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얼리 크리스마스’

송혜진 기자 2023. 11.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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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 성탄 마케팅 올인

‘이젠 크리스마스만 남았다.’

국내 유통·가전·자동차업체들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11월부터 성탄절을 앞세우는 ‘얼리(Early)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고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연말에 고객을 불러 모을 마지막 기회는 크리스마스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리가 ‘얼리 크리스마스’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9년 이전만 해도 11월은 보통 비수기에 속했고, 본격적인 성탄절 마케팅은 11월 말과 12월 초부터 시작됐지만, 최근엔 크리스마스 마케팅 시기가 계속 앞당겨져 올해는 11월 초부터 경쟁이 시작됐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업체별로 쏟아붓는 예산과 기획 상품의 수준, 할인 상품 구성과 할인 폭도 매년 더 커지고 있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엔데믹 이후 맞이하는 두 번째 크리스마스인 만큼, 소비자를 끌어모으기에도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백화점 3사가 크리스마스를 앞세워 고객 끌기에 나선 모습. 위쪽부터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의 미디어 파사드,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H빌리지’.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변신한 스타필드 코엑스 별마당의 모습. /신세계프라퍼티
경기도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형형색색의 일루미네이션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시몬스

◇너도나도 ‘얼리 크리스마스’

현대자동차는 이달 30일까지 2만4500대에 한정해 주요 모델 23종을 할인하는 행사를 펼치면서 ‘벌써 성탄절’ 마케팅에 동참한다. 전기차 가격은 모델 따라 최대 420만~700만원을 깎아준다. 일반 차량 중 그랜저는 최대 400만원 할인하고, 펠리세이드와 제네시스G80은 10%, 캐스퍼는 17%까지 할인율을 적용해서 판매한다.

삼성전자도 오는 30일까지 세탁기·에어컨·식기세척기·공기청정기 같은 인기 일부 가전 제품을 3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브랜드숍에선 냉장고·세탁기 등 두 가지 품목을 동시에 구매하면 최대 47%까지 할인한다.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는 이번 크리스마스 매출에 사활(死活)을 걸고 있다. 다들 지난 3분기에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씩 줄어드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만큼, 크리스마스 판매율을 끌어올려 4분기 실적을 반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1년 동안 준비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맞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픽=송윤혜

롯데백화점은 본점 앞 100m 거리를 따라 유럽의 크리스마스 상점 거리 풍경을 재현하는 전시물을 설치하고, 높이 15m까지 자이언트 트리도 세웠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에 375만개의 LED 칩을 사용한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했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 더현대서울 등에 120개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6000개 조명으로 꾸민 H빌리지를 조성, 하루 2000명씩 몰려들고 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도 ‘메리 크리스마스’ 같은 단어를 30여 나라 말로 번역한 것을 높이 13m 대형 서가에 미디어 아트로 채웠고, 11m 초대형 트리를 세웠다.

시몬스침대는 ‘엔드오브이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특정 매트리스를 최대 20%까지 할인하고, 신제품 프레임과 퍼니처·룸세트·베딩 제품도 최대 30%까지 할인한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도록 단장했다. ‘동화 속 캔디 마을’이란 주제에 맞춰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형형색색의 일루미네이션 조명으로 꾸며놓았다.

대형 마트도 ‘얼리 크리스마스’ 할인전에 뛰어들고 있다. 창고형 할인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20~26일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5종을 200∼500리터급 오크통 13개 물량으로 확보해 특가에 판매하고, 소고기와 돼지고기, 델리 상품과 자몽, 황금향 등도 행사가에 내놓기로 했다.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다음 달 말까지 각종 트리와 인테리어 용품 등 크리스마스 상품 350여 종을 균일가에 판매한다.

◇사라졌던 ‘캐럴송’ 틀고, 케이크로 맞붙고

크리스마스 케이크 경쟁도 벌써 시작됐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치솟는 물가를 감안해 1만원 이하의 미니케이크를 출시했다. ‘시나모롤 우유케이크’와 ‘쿠로미 초코케이크’ 2종을 6900원에 내놨다. GS25는 인기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과 협업한 케이크를 23일 6500원에 내놓는다.

고가(高價)로 승부하는 곳도 많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흰색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케이크를 17만8000원에, 하얏트호텔은 생크림 케이크 위에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얹은 모양의 케이크를 12만원에 내놨다.

크리스마스 캐럴송을 트는 곳도 늘고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 디지털음원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틀면 한국음반산업협회에 배상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한동안 상업 시설에선 캐럴송을 트는 것이 금기시돼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주요 백화점 3사 및 대형 유통 업체들은 저작권협회에 정기적으로 공연보상금을 지불하고 캐럴송을 들려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은 입구에서부터 캐럴송을 틀고 고객을 맞는다. 이 업체들은 “저작권협회에 정기적으로 공연보상금을 지불하고 캐럴송을 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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