는 5.7% 올랐고, 서울은 같은 기간 13.4% 상승했다.

올해 들어 시세 변동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적용해 서울 주요 아파트의 보유세를 산출해 본 결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를 소유한 1주택자 보유세는 올해 1078만원에서 내년 1117만원으로 39만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 전용 84㎡를 가진 1주택자의 경우 보유세가 올해 436만원에서 내년 378만원으로 오히려 15%가량 내릴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면적 84㎡를 가진 1주택자 보유세는 올해 452만원에서 내년 579만원으로 약 31% 늘어날 전망이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실거래가가 전년보다 크게 오른 영향이다. 신한은행 우병탁 부지점장은 “올해 집값 변동이 전국적으로 큰 편차를 보여 지역별·단지별로 보유세 변동률도 차별화할 전망”이라며 “다만 현실화율이 2년 연속 고정되면서 강남 고가 주택이라도 보유세가 과도하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실화 로드맵’ 내년 하반기 근본 개편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세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전 정부에서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을 추진하면서 여러 문제가 노출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실화 계획을 먼저 세워놓고 이에 맞춰 공시가격을 끌어올리려다 보니,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부동산 하락기에 오히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아지는 모순적인 상황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현실화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실시해 하반기까지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화율을 얼마로 설정하든 사실상의 증세가 된다는 점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대한 전면 재검토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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