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재사용, 우주왕복선이 열고 스페이스엑스가 꽃피웠다

한겨레 2023. 11. 21. 09: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우주탐사 역사(9)
우주왕복선에서 스페이스엑스까지
11월4일 미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 40번 발사대에서 스타링크 위성 23기를 싣고 이륙하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 이날 사용한 1단계 추진체 B1058의 18번째 임무 수행이었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11월4일 스페이스엑스(SpaceX)는 23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실은 팰컨 9(Falcon 9)을 발사했다. 이 발사에 사용한 1단 로켓은 실제 발사에서 18번째 사용하는 로켓이었다.

발사 2분 30초 후 63km 고도에서 추진을 중단하고 분리된 1단 로켓은 발사 8분 30초 후에 대서양에 떠 있는 드론십(ASDS: Autonomous Spaceport Drone Ship) 위에 착륙했다. 팰컨 9과 팰컨 헤비(Falcon heavy)에 사용하는 1단 로켓 중에서 10번 이상 사용한 로켓의 개수는 2023년 11월19일 현재 11개다. 이 가운데 9개는 재사용을 위해 회수한 상태다.[1] 스페이스엑스는 이렇게 1단 로켓을 여러 번 재사용함으로써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우주운송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키웠다. 스페이스엑스는 한 발 더 나아가 1단과 2단 모두 재사용하는 목표로 스타십(Starship)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우주탐사나 우주임무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로켓과 우주선 재사용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발전해 왔는지 알아보고, 이를 통해 실제로 어느 정도 비용 절감을 달성했는지도 살펴본다.

18번째 임무를 마치고 이륙 8분30여초만에 대서양 해상 바지선으로 돌아온 팰컨9 1단계 추진체 B1058. 스페이스엑스 제공

4조원에 근접했던 아폴로 발사 비용

유인 달탐사 계획인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사용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발사체인 새턴 5형의 경우, 한 번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당시 화폐가치로 약 4억달러였다.[2] 물가상승을 감안한 2023년 현재의 화폐가치로는 30억달러(약 3조9천억원)에 해당한다.[3] 이 비용에는 유인 달탐사를 위한 사령기계선과 달착륙선 제작 비용이 포함된 액수이다. 아폴로 프로그램의 저궤도 발사체인 새턴 1B형의 경우 아폴로 7호를 기준으로 당시 발사비용은 1억4500만달러였고, 현재 화폐 가치로 11억달러이다. 발사비용이 이렇게 큰 이유의 하나는 로켓과 우주선을 포함해 탑재된 모든 장비들을 한 번만 사용하고 폐기한다는 것이었다.

우주선 재사용 사례는 이미 아폴로 프로그램 이전에도 있었다. 로켓 엔진을 장착한 미국의 X-15 항공기와 제미니 귀환캡슐로,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 우주비행이 아닌, 우주의 경계로 정한 높이 이상으로 올라갔다가 바로 내려오는 탄도우주비행에 사용한 경우였다. 탄도우주비행의 최고 비행속도가 궤도우주비행보다 훨씬 작은 것이 이런 재사용을 가능하게 했다.

그림 1. 1960년대에 탄도우주비행에서 재사용한 X-15 로켓 항공기(왼쪽)와 전시된 제미니 SC-2 귀환캡슐(오른쪽)

개발에서 첫 발사까지 10년 걸린 우주왕복선

궤도우주비행에서 본격적으로 로켓과 우주선을 재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우주왕복선(space shuttle)부터이다. 1972년부터 시작된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1981년 4월12일 첫 발사에서 2011년 7월8일 마지막 발사까지 30년간 지구 저궤도 우주임무를 수행했다. 나사(미 항공우주국)에서 가장 길게 진행된 프로그램이었다. 우주왕복선의 주요 임무로는 허블우주망원경 설치 및 성능개선, 찬드라 엑스선 관측선 설치, 목성탐사선 갈릴레오호 운송 등이 있다. 미르 우주정거장에도 도킹했고, ISS(국제우주정거장)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우주왕복선은 우주인이 탑승하고 화물을 싣는 비행기처럼 생긴 궤도선(orbiter), 궤도선과 연결되어 궤도선의 주 로켓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외부연료탱크(ET: External Tank), 외부연료탱크 양쪽에 하나씩 부착되어 우주왕복선에서 가장 강력한 추력을 제공하는 2개의 고체로켓부스터(SRB: solid rocket booster)로 구성되었다.

