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대동댐·저수지에 드리운 사건 브로커의 ‘수상한 그림자’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3. 11. 21. 14: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건 브로커 가족회사, 함평군 5억원대 관급자재 수주 논란
대동댐 수변길·대동제 탐방로 목재 데크 관급자재 ‘3건’ 납품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사건 브로커' 파문이 광주전남 정관계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전남 함평군의 관급공사에 브로커 성씨의 수상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함평군이 추진 중인 대동댐과 대동제 주변 수변길(탐방로) 조성사업에 브로커 성씨와 연관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가 수억원대의 관급 자재를 납품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사건 브로커' 파문이 광주전남 정관계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전남 함평군의 관급공사에 브로커 성씨의 수상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함평군이 추진 중인 대동댐과 대동제 주변 수변길(탐방로) 조성사업에 브로커 성씨와 연관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가 5억원대 관급자재(목재 데크)를 납품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17일 오후 함평 대동제(저수지)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사건 브로커, 함평군 관급공사에도 손 뻗었나

21일 함평군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군은 민선 8기 들어 '대동댐 주변 생태 탐방로 조성사업'과 '대동제 주변 힐링 수변길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황금박쥐 서식지 희소성을 활용한 청정함평 이미지 제고와 황금박쥐 생태체험관, 인근 자연생태공원 및 엑스포공원을 연계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우선 군은 내년 8월 완공 목표로 '함평 대동댐 주변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 시행지인 담수용량 900만 톤의 대동댐 일대는 목포시가 상수원으로 사용하다 지난 2013년 함평군에 매각한 곳이다. 함평군에 팔린 지 10년 만이다. 총 사업비는 60억원이다. 이 가운데 19억5800만원을 확보했고, 내년도 예산안에 32억원을 반영했다

앞서 군은 함평자연생태공원 매월교부터 신광면 연천마을 뜬봉까지 약 2㎞에 달하는 구간에 '대동제 주변 힐링수변길' 조성 사업을 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돼 올해 6월 완공됐으며, 총 사업비는 8억23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총 자재공사비는 3억9605만원이다.  

함평군은 지난해 함평자연생태공원 매월교부터 신광면 연천마을 뜬봉까지 약 2㎞에 달하는 구간에 '대동제 주변 힐링수변길' 조성 사업을 추진해 6월에 완공했다. 17일 오후 대동제 힐링수변길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브로커 아들 회사가 데크 자재 납품 '싹쓸이'? 

문제는 2개 사업에 대한 데크공사 자재를 독점 공급한 곳이 지역 시민단체가 성씨의 가족(아들) 운영 회사라고 의심하고 있는 전남 고흥 소재 A업체라는 점이다. 함평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을 보면 성씨가 재판에서 자신이 대표라고 말한 해당 회사가 2022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5억원 가량의 수변길(탐방로) 목재 데크공사 자재를 납품한 것으로 나온다. 

세부적으로 보면 함평군은 올해 6월 초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A업체를 대동댐 생태탐방로 조성사업 관급자재(목재덱) 납품 대상자로 선정했다. 군은 지난 7월 중순 해당 업체에 선급금으로 9935만원을 지급했다. 납품 기한은 내년 4월 말까지다.  
  
A업체는 지난 4월 대동제(저수지) 힐링수변길 조성 공사와 관련해 1768만원을 납품했다. 추가로 지난해 10월에도 동일 사업에 7325만원어치의 자재를 공급했다. 이에 따라 이 업체가 함평군이 발주한 대동댐 주변 생태탐방로와 대동제 주변 힐링수변길 조성 사업 등과 관련해 납품한 자재 금액은 모두 5억1984만원에 달한다.

