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원전이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2027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66%의 확률로 1.5°C 기준점을 넘을 것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WMO는 지난 2020년부터 향후 1년 안에 ‘1.5°C 기준점’이 깨질 가능성을 줄곧 계산해 발표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5년 안에 기준점이 깨질 가능성이 20% 미만으로 예측됐으나, 지난해 50%까지 증가했으며, 올해 다시 66%로 상승한 것이다(BBC, 2023년 5월 18일).
지난 8월초 미국 플로리다 해수 온도가 38.4°C로 세계 바닷물 온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예년보다 20°C 높은 한겨울 기온 30.1°C를 기록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이제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가 아니라 ‘지구고온화(Global Boiling)’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023년 7월 28일). 기후위기로 홍수와 태풍, 감염병, 폭염 등 총체적 재난이 빈발하고 있다.
서울경제(2023년 11월 11일)는 ‘12만5000년 만에 ‘가장 더운 1년’ 보냈다…기후위기 심각’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11월 9일 기후변화 연구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전(1850∼1900년)보다 1.32°C 올라 역사상 ‘가장 더운 12개월’로 기록됐다. 또한 지난 11월 8일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올해 10월 평균기온이 1800년대 후반과 비교해 1.7°C 높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0월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시대, 온실가스 감소를 위해 무엇보다 청정한 에너지원 확보가 절실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노후원전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추진 등 ‘원전폭주정책’을 내세우며 그것도 탄소중립정책의 일환임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원전이 기후위기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환경운동연합 보도자료(2021년 9월 7일) ‘[에너지진짜뉴스 Q&A 특별판] #원전은_기후위기의_대안이_아니다’는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 채굴과 농축, 가공의 단계부터 원전 건설과 운영, 해체 그리고 핵폐기물의 보관, 운반, 처리 등 전 과정에 걸쳐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마크 Z. 제이콥슨의 「모든 것을 위한 100%클린, 재생가능에너지 그리고 저장장치(100% Clean, Renewable Energy and Storage for Everything)」에 따르면 원전의 건설, 운영, 해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원전은 100년 동안 78~178g-CO2eq/kWh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또한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전보다 재생에너지가 더 효과적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올해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된 영국 서섹스대와 독일 국제경영대학원(ISM)의 연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원전에 비해 7배나 강력하다. 이는 탄소배출원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원전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제이콥슨은 오히려 ‘원전이 온실가스의 기회비용 배출을 발생시킨다’고 강조한다. 온실가스의 ‘기회비용 배출’이란,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10~19년으로 매우 길어 이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와 같은 다른 발전원을 통해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는 의미인데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로 발전할 경우 64~102g-CO2eq/kWh의 온실가스를 절감할 수 있어, 이는 원전의 ‘기회비용 배출’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오히려 원전을 줄여야한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출력변동에 따라 유연한 전력 공급조절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의 전기 생산량에 따라 기존 발전소들의 출력을 줄이거나 늘려야 하는데 원전은 수시로 출력을 조절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라는 한계가 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원전의 불시정지가 빈번해지는 것도 문제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서는 원전은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의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 재생에너지원 사용 비중 목표를 40%로 확대하였다(Fit for 55=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안 패키지, 2021년 7월 14일 발표). 그 중에서도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의 6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스위스는 2018년 발표한 ‘에너지전략 2050’을 통해 2034년까지 5기의 원전을 모두 폐쇄하고 신규원전 건설을 금지하며,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11,400GWh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로 인해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원전은 괜찮을까?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은 원전의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 2018년 기록적 폭염으로 프랑스는 냉각수로 사용하는 강물 온도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페센하임 원전 4기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핀란드 로비사 원전도 냉각수로 사용하는 발트해 수온 상승으로 원자로 출력을 낮췄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dl(2018년 7월 27일)은 ‘폭염이 핵발전소를 곤경에 처하게 하다(Hot Weather Spells Trouble For Nuclear Power Plants)’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유럽의 원전들이 평소보다 따뜻한 바닷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기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독일의 발전소들이 장기간 폭염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 폭염은 스칸디나비아와 영국 제도에서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지중해 연안을 따라 치명적인 들불을 악화시키고 있다. 기온은 스웨덴, 핀란드, 독일의 많은 지역에서 32.2℃가 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으며 바닷물 온도는 23.9℃로 비정상적으로 높다. 핀란드 로비사 원전은 2017년에 핀란드 발전량의 10%를 생산했다. 이 발전소는 2010년과 2011년에도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인해 전력 생산을 감축했었는데 올해 열파는 그때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우려하는 과학자연맹(UCS)’은 2011년 보고서에서 더 따뜻한 바다는 원전의 효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 기간에는 원전은 가동 효율이 낮아지고 냉방용 전력 수요가 증가하여 이중으로 압박받게 된다. 냉각체제가 작동할 수 없으면, 원전은 어쩔 수 없이 가동을 중지하거나 발전량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우리 원전도 폭염이나 이상 기후현상으로 해수온도가 기준보다 상승할 경우 출력을 줄이거나 가동을 정지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해양생물 때문에 원전이 멈추는 사례도 있다. 해양생물 ‘살파’ 때문에 2021년 3월과 4월 두 차례나 한울1?2호기의 가동이 중단되었다. 살파가 원전의 취수구에 대량 유입되었기 때문인데 살파는 독도 주변과 남해에 서식하는 대형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해수온도가 높아질수록 더 쉽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이 심화될수록 살파와 같은 해양생물이 유입할 위험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원전에서 나오는 온배수가 기후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한다. 원전은 우라늄을 핵분열시켜 발생한 열량의 1/3만 사용하고, 나머지 2/3 열량은 냉각과정으로 바다로 버려진다. 이때 원전 1기는 초당 50~70t의 바닷물을 사용해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고, 7~9℃ 데워진 온배수를 바다에 배출한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버려지는 온배수가 해양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바닷물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시켜 지구온난화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대부분이 바닷물에 녹아있기에 바닷물을 데우면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으로 나오게 된다. 탄산음료를 가열하면 이산화탄소가 거품이 돼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는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2011)에서 “이런 면에서 원자력발전소를 발전소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됐으며 오히려 ‘바다 데우기 장치’라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늘어나는 기상이변에 원전은 안전할까? 우리나라 원전은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지난 2020년 9월 3일에는 태풍 마이삭, 9월 7일에는 태풍 하이선으로 고리와 월성원전 8기가 일제히 가동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리 3?4호기에서는 침수사고가 발생했으며, 2020년 7월 23일 내린 비 때문에 송전 설비 두 곳이 물에 잠기는 사고가 발생했고, 신고리3호기 일부 시설에서는 격납 건물 콘크리트벽에 공극(구멍) 두 곳이 발견되기도 했다(원자력안전위원회 정책브리핑, 2023년 9월 25일).