궤도선은 총 6개가 만들어졌다. 그중 가장 처음 만들어진 엔터프라이즈호(Enterprise)는 추진 없이 글라이더처럼 활공해서 착륙하는 비행시험과 지상시험에만 사용했고 우주비행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실제 우주로 나간 궤도선은 모두 5개로 컬럼비아호(Columbia), 챌린저호(Challenger), 디스커버리호(Discovery), 애틀랜티스호(Atlantis), 인데버호(Endeavor)이다. 궤도선에는 로켓다인(Rocketdyne)의 RS-25 로켓엔진 3개가 주 엔진으로 장착되었다. 주 로켓엔진은 외부연료탱크로부터 연료를 공급받아 추진했고, 발사 때 전체 추력의 15%를 담당했다.[4] 이 로켓엔진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두번째 유인 달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발사체 SLS(Space Launch System: 우주발사시스템)에도 사용한다.

그림 2. 우주왕복선의 구성. 날개 달린 비행기 모양의 궤도선, 궤도선에 로켓연료를 공급하는 외부연료탱크, 외부연료탱크 양쪽에 장착된 2개의 고체로켓부스터. 사진 출처: NASA

궤도선의 주 엔진 위에는 OMS(궤도 기동 시스템) 엔진으로 불리는 로켓 엔진 2개가 자체 연료탱크와 함께 장착됐다. OMS 엔진은 궤도 진입, 궤도 수정, 지구귀환을 위한 역추진 등에 사용됐다. OMS 엔진의 연료로는 하이드라진 계열인 모노메틸하이드라진(MMH, CH3NHNH2)를 사용했고, 산화제로는 사산화이질소(N2O4)를 사용했다.[5] 궤도선에 탑재되는 OMS 엔진의 연료와 산화제의 총 질량은 10.8톤으로, 이를 이용해 화물을 최대로 적재한 궤도선이 OMS 엔진으로 낼 수 있는 속도 증분은 초속 305미터이다.[6] 외부연료탱크를 분리한 후 ISS가 위치한 400km 고도의 궤도에 진입하고, 400km 고도의 궤도에서 대기권 진입을 위해 역추진하기에 충분한 속도증분이다. 자세 제어를 위해 궤도선 앞부분과 뒷부분에 여러개 설치된 RCS(반동 제어 시스템)에 사용하는 연료와 산화제도 OMS 엔진과 같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갖추지 않은 우주왕복선은 최장 17일 동안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필요한 전력을 우주에서 연료전지로 직접 생산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는 반면, 연료전지는 거꾸로 수소와 산소로부터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력을 생산한다. 궤도선의 화물칸 아래 부분에 위치한 액체수소 탱크와 액체산소 탱크로부터 수소와 산소를 공급받아 연료전지에 사용했고, 이때 나오는 부산물인 물은 식수와 냉각 등의 용도로 썼다. 아폴로 유인 달탐사의 사령기계선도 같은 방법으로 전력을 생산했다.

그림 3.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 2개의 고체로켓부스터와 궤도선에 장착한 3개의 주 로켓엔진은 발사때의 추력을 담당했고, 궤도선에 추가로 장착된 2개의 OMS 엔진은 궤도진입과 궤도수정, 역추진 등에 필요한 추력을 제공했다. 이외에도 여러 개의 RCS 엔진이 장착되어 궤도선의 자세제어에 사용했다. 사진 출처: NASA
그림 4. 수소와 산소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전기분해는 전력을 공급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반면, 연료전지는 거꾸로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력을 생산한다.