'전투비행장 강행 이상익 파면 투쟁본부'가 20일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브로커 성모(62)씨가 함평군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등 비위사건 연관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쟁본부 제공

시민단체 "사건 브로커, 관급공사 수주 관여 의혹" 

지역 시민단체들은 브로커 성씨의 함평군 관급공사 관여 의혹을 제기했다. '전투비행장 강행 이상익 파면 투쟁본부'(이하 본부)는 20일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브로커 성모(62)씨가 함평군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등 비위사건 연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본부는 "성씨 본인이나 직계 가족이 경영하는 여러 회사 중 한 곳이 함평군의 데크 관급 자재를 3차례에 걸쳐 1억9000여만원 납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성씨와 사교모임 등에서 만난 건설사 대표가 수십억대 관급공사를 수주하기도 해, 이 과정에 성씨의 관여가 있었는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본부 측은 "이상익 함평군수가 여러 건의 부패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은 바 있기 때문에 (관급공사 수주를 통한 사건 청탁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평군은 지난해 10월부터 함평자연생태공원 매월교부터 신광면 연천마을 뜬봉까지 약 2㎞에 달하는 구간에 '대동제 주변 힐링수변길' 조성 사업을 추진해 올해 6월에 완공했다. 17일 오후 대동제 힐링수변길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함평군 "적법 절차 따라 조달구매…문제 없다"

함평군은 '일반경쟁 입찰로 조달 구매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애초 나라장터에 등록된 10개 업체 가운데 함평군 계약부서가 압축한 5개 업체 중 A업체가 군청 발주 부서에서 요구한 규격이나 가격 면에서 가장 적합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제품 판로지원법에 따르면 구매 금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 계약(MAS)의 방식으로 납품 대상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군 관계자는 지난 17일 시사저널과 만나 "관련법에 따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5개 업체를 대상으로 제안서를 제출받는 MAS 절차에 따라 관급자재 납품 대상 업체를 선정했다"며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평가방식에서 종합평가 A형을 적용해 해당 업체를 선정한 것과 관련해선 "제안 대상 업체간 계약물품의 규격, 성능 등에서 별반 차이가 없어 최대한 예산 절감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최저가를 낸 업체가 최종 선정된 것 같다"고 밝혔다.  A업체는 군 계약담당자가 추정한 기초금액보다 5700만원 가량 낮은 4억2891만원으로 납품권을 따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정부의 승인(균특예산)에 따라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데도 (브로커 성씨와 관련해)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21일 오전, A업체 관계자에게 성씨와의 관계, 계약 경위 등을 물었으나 "드릴 말씀이 없다. (이 건과 관련해) 더 이상 전화 받고 싶지 않다"며 답하지 않았다. 

'사건 브로커' 사건 파장…지자체 사업으로 불똥튀나 

광주전남 지역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 브로커' 사건은 검찰이 작년 말 코인업자 탁모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왔다. 검찰이 사건 브로커 성 아무개(62)씨가 2020~2021년 탁씨에게 18억5400만원을 받고 경찰 간부와 검찰 수사관을 상대로 수사 무마 로비를 한 혐의를 잡았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지난 8월 성씨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지난 10월 탁씨를 코인 사기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한 상태다. 검찰 수사관 1명, 전직 경찰 경감 1명과 전직 경무관 1명 등 3명도 구속됐다. 이미 입건된 전·현직 경찰 간부, 검찰 수사관 등 5명을 포함하면 15명 안팎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전·현직 치안감급 2명 이상, 현직 총경급 4~9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오후 광주지검 관계자들이 광주북부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검찰은 사건 청탁을 대가로 18억여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성아무개(62)씨를 구속하고 경찰과 검찰 연루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검찰은 전남 지역에서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는 중인 성씨의 '사건 브로커' 행적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성씨가 회장을 맡은 골프 모임이 대표적이다. 이 모임은 광주·전남 지역을 거쳐 간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군수 등 기초단체장, 건설업자 등 10여 명이 멤버였다고 한다. 성씨가 데리고 온 '민원인'이 경찰 간부, 지자체장 등과 4인 1조로 골프를 치면서 사건 청탁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는 것이다.

성씨는 이처럼 골프 접대 등으로 경찰 고위직과 정·재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이를 토대로 수사·인사를 청탁하는 브로커 행각을 하거나 지자체 사업을 수주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함평군 외에도 성씨는 자신의 회사로 관급공사를 수주한 사실이 수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검찰의 해당 부분 수사 여부가 주목된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