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로절린 여사 별세…향년 96세
카터 전 대통령과 77년 해로, 미 최장기 퍼스트 커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로절린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카터 센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신 건강, 간병, 여성 권리의 열정적인 옹호자였던 로절린 여사가 19일 오후 2시 10분 플레인스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면서 “그녀는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치매 진단을 받고 투병해 온 로절린 여사는 지난 2월부터 자택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왔다. 피부암을 앓아온 남편 카터 전 대통령(99)도 같은 시기에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로절린 여사는 1927년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 플레인스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둘은 1945년 해군사관학교 생도였던 청년 카터가 잠시 집에 돌아왔을 때 데이트를 시작했고 1946년 결혼했다.
카터 부부는 77년간 결혼생활을 해왔으며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결혼한 대통령 부부다.
로절린 여사는 1976년 남편의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야심 차고 결단력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친절한 태도로 ‘강철 목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77~1981년 영부인 시절에는 ‘공동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실제 그는 1977년 남편을 대신해 남미 7개국을 홀로 순방하며 인권, 소고기 수출, 무기 감축, 비무장화, 마약 밀매, 원자력 에너지 등의 사안을 협의했다. 각료 회의에도 참석하고,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발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로절린 여사는 의례적인 영부인 역할에 머물지 않기로 결심했고, 대통령과 그의 정책의 연장 선상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고인은 카터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배우자로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퇴임 이후에는 인도주의 활동을 함께 했다. 그는 특히 미국인의 정신 건강을 돕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고 의료 지원, 인권, 사회 정의 및 노인 지원 프로그램과 관련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로절린 여사는 남편과 함께 설립한 카터 센터에서 정신건강 관련 연례 심포지엄 의장을 맡았으며 정신 질환자와 노숙자를 돕기 위한 모금 행사도 진행했다. 또 간병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촉구하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로절린은 내가 이룬 모든 것에서 동등한 파트너였다”면서 “그녀는 내가 필요할 때 조언과 격려를 해주었다. 로절린이 세상에 있는 한 나는 누군가 항상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각계 인사들도 일제히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과 로절린 여사 부부가 백악관에 “품위를 가져다 줬다”면서 “상상해보라, 그들은 77년 동안 함께였다. 신이 그들을 축복하길”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자신이 영부인이던 시절 로절린 여사가 종종 자신에게 조언을 해줬다며 “오늘 우리 부부는 전 세계와 함께 영부인이자 독지가, 다른 이들을 북돋아 주는 데 자신의 삶을 바친 옹호자인 그의 엄청난 유산을 기릴 것”이라고 전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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