우주왕복선에 장착한 2개의 고체로켓부스터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으로, 고체연료 로켓을 실제 우주비행에 사용한 것은 우주왕복선이 처음이었다. 고체로켓 부스터 하나의 질량은 590톤이었고, 그 중 연료는 약 500톤이었다. 고체로켓 부스터 하나의 최대추력은 1만5000kN, 부스터 2개의 최대추력 총합은 3만kN이다. 3000톤 이상의 질량을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이다. 우주왕복선 발사 직후 전체 추력의 85%를 담당했다. 두번째 유인 달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SLS 발사체의 고체로켓부스터 이전까지 가장 강력한 고체연료 로켓이었다. 우주왕복선의 고체로켓 부스터는 발사 후 약 2분 동안 사용하고 분리되어, 낙하산으로 속도를 줄여 대서양에 착수해 회수됐다. 회수된 고체로켓 부스터의 부품은 재개조 과정을 거쳐 다른 우주왕복선 고체로켓부스터에 재사용됐다.

외부연료탱크는 궤도선에 장착된 로켓엔진에 액체수소 연료와 액체산소 산화제를 공급함과 동시에 궤도선과 고체로켓 부스터를 받쳐준다. 연료와 산화제를 다 채운 외부연료탱크의 질량은 760톤에 이르지만, 연료를 다 사용하고 난 후의 질량은 27톤에서 35톤이다. 외부연료탱크는 발사 후 약 8.5분 동안 궤도선에 연료를 공급한다. 약 113km의 고도에서 궤도비행 속도에 약간 못미치는 속도에 도달한 후 궤도선과 분리된다. 분리된 외부연료탱크는 대기권에 진입해 공기저항으로 대부분 분해되어 타고 일부는 인도양이나 태평양 해상에 떨어져 폐기됐다. 외부연료탱크와 분리된 궤도선은 OMS 로켓엔진으로 추진해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했다.

그림 5. 우주왕복선 고체로켓부스터와 외부연료탱크, 그리고 궤도선의 회수와 분리. 위: 약 45km 상공에서 분리된 고체로켓부스터는 낙하산으로 속도를 줄여 대서양에 착수한 후 선박으로 회수한다. 가운데: 2008년 5월31일 우주에서 디스커버리호에서 찍은 분리된 외부연료탱크 사진으로, 파란 배경은 지구의 바다이다. 외부연료탱크는 회수하지 않았다. 아래: 2006년 7월17일 디스커버리호가 활주로에서 낙하산을 펴고 속도를 줄이면서 착륙하는 사진. 사진 출처: NASA

우주왕복선에서 발생한 두번의 치명적 사고

2018년 나사 문건에 따르면 우주왕복선의 1회 발사 비용은 15억달러이다.[7] 2023년 화폐가치로는 18억달러에 해당한다. 아폴로 유인 달탐사 1회 발사 비용의 현재 화폐가치 30억달러보다는 적다. 그런데 새턴 5형 로켓이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질량은 118톤이고, 우주왕복선이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질량은 27.5톤이다. 질량당 발사 비용은 오히려 우주왕복선이 새턴 5형 로켓보다 컸다. 외부연료탱크를 제외한 우주왕복선의 모든 부분을 재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사 비용은 결코 경제적이지 않았다.

우주왕복선은 인명피해를 동반한 두 번의 큰 사고도 겪었다. 한 번은 발사 중에 폭발했고, 다른 한 번은 우주에서의 임무는 마쳤지만 지구로 귀환하는 도중에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궤도선이 파괴됐다. 둘 다 우주비행 역사상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사고였다. 유인 우주비행 역사에서 훈련중 사고를 제외하고 실제 우주비행에서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총 18명이었는데,[8] 그 중 14명이 2번의 우주왕복선 사고로 사망했을 만큼 우주왕복선 사고의 인명피해는 컸다.

우주왕복선의 첫 인명사고는 1986년 1월28일 발사 중에 폭발한 챌린저호 사고였다. 25번째 우주왕복선 임무를 수행하던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후 14km 고도에 올라갔을 때 폭발했다. 폭발의 원인은 고체로켓 부스터에서 연료가 새는 것을 막는 부품인 O링(일종의 고무패킹) 문제였다.

