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잃은 한국과 정반대…이 도시엔 매달 새 건물 등장, 관광객도 북적[World & Now]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3. 11. 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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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살면서 신기한 일 중 하나가 거의 매달 새로운 복합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서울에 555m의 롯데월드타워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겨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매일 전국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는 일본으로서는 300m가 넘는 고층건물의 내진기술을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술의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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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 330m 높이 마천루 준공
녹지 시설 대폭 늘린 오아시스 도시
주민 동의 거쳐 34년 만에 개발 완료
年 3천만명 찾는 새로운 명소 예상
새로움 줄어드는 한국에 우울한 교훈
24일 공식 개장하는 일본 미나토구의 복합 단지 ‘아자부다이힐스’의 모리JP타워. 이 곳은 기존 토지주를 장기간 설득해 주변과 조화를 이룬 재개발 프로젝트로 꼽힌다. 재개발 계획 수립부터 완공까지 34년이 걸렸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일본에 살면서 신기한 일 중 하나가 거의 매달 새로운 복합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그동안 코로나로 공사를 미루는 바람에 올해 완공식이 많았을 수도 있지만, 용도가 각가지인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나라 전체가 ‘공사중’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이러한 것을 상징하는 재개발 프로젝트가 오는 24일 도쿄 미나토구에 들어서는 ‘아자부다이힐즈’다. 롯폰기힐즈, 도쿄타워와 인접해 있는 이 곳은 이번에 공식 완공이 되면 일본의 마천루 지형을 바꾸게 된다. 핵심 건물인 모리JP타워의 높이는 330m로 오사카의 ‘아베노 하루카스’를 30m 차이로 제치고 일본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서울에 555m의 롯데월드타워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겨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매일 전국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는 일본으로서는 300m가 넘는 고층건물의 내진기술을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술의 진보다.

아자부다이힐즈에는 사무공간, 레지던스, 호텔 뿐 아니라 영국국제학교와 게이오대병원 등도 들어왔다. 일본 전역의 맛집과 명품 쇼핑몰은 기본이고, 최근 전세계에서 가장 핫하다는 디지털 아트 그룹 ‘팀 보더리스’도 이 곳에 전시공간을 꾸린다.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지털 아트로 꼽히는 ‘팀랩 보더리스’가 아자부다이힐스에 자리를 잡았다. 가운데 인물은 대표인 이노코 토시유키. [도쿄 이승훈 특파원]
대형 재개발 사업은 새로운 볼거리가 된다. 지난 2003년 준공된 미나토구 모리 힐즈에는 지금까지도 매년 3000~4000만명의 사람이 꾸준히 찾는다. 전망대와 미술관 등을 즐기는 관광객 외에도 이 곳의 쇼핑몰과 식당 등은 언제나 전세계인으로 북적인다. 아자부다이힐즈도 연간 3000만명의 방문객을 기대하고 있다.

매번 새로워지는 볼거리에 일본을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지난 9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218만4300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9월 수준을 넘어섰다. 관광객 증가는 자연스럽게 여행객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올해 3분기 일본을 찾은 외국인이 뿌리고 간 돈만 역대 최고인 12조원 이상이다.

이같은 재개발 프로젝트는 한국에서도 그 위력이 이미 증명됐다.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이 개장 30개월만에 방문객이 1억명을 넘어선 것이다. 대형 복합시설의 등장은 어디에서나 주목받을 만한 호재다.

아자부다이힐즈 완공까지는 무려 34년이 걸렸다. 일본에서는 토지주의 3분의 2만 동의해도 재개발이 가능한데도, 동의율을 90%까지 끌어올려 이해관계자와 함께 하려다 보니 과정이 길어졌다. 주변을 무시하고 고층 건물만 짓는 촌스러운 재개발도 아니다. 금싸라기 땅인데도 전체 면적의 20% 가량을 녹지로 만들어 주변과 조화를 이뤘다.

한국에서의 재개발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의 촘촘한 규제는 둘째치고 ‘재개발=투기’로 여기는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이들을 비난하기 전에 과연 우리가 얼마나 주변과 함께하는 재개발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성냥갑 아파트 도시인 서울이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드는 ‘도시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직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이승훈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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