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불 땐 뜨끈한 쌍화차를…정읍 450m 특화거리 활기

박임근 2023. 11. 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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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내장산 늦단풍 보러 왔다가 들렀어요. 날이 추워서 그런지 쌍화차의 깊은 맛이 더 생각나더라고요."

전통찻집들이 밀집한 이곳은 정읍 쌍화차거리다.

9년 동안 쌍화차거리에서 찻집을 해온 김미자(64)씨는 "정읍 쌍화차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해서 약재 선정을 까다롭게 한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약재를 골라 설탕과 첨가제를 넣지 않고 정성껏 달이는 게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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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시, 2025년까지 30억원 들여 지역특화산업 육성
전북 정읍 쌍화차거리 찻집에서 내놓은 쌍화차와 주전부리. 정읍시 제공

“전주에서 내장산 늦단풍 보러 왔다가 들렀어요. 날이 추워서 그런지 쌍화차의 깊은 맛이 더 생각나더라고요.”

16일 오후 전북 정읍시 새암로의 한 찻집에서 만난 신다재(43)씨가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말했다. 한약재 향으로 가득한 찻집 안에선 차분한 1970년대 포크 가요가 흘렀다. 한집 건너 다른 찻집에서 만난 이희진(66)씨는 “감기 기운이 있으면 종종 찾아오는데, 제대로 된 한약재를 넣어 만들기 때문에 신뢰가 간다. 가래떡 같은 주전부리도 있어 좋다”고 했다.

쌍화차거리 앞을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박임근 기자

전통찻집들이 밀집한 이곳은 정읍 쌍화차거리다. 장명동 정읍세무서에서 정읍경찰서로 이어지는 450m 구간에 18곳의 쌍화차집이 양옆으로 자리한다. 1980년대에 문을 연 전통찻집 하나가 단골손님을 끌어모으자 비슷한 가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며 쌍화차 특화 거리가 생겨났다. 최근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명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몰려든다. 현재 정읍에는 쌍화차거리 18곳을 비롯해 44곳의 전통찻집이 성업 중이다.

쌍화차는 한약인 쌍화탕을 순화해 차로 만든 것이다. 쌍화(雙和)는 음기와 양기가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보음(補陰) 약재인 숙지황이 들어 있어 예로부터 보약으로 대접받았다. 요즘도 감기몸살 환자들이 약국에 가면 감기약과 함께 병에 든 쌍화탕을 내주는 곳이 많다.

정읍 쌍화차거리 위치도. 정읍시 제공

정읍 쌍화차거리의 쌍화차는 묵직한 곱돌로 만든 찻잔에 담겨 나온다. 곱돌은 보온성이 좋아 차를 다 마실 때까지 온기가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숙지황과 당귀 등 20가지가 넘는 한약재를 달인 뒤 밤·대추·은행 등의 견과류를 얹어 내놓는데 구운 가래떡과 조청, 누룽지, 구운 고구마와 달걀 등 다양한 주전부리를 곁들이기도 한다.

쌍화차의 주재료인 지황은 정읍이 주산지다. 옹동면 일대에서 생산하는 지황은 기후와 토질 덕분에 조직이 단단하고 저장력과 약의 성분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읍시는 농림축산식품부 공모 사업인 ‘지황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조성사업’을 통해 2022~2025년 사업비 30억원을 들여 지역특화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할 계획이다. 재배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현장지도와 교육 서비스도 지원한다. 지황 재배 면적은 올해 50㏊(90농가)인데, 2030년에는 80㏊로 늘리려고 한다.

쌍화차거리 찻집에서 손님들이 쌍화차를 즐기고 있다. 정읍시 제공

9년 동안 쌍화차거리에서 찻집을 해온 김미자(64)씨는 “정읍 쌍화차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해서 약재 선정을 까다롭게 한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약재를 골라 설탕과 첨가제를 넣지 않고 정성껏 달이는 게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정읍 쌍화차거리의 쌍화차. 정읍시 제공
쌍화차를 달이고 있는 모습. 정읍시 제공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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