발사 당일 아침의 케네디우주센터 발사장의 기온은 오전 7시께 섭씨 영하 5도까지 떨어졌고, 발사시각에는 섭씨 영상 2도로 플로리다 겨울 날씨로는 이례적으로 추웠다. 고체로켓 부스터 제작사의 기술자는 추위 때문에 O링의 탄력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전날 밤 전화회의에서 발사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제작사 경영진은 비공개 토론 후 O링 문제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발사 진행을 결정했다. 다음날 오전 11시38분 챌린저호는 발사되었고, 결국 발사 1분13초만에 폭발했다. 추위로 탄력성을 잃은 O링의 문제로 새어 나온 연료에 불이 붙었고, 이어서 불꽃이 외부연료탱크의 액체수소에 옮겨붙어 폭발한 것으로 밝혀졌다.[9]

두번째 우주왕복선 사고는 113번째 우주왕복선 임무에서 발생했다. 2003년 1월16일에 발사된 컬럼비아호는 우주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2월1일 지구로 귀환하는 도중에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분해되어 파괴됐다. 사고의 발단은 발사 초기에 일어났다. 발사 82초 후에 궤도선과 외부연료탱크를 연결한 지지대 끝부분을 덮은 단열발포소재(foam) 일부가 떨어져 나가 궤도선의 왼쪽 날개에 부딪쳤다. 발사 당시에는 이를 알지 못했고, 이후 진행된 비디오 검토를 통해 발사 다음날 이 사실을 확인했다. 궤도선 날개 충돌 부분의 내열타일이 파손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궤도선이 우주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대기권에 진입하면, 공기저항으로 속도가 줄어듬과 동시에 궤도선이 진행하는 방향과 맞닿는 부분이 뜨겁게 달궈진다. 내열타일은 이때 발생하는 높은 온도의 열로부터 궤도선을 보호한다. 내열타일이 파손되면 고온이 궤도선 내부로 퍼지면서 궤도선에 큰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내열타일 파손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궤도선을 사진으로 촬영하자는 요구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이 요구는 철회되었다. 모델 계산과 이전 사례로부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2003년 2월1일 컬럼비아호는 지구귀환을 위해 대기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컬럼비아호는 대기권 진입 후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분해되어 파괴됐다.[10]

그림 6. 1986년 발사 후 공중에서 폭발한 챨린저호와 2003년 귀환 도중에 분해되어 파괴된 컬럼비아호. 왼쪽 위: 추운 날씨로 인해 챌린저호의 오른쪽 고체로켓부스터의 O링에 문제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나오는 모습(하늘색 점선 안). 오른쪽 위: 챌린저호가 폭발해 분해되는 장면. 왼쪽 아래: 발사 82초 후에 단열발포소재(foam)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궤도선의 왼쪽 날개에 부딪치는 장면 (하늘색 점선 안). 오른쪽 아래: 컬럼비아호가 대기권 재진입 후 손상된 내열타일이 고온을 견디지 못해 분해되어 타는 장면으로, 미국 텍사스에서 네덜란드 공군 조종사의 아파치 헬리콥터 훈련 도중에 찍은 동영상의 일부이다. 사진 출처: NASA, Wikimedia Commons

미완성으로 끝난 소련 우주왕복선 부란의 도전

소련도 미국의 우주왕복선과 유사한 재사용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었다. 부란이라는 이름을 지닌 소련의 우주왕복선은 미국의 우주왕복선과 비슷한 구조였다. 특히 궤도선의 외형은 미국의 우주왕복선과 거의 같았다. 미국의 우주왕복선에 외부연료탱크과 2개의 고체로켓 부스터가 있었다면, 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에는 에네르기야 발사체가 있었다. 에네르기야는 가운데에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실은 연료탱크와 4개의 로켓엔진이 장착되어 있었고, 그 주위에는 케로신 연료를 쓰는 액체연료 로켓 부스터 4개가 장착되었다.[11]

