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해인 “‘나의 피투성이 연인’ 강한 끌림 있었죠”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skyb1842@mkinternet.com) 2023. 11. 2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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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인은 ‘나의 피투성이 연인’ 시나리오에 본능적으로 끌렸다고 말했다. 사진|수프로젝트
묘한 분위기가 목소리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의 재이처럼, 혹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시선을 끄는 배우 한해인(34)을 만났다.

한해인은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감독 유지영)에서 소설가 재이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 작품은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서로 다른 삶을 지향하게 된 연인이 일그러져 가는 과정을 담았다.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프록시마 그랑프리상를 수상했다.

한해인은 ‘나의 피투성이 연인’ 출연 계기를 묻자 “유지영 감독과 사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독립 영화 작업하면서 인사만 한두 번 정도 했다. 어느 날 연락과 함께 시나리오를 줬다. 평소엔 시나리오를 받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스타일인데, 이 작품은 본능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강한 끌림이 있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그것에 앞서 시나리오가 가진 에너지가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질지 궁금했다. 캐릭터에 공감되는 지점이 있었고 이 에너지의 흐름을 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타협하지 않고 지독하게 밀어붙이는 에너지가 있는 영화다. 오히려 마음껏 힘들 수 있어서 편한 부분도 있었다. 재이를 연기하면서 차디찬 감정을 만나야 해서 쓸쓸하고 외로운 부분이 있었지만 지독하게 파고들고 마음껏 힘들어하고 불안해하고 예민할 수 있는 이유가 생겨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졌던 것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해인이 재이와 비슷한 점을 찾아가며 역할에 몰입해갔다고 말했다. 사진|수프로젝트
한해인은 캐릭터와 자신의 비슷한 점을 연결해 나가며 캐릭터를 만들어 갔고, 미세한 목소리 떨림까지 생각하며 ‘나의 피투성이 연인’의 재이가 되고자 노력했다.

그는 “재이는 자신이 가진 욕망이나 그 이면이나 두려움, 공포 이런 것들을 굉장히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오히려 드러내면서 그 감정을 직면하고 싸워나가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어떤 상황의 대처 방법이나 반응이 저와는 다른 인물이지만,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갈등이나 자아실현에 대한 욕망은 공감되는 게 많았다. 자신이 지키고 싶은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는 분명히 있다거나 내면에 집중하는 부분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여성으로 결혼 임신 출산에 대한 고민과 막연한 공포 등도 공감이 됐다. 저와 비슷한 부분을 연결해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갈등 상황에서 반응은 저와 다른 면이 있더라. 저는 똑같은 감정을 느끼더라도 참는 스타일이라면 재이라는 캐릭터는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해서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만족감을 느낀 것 같다”며 “출산 경험이 없어서 유튜브를 통해 임산부 브이로그나 다큐를 많이 찾아보며 신체적 변화 등을 공부해 갔다. 실제 활동하고 계신, 여성 창작자들의 인터뷰를 그분들의 분위기 등을 관찰하며 참고했다”고 밝혔다.

“재이라는 인물은 세상을 직시하려는 태도가 몸에 박혀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졌다. 직업적으로 이 사람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뿐만이 아니라 기질 자체가 세상의 일이나 감정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온전히 흡수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저는 목소리에 그 사람이 가진 내면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고 믿는다. 그래서 재이라면 어떻게 말할지부터 시작해서 톤까지 고민했다. 저음으로 하면 너무 단단해보일 것 같아서 미성에 가까운 얇은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에서 이 사람의 예민함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에서 함께 극을 이끌어간,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이한주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예전에 단편 영화를 같이 한 적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어색하진 않았다. 마음이 열린 채로 시작했고 오빠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줘서 함께 촬영할 때 의지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또 유지영 감독에 대해서는 “이 작업을 하면서 어떤 사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하지 않았다. 촬영 현장에 들어가고 끝나고, 종종 영화 때문에 만나서 얼굴을 뵙게 될 때마다 느끼는 건 말하지 않아도 감독님이 가고 싶은 방향이나 하고 싶었던 것들이 이런 부분이었다는 걸 이해하게 되더라. 말하지 않아도, 든든한 힘이 되는 경험을 했다”며 애정을 보였다.

한해인은 가면을 벗겨내고 조금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수프로젝트
지난 2016년 영화 ‘모모’로 데뷔한 한해인은 영화 ‘합의’ ‘나와 당신’ ‘증언’ ‘차대리’ 등에 출연했다.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혜정 역을 맡아 깊이감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한해인은 ‘독립영화의 여제’라는 표현에 손사래를 치며 “항상 모든 작업이 그렇다. 완벽을 정의내리기 힘들지만, 완벽에 가까운 걸 만들어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쉬움이 생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음에도 만족보다는 부족한 것이 더 잘 보이니까. 그런 부분에서 재이처럼 집착하거나 조급해지는 순간들이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집착할수록 힘들어지고 원활하게 작업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가면서 마음의 균형을 맞춰나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제가 원한다고 해서 작품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연이 따라줘야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예전에 가고 싶은 방향대로만 가길 원하고 집착했다. 이제는 다 열어놓고 내게서 이러한 면을 발견해준다면 거기에 마음을 열고 시도하고 도전해보고 싶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배우라는 직업을 두고 ‘가면을 쓴다’고 하는데, 어쩌면 가면을 벗는 일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만날 때, 혹은 자신을 볼 때도 내가 만들어놓은 모습이 있지 않나. 오히려 내가 쓴 가면을 벗어버릴 때 어떤 인물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꾸며내고 더해가는 방식보다 제 자신을 벗겨내고 조금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다. 유일무이한, 저만의 색깔을 분위기를, 가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웃음)”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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