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농업, 게임 체인지의 처음과 끝

관리자 2023. 11.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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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영향권으로부터 자유로운 분야가 없다.

AI 시대에도 농업의 진화 알고리즘은 어김없이 돌아간다.

농업과 AI의 결합은 농업혁신이다.

2023년에도 농업으로 AI 스타트업 100에 진입한 기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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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 시작되자 정주사회 등장
이후 문자 발명되고 기술혁신
산업·정보혁명 속 생존한 ‘농업’
AI 시대 진화 알고리즘 발동돼
‘농민·AI’ 손잡을 기회 열어줘
노동↓ 여유↑ ‘창조 농업’ 날개

인공지능(AI)의 영향권으로부터 자유로운 분야가 없다. 대화형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확산으로 AI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18세기 산업혁명이 새로운 시대를 연 최초의 ‘게임 체인지(game change)’라고 말한다. 당시 범용기술(GPT·General Purpose Technology)은 증기기관이었다. 경제학자들이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챗GPT(지피티)와 같은 초거대 생성형 AI가 새로운 GPT가 돼 산업혁명을 능가하는 게임 체임지를 몰고 올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역사가들이 게임 체인지로 보는 사건은 산업혁명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역사 전도사로 불리는 진노 마사후미는 ‘인류’를 ‘인간’답게 만든 생산혁명을 가져온 농업을 최초의 게임 체인지로 꼽는다. 농경(農耕) 이전 인류는 수렵·채집으로 먹고살았다.

수렵·채집에 필요한 큰 활동 면적과 분산 거주는 농경이 시작되자 상대적으로 작은 활동 면적과 모여 사는 정주로 바뀌었다. 농경이 요구하는 석기혁신이 일어났다. 농작물의 저장·보급·조리를 위한 토기, 농경의 효율화를 위한 가축화·목축이 생겨났다. 정주 인구 증가는 이후 도시국가의 씨앗이 됐다. 정주 사회의 관리는 문자 발명으로 이어졌다. 문자는 지식의 공유와 축적으로, 이는 또 연쇄적 기술혁신으로 연결됐다. 이후 실용성·내구성을 갖춘 금속기, 지역적으로 편재된 소재 공급을 위한 원격지 교역, 조선기술의 발달이 차례로 나타났다. 농업은 인류 최초의 위대한 게임 체인지였다.

농업은 산업혁명 시대에도, 정보기술(IT)혁명 시대에도 살아남았다. AI 시대에도 농업의 진화 알고리즘은 어김없이 돌아간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이전에 없던 결합(new combination)’을 하려면 새로운 주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곧 ‘혁신(innovation)’이다. 농업과 AI의 결합은 농업혁신이다.

농업혁신을 이끌어갈 새로운 주역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코리아 AI 스타트업 100’에 3년 연속 선정됐다. 2023년에도 농업으로 AI 스타트업 100에 진입한 기업이 나왔다. 농작물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다루는 아이오크롭스(ioCrops)다. 창업자 조진형 대표는 포스텍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스마트팜을 연구하며 직접 토마토농사를 지었다. 2020년 네덜란드 ‘세계농업인공지능대회(AGC)’에 한국 디지로그팀으로 출전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고 AI·로봇이 농민을 모조리 대체할 것이라고 미리 단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인간이 역사의 주체라는 믿음이 확고하다면 미래는 인간이 결정한다. 그런 관점에서 농업혁신의 또 다른 주역은 스스로 변신하는 기존 농민들이 될 것이다.

초거대 생성형 AI는 ‘인간 농민’이 ‘AI 농민’과 손잡을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인간 농민이 AI 농민과 협업하면 농민이 두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인간 농민의 생산성이 그만큼 올라갈 것이다.

AI 시대 노동과 레저의 배분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24시간 일할 수 있는 AI 농민은 인간 농민의 노동을 크게 줄여주는 대신 레저를 크게 늘려줄 것이다. 인간 농민의 여유 시간은 ‘창조 농업’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창조 농업은 지리적 제약이 전혀 없는 ‘초연결 농업’이 될 것이다. 농민 1인당 헥타르(㏊)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중요한 ‘첨단 지식 농업’이 될 것이다.

역사적 게임 체인지는 처음도 그랬지만 그 끝도 농업일 가능성이 높다. 새로이 등장하는 농민이든, 자기 변신을 하는 기존 농민이든 자유의지를 갖고 AI로 무장한다면 그들이 주인공이다.

안현실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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