궤도선 없이 에네르기야 발사체에 군사위성을 싣고 발사됐던 첫번째 발사는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지 못하면서 실패했다. 궤도선을 포함한 부란 우주왕복선 완전체는 1988년 11월15일 처음 발사되었고, 지구를 2바퀴 돌고 귀환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우주인이 탑승하지 않은 무인 우주비행이었다. 3번째 비행은 실행되지 않았고, 소련이 해체된 후인 1993년에 부란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그림 7. 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 왼쪽: 착륙 시험을 위해 세계 최대의 화물 항공기였던 안토노프 An-225의 위에 실려 날아가는 우주왕복선 부란. 오른쪽: 1989년 11월14일 에네르기야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는 우주왕복선 부란.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스페이스엑스, 로켓 재사용의 격을 높이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페이팔 공동창업자이고, 전기차 생산기업 테슬라 대표인 일론 머스크가 2002년에 설립한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는 로켓 재사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영화 <스타워즈> 등장인물인 ‘솔로’가 타던 우주선 ‘밀레니엄 팰컨’(Millennium Falcon)에서 이름을 따온 팰컨 1 로켓으로 스페이스엑스는 2008년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2010년에는 팰컨 9 로켓 발사에 성공했고, 2011년에는 재사용 로켓 개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초기 계획에 포함됐던 2단 로켓 재사용은 곧 포기했지만, 1단 로켓을 재사용하는 계획은 계속 추진했고, 마침내 2015년 팰컨 9의 1단 로켓을 착륙시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12]

스페이스엑스가 제공하는 우주운송 서비스는 팰컨 9 또는 팰컨 헤비 로켓을 사용한다. 팰컨 9은 1단에 로켓을 하나만 사용하는 반면, 팰컨 헤비는 3개의 로켓을 묶어 사용한다. 팰컨 헤비를 이용하면 그만큼 더 큰 질량을 우주로 운송할 수 있다. 로켓 회수는 발사장 근처의 착륙장으로 돌아와 착륙하는 방식과 날아가던 방향으로 날아가 바다위에 띄운 드론십에 착륙하는 방식 중에 하나를 사용한다. 1단 로켓이 발사장으로 되돌아 오려면 되돌아 오기 위해 추진하는 연료를 더 남기고 2단 로켓과 분리해야 한다. 그만큼 분리 전에 덜 추진하기 때문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질량은 줄어든다. 팰컨 헤비의 경우는 1단 로켓 3개 중 양쪽에 배치한 2개의 로켓은 발사장 근처로 돌아와 착륙하고, 가운데에 배치한 로켓은 더 많이 추진해 바다 위의 드론십에 착륙해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1kg당 발사비용, 6만5000달러서 3800달러로

2023년 11월20일 기준으로 팰컨 9의 1단 로켓 중에서 가장 많이 재사용한 로켓은 B1058 로켓으로 총 18번의 발사에 사용했다. B1060 로켓은 지금까지 17번의 발사에 사용됐고 B1061 로켓과 B1062 로켓은 각각 16번의 발사에 사용됐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재사용 횟수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로켓 재사용 횟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발사비용은 낮아진다. 스페이스엑스는 1단 로켓을 재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적재한 화물을 보호하고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재화물을 덮는 페어링, 화물과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실어 나르는 데 사용하는 카고 드래곤(Cargo Dragon)과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의 캡슐도 재사용한다.

팰컨 9의 1회 발사 비용은 2022년 기준으로 6700만 달러다.[13]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2023년 화폐가치로는 7000만달러 수준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인 스페이스엑스가 청구하는 가격으로 실제 발사비용 원가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서양 해상의 드론십으로 로켓을 회수하는 경우 최대 18.4톤의 질량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 계산하면 팰컨 9을 이용한 1kg당 발사비용은 약 3800달러이다. 반면 우주왕복선으로 최대 27.5톤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18억달러로, 1kg당 발사비용은 약 6만5000달러였다. 팰컨 9의 화물 질량당 발사비용은 우주왕복선 발사비용의 17분의 1에 불과하다.

