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스킴·번들플레이션까지…"정부 옥죄기에 부작용만 커져"

이상학 기자 2023. 11. 2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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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링크플레이션·스킴플레이션에 이어 이번엔 '번들플레이션'(Bundle+Inflation)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용량 묶음 상품의 개당 가격을 낱개 상품보다 비싸게 파는 식으로 눈속임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인플레이션 현상을 두고 정부의 가격 인상 압박이 초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부 압력으로 기업들이 당장은 가격을 동결하더라도 나중에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거나 편법을 써서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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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플레이션] <下> MB물가지수 도입 후 물가상승률 급등
"원자재 가격 안정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 찾기 나서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묶음 할인상품이 진열돼 있다. 2021.6.1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슈링크플레이션·스킴플레이션에 이어 이번엔 '번들플레이션'(Bundle+Inflation)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용량 묶음 상품의 개당 가격을 낱개 상품보다 비싸게 파는 식으로 눈속임하는 것이다. 묶음 상품이 더 저렴할 것이란 소비자 인식을 뒤집는 행태다.

번들플레이션은 주로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이뤄지고 있다. 제조사의 공식몰에서도 일부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기업들은 배송비와 쿠폰 적용가 등을 포함하면 묶음 상품이 더 저렴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인플레이션 현상을 두고 정부의 가격 인상 압박이 초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업 고유의 권한인 가격 책정을 정부가 통제하려고 들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취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이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파는 햇반과 비비고 육개장, 비비고 만두, 사골곰탕 등 주요 즉석식품 중 묶음 상품의 개별 단가가 낱개 상품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번들플레이션 외에도 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 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제품의 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중량을 줄이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비큐바', 동원F&B의 '양반김', 해태제과의 '고향만두', 풀무원의 '핫도그'가 대표적이다.

스킴플레이션은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의 '델몬트 오렌지 주스'가 과즙 함량을 대폭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델몬트 오렌지주스의 과즙 함량은 80%에서 45%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 번들플레이션 모두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의 고유 권한인 '가격 정책'을 통제하려들자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란 취지다.

이달 초 정부는 가공식품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는 전담 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각 부처 차관이 '물가안정책임관' 역할을 하도록 했다. '빵 서기관' '라면 사무관' '커피 주무관'이 생긴 것이다. 물가 상승이 심각해 밀착 관리하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업계를 압박해 가격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고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MB물가지수'를 도입했다. 밀가루·라면·지하철·버스·학원비 등 생활필수품 52개를 따로 선정해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특별관리하는 방식이었다.

정책 시행 뒤 3년간 MB물가지수는 20.42%나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2%)을 훨씬 앞질렀다. 정부가 가격을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반발력도 커져 한순간에 폭등세로 돌변하는 것이 물가의 생리다. 결국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해 부작용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 압력으로 기업들이 당장은 가격을 동결하더라도 나중에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거나 편법을 써서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원자재 가격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은 인건비를 포함해 모든 가격이 올랐음에도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마치 초등학생들 군기 잡듯이 하고 있다"며 "정부가 개별 품목 단계에서 가격을 관리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shakiro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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