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부동산 가격·벌어진 임금 격차… "작은 사치는 위안"

연희진 기자 2023. 11. 2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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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유통가 성공 방정식 '프리미엄'] ②나를 위해선 '펑펑', 향수부터 위스키까지 '스몰럭셔리' 터졌다

[편집자주]한웃값 못지않은 가격대의 삼겹살을 프리미엄으로 포장한 음식점에 인파가 몰린 지 오래다. 아파트와 유모차 등에 프리미엄 이름을 단 마케팅과 문화는 일상 깊숙이 침투했다. 최근 소비에 가치를 투영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고가'보다 '고급'에 관심을 둔 '프리미엄 시장'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에도 활기를 더하는 프리미엄 시장을 조명해 봤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뜻하는 '스몰럭셔리'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 지방시 뷰티 매장에서 모델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출산율은 떨어지는데… '금쪽이' 키즈 패션은 호황
②치솟은 부동산 가격·벌어진 임금 격차… "작은 사치는 위안"
③'0.1%의 그사세' 백화점 VVIP의 쇼핑법

샤넬 립스틱, 에르메스 향수, 싱글몰트 위스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감당 가능한 선에서 명품 수준의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 트렌드를 두고 전문가들은 '스몰럭셔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스몰럭셔리는 작다는 뜻의 '스몰'(small)과 사치를 뜻하는 '럭셔리'(luxury)가 합쳐진 단어다. 명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작은 사치'로 가격 대비 만족감이 큰 것이 특징이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소비가 명품 중심의 '보복소비'였다면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소비는 스몰럭셔리가 대세다.

스몰럭셔리 구매가 주로 이뤄지는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카테고리별 매출 신장률을 살펴봤을 때, 명품에 비해 화장품과 향수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같은 기간 백화점 3사의 평균 명품 매출 증가율은 4.5%인 반면 화장품은 14.0%다. 백화점에 입점한 뷰티 브랜드는 고급 화장품으로 '샤넬 뷰티' 등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 라인도 많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가 지속됨에 따라 가성비(가격대비성능)와 가심비(가격대비만족감)를 추구하는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스몰럭셔리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며 "특히 명품 브랜드의 카드지갑이나 니치 향수, 위스키 등을 자신에게 선물하며 행복감을 쌓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만의 향' 찾는 사람들… 니치 향수 인기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뜻하는 '스몰럭셔리'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가 니치 향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F
화장품과 향수가 따로 집계되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올 1~10월 매출 신장률을 보면 ▲명품 8.3% ▲화장품 21.7% ▲향수 22.3%로 향수의 인기도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 역시 명품 매출 증가율은 5%대인데 비해 화장품은 10%, 향수는 15%다. 지난해보다 명품 대신 '작은 사치'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향수 시장은 고가의 니치 향수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니치 향수는 전문 조향사가 만든 프리미엄 향수를 말한다. 11개 브랜드의 향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관계자는 "스몰럭셔리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비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가격대는 높지만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향'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인기 니치 향수 브랜드들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국내에 니치 향수 브랜드 라인업이 다양화되고 있다. LF는 색다른 향을 찾는 마니아들의 수요에 대응하고자 브랜드를 지속 발굴하며 니치 향수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다. 니치 향수 브랜드 불리는 2016년 국내 론칭 이후 매출이 매년 평균 100%씩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프랑스 뮤직 퍼퓸 브랜드 '르 오케스트르 퍼퓸'을 론칭하며 향수 마니아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향수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 유민주씨(31·여)는 "니치 향수의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향으로 나를 표현하는 게 즐겁다. 가격대는 조금 있지만 세련된 디자인의 보틀(향수병)을 전시하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라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해외여행 중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국내에 많은 브랜드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개성 강한 싱글몰트 위스키도 대세



서울 바앤스피릿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위스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주류에서도 스몰럭셔리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고급 술'인 위스키가 큰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위스키 소비량은 전년 대비 45.9% 증가한 1420만리터(ℓ)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증가 폭으로, 세계 위스키 소비 증가율 평균은 8.5%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온라인 주류소매업체 위스키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한국의 위스키 주문량은 지난 5년 동안 91% 급증했다. 나머지 아시아 국가의 증가율은 15%에 불과했다.

위스키 중에서도 유독 싱글몰트 위스키가 각광받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한 곳의 증류소에서 만들어진 몰트(맥아)를 이용해 만든 위스키다.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섞어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생산량이 적고 만들기가 까다로워 비싼 편이다.

이에 대해 수입주류사 트랜스베버리지의 류호준 대표는 "주류 문화가 성숙해지면서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선택받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스몰럭셔리 소비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지나치게 높은 부동산 가격, 여전한 남녀 임금 격차, 양극화된 경제 등 한국 사회에 불만족 요소가 많다"며 "이들은 좌절을 완화해주고 자긍심을 올려주는 명품 소비를 통해 '작은 사치'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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