발사체와 우주선을 모두 재사용하게 될 스타십

스페이스엑스는 부분 재사용이 아닌 완전 재사용 발사체 및 우주선인 스타십(Starship)을 개발하고 있다. 스타십을 구성하는 1단인 슈퍼헤비 발사체와 2단인 스타십 우주선 모두 회수해서 재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완전 재사용의 경우 100~150톤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14]

2023년 4월20일 스타십의 첫 시험발사가 있었다. 발사 직후 1단 로켓을 구성하는 33개의 랩터 엔진 중 3개가 작동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작동하지 않는 엔진 수는 늘어났다. 이후 스타십은 추력 방향을 조절하지 못하면서 동그란 궤적으로 돌다가 39km 고도에서 폭발했다. 11월18일에는 2차 시험발사가 있었다. 1단 슈퍼헤비는 추진을 마치고 발사 2분50초 후에 74km 고도에서 분리되었지만 30초 후에 폭발했고, 2단 스타십 우주선은 계속 추진해 발사 8분 후에 147km 고도에 도달해 초속 6.7km까지 속도를 높였으나 폭발했다.

스타십은 두번째 유인 달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달착륙선으로 선정되었다. 달 착륙선 개발과 제작, 그리고 1번의 무인 비행과 1번의 유인비행을 하는 조건으로 스페이스엑스가 나사로부터 28억9천만달러를 지원받는 계약을 체결했다.[15]

스페이스엑스는 단열 타일과 날개가 없는 변형 스타십인 스타십 HLS(Starship Human Landing System)를 달착륙선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지구 저궤도에서 스타십 HLS는 여러 차례 다른 스타십으로 실어 나른 연료를 충전받아 달을 향해 날아간다. 우주인은 SLS발사체 실린 오리온 우주선을 타고 이용해 달 궤도로 날아가고, 달궤도에서 우주인은 스타십 HLS에 옮겨 탄 후 달에 착륙할 예정이다.[16] 스타십 HLS는 재사용하지 않는다.

주:

[1] “List of Falcon 9 first-stage boosters”,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Falcon_9_first-stage_boosters

[2] “Expenditure of NASA's Apollo Missions from 1968 to1972”, Statista,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1028322/total-cost-apollo-missions/

[3] “Inflation Calculator | Find US Dollar's Value From 1913-2023”, https://www.usinflationcalculator.com/

[4] “The Space Shuttle - NASA”, NASA, https://www.nasa.gov/reference/the-space-shuttle/

“Shuttle technical facts”, ESA, 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Human_and_Robotic_Exploration/Space_Shuttle/Shuttle_technical_facts

[5] 모노메틸하이드라진은 영하 52도에서 얼고 영상 87.5도에서 기화하고, 사산화이질소는 영하 11.2도에서 얼고 영상 21.7도에서 기화하기 때문에 저장이 용이하다. 두 물질 모두 독성이 강하다.

[6] “Orbital Maneuvering System”,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Orbital_Maneuvering_System

[7] “The Recent Large Reduction in Space Launch Cost”, H. W. Jones, https://ntrs.nasa.gov/api/citations/20200001093/downloads/20200001093.pdf

[8] 1967년 11월15일 마이클 애덤스(Michael Adams)는 로켓 비행기 X-15로 81km 상공까지 올라갔지만, 돌아오는 도중 비행기가 부서지면서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까지 포함하면 우주비행에서의 사망자수는 총 19명이다.

[9] “Space Shuttle Challenger disaster”,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pace_Shuttle_Challenger_disaster

[10] “Space Shuttle Columbia disaster”,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pace_Shuttle_Columbia_disaster

[11] “Buran programme”,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Buran_programme

[12] “SpaceX”,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paceX[13] “Capabilities & Services”, SpaceX, https://www.spacex.com/media/Capabilities&Services.pdf

[14] “Starship: Service to Earth Orbit, Moon, Mars and Beyond”, SpaceX, https://www.spacex.com/vehicles/starship/

[15] “NASA selects SpaceX to develop crewed lunar lander”, J. Foust, SpaceNews, 2021년 4월 16일

[16] “Artemis III: NASA’s First Human Mission to the Lunar South Pole”, L. Mohon, NASA, 2023년 1월 13일, https://www.nasa.gov/centers-and-facilities/marshall/artemis-iii-nasas-first-human-mission-to-the-lunar-south-pole/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