이처럼 원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그린피스 최태영(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오피서)은 ‘원전, 과연 기후위기의 대안일까요?(2021년 7월 22일)’라는 글을 그린피스 홈페이지에 올렸다.
원전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될까? 결론은 원전은 건설에만 10년 걸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전기 생산의 37%에 해당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원전으로 대체하려면 지금 가동 중인 원전 24기를 2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원전 밀집도 세계 1위, 개별 원전부지별 밀집도 및 규모 세계 1위, 원전 규모 대비 30km 반경 인구수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원전을 추가하는 것은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소형모듈원전(SMR)이란 차세대 기술을 실현하면 기존에 있던 안전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SMR은 상용화는커녕 실증도 되지 않은 기술이다. 현재 속도로 최대한 빨리 개발해도 2035년 후에야 상용화가 가능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대신에 대안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라는 것이다.
태양광발전소의 핵심 부품인 태양광모듈의 가격은 지난 10년간 약 10분의 1 수준까지 낮아졌고 국내 태양광발전 비용은 지난 4년 새 17.3% 하락했으며, 2030년에는 지금보다 30% 이상 더 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작년 10월 “태양광 발전이 전력 생산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여러 국가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등은 이미 전력 생산의 30~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발간한 「2016 신재생에너지백서」에 따르면, 국내 일사량 및 풍량 등 자연조건과 이용 가능한 국토 면적을 고려했을 때 연간 생산 가능한 재생가능에너지 양은 약 12,167TWh에 이른다. 이는 지리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산지, 철도, 도로, 기타 설비제한구역(문화재보호구역, 환경보호지역 등) 등을 제외한 지역에서 생산 가능한 전력량을 계산한 것으로, 우리나라 연간 전력 소비량의 20배 이상이 되는 발전량이라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원전을 연구한 영국의 환경운동가 조나단 포리트(Jonathon Porritt)는 “1974년부터 원전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분석을 해본 결과, 우리가 직면한 문제(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단으로 원자력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진실은 간단하다. 우리는 원자력을 21세기가 되면 점점 사라지게 될 20세기 기술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2023년 5월 18일)는 ‘기후위기 시대 원전은 대안일까, 더 큰 위험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5월 12일 핵폐기물 관련 정부 자문관을 지냈던 앤디 블로어스 오픈유니버시티 교수(지리학)의 말을 인용해 영국 원자력발전소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블로어스 교수는 최근 ‘도시·국가계획학회’ 학술지에 “정치인들은 원전을 건설하는 주된 이유로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저탄소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들지만, 기후위기가 원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썼다. 원전 대부분이 해안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심각한 폭풍, 홍수 가능성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을 우려한 것이다. 블로어스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환경이 급변했는데도 원전을 어디 지을 것인가 고려하는 수준은 1980년대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종합적인 차원에서 볼 때 원전추진파들은 원전은 발전할 때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원전은 전체 과정을 보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유는 원전에서 원자로를 가동시키려면 우라늄광산에서 우라늄을 채굴하는 단계에서부터 그것을 제련하고 핵분열성 우라늄을 농축하고 원자로 안에서 태울 수 있도록 가공해야 하는데 이 모든 단계에서 방대한 자재와 에너지가 투입되고, 방대한 폐기물이 남기 때문이다. 또한 원자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도 방대한 자재와 에너지가 필요하고 운전하기 위해 또다시 방대한 자재와 에너지가 필요하며, 또한 각종 방사성핵종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 방대한 자재들을 공급하고, 시설을 건설하고, 운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화석연료가 사용되는 것이다. 결국 원자로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원전업계는 원자력을 ‘청정에너지’ 운운하며 대대적으로 선전 홍보를 하고 있어 대부분이 그런 양 알고 있다. 원전은 기후위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기후위기시대에 취약하고 불안한 에너지원이며, 오히려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위험한 에너지’인 것이다. 전 세계가 지향하는 재생에너지의 길로 가는데 장기적으로 방해가 되는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에너지정책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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