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나는, 그리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세상은 선한 세상과 악한 세상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다. 혼재돼 있다. 사람도 선인과 악인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우리 내면에 섞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선한 세상과 선한 사람들만 갈망하고 왜 현실은 그렇지 않느냐고 원망하고 우울해하고 분노한다. 사회적 갈등과 사건, 개인적 신경증과 질병은 여기서 발원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이런 ‘부조리한 세상’(그게 현실인데) 속에서 힘들어 하는 어린이들과 상처받은 어른들을 위해 응원과 위로를 보내고 있다.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 소년 마히토는 1944년 태평양전쟁 중 도쿄를 떠나 아버지가 운영하는 군수공장 인근 저택으로 이사와 새 어머니(죽은 생모의 동생)와 함께 산다. 당시 일본은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야욕하에서 군국주의・파시즘이 최고조에 달한 사회였고, 소년은 시골 학교에 적응 못해 얻어맞고 이것이 분해 집에 오는 길에 돌멩이로 자기 머리를 내려쳐 자해하는 찌질한 아이였다.
소년은 숨막히는 현실을 탈출하고자 일본 특유의 환상세계로 넘어갔고, 거기서 현실세계보다 더한 난장판 세상을 경험하면서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현실 역시 서로 죽고 빼앗는 세계이고, 인간 군상 역시 어리석고 식욕과 생존욕에 충실한 환상세계 속 ‘앵무새’와 같은 존재들이지만 거기서 친구를 만들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제작진은 이 영화의 핵심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진정한 친구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평소 “’태어나길 잘했구나’, ‘살아 있길 잘했구나, 살아도 돼’ 하는 식으로 응원을 보내는 것이 문학”이라고 따뜻한 휴머니즘을 강조해 왔다.
# 얼마전 인터뷰에서 미야자키 감독은 이 영화에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했다.
“소년의 내면엔 아름다운 것도 있겠지만 굉장히 추한 것도 있겠죠. 아름다움과 추함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힘차게 넘어갈 수 있을 때, 그제야 세상의 많은 문제와 마주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이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그렇지 못한 추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꽁꽁 싸매거나 부정하지 않고 끄집어내 바라봄으로써 오히려 해방과 자유, 성장과 성숙을 느낄 수 있다. “아름답지 못한 나? 그래서 뭐? (so what?)”
프로이트로부터 시작된 현대 심리학은 자신의 아름답지 못함, 추함, 상처들을 더 이상 숨기거나 피하거나 억압하지 말고 드러내어 직면(直面)케 함으로써 치유의 길로 인도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덕수궁을 산책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을 비롯 강대국들의 놀이터가 된 구한말, 고종임금이 피난해온 이 궁터는 그때는 참으로 치욕스러웠지만 지금은 한류의 나라 코리아의 작지만 아름다운 궁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참으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연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생은 이런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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