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5일간 교전 중단·인질 50명 석방 합의”… 백악관은 부인

조성호 기자 2023. 11. 20.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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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협상 어디까지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의 가족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며 예루살렘까지 행진하고 있다./AP 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 200여 명의 석방을 위해 양국과 중재국 등이 나서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이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며 조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하지만 협상을 중재 중인 미국이 이런 보도를 즉시 부인하고 나서면서 막판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WP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5일간 교전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합의에 근접했다고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과 카타르가 협상에 참여해 중재 중인 가운데 인질 석방 협상이 거의 타결됐다고 전했다.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한 합의 조건은 총 여섯 쪽으로, 하마스는 최소 5일간 전투 작전이 중지된다는 전제하에 매일 일정 수의 인질을 석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렇게 해서 여성과 어린이를 위주로 50명 또는 그 이상을 풀어주겠다는 계획이다. 교전 중지 시기엔 연료나 구호 물품을 외부로부터 가자지구 내로 반입할 수 있고, 실제 교전 중지가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공에서 감시한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담겼다고 WP 등은 전했다.

WP 보도 직후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일시 교전 중지에 대한 최종 합의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질 석방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았음을 시사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교전 중지’에 대한 이스라엘 측의 반대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국내에선 ‘인질들이 하루빨리 석방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만, 일부 강경파들은 인질을 두고 하마스와 거래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할 당시 ‘하마스 궤멸’이라는 목표를 천명한 만큼 한 발 물러서 하마스와 협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로이터는 “교전이 중지되고 구호물품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될 경우, (이스라엘의 총공세를 받고 있는) 하마스가 전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꼴이 될 것이란 우려가 이스라엘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하마스 또한 협상 타결을 위해서 그동안의 요구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는 그간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위해선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을 이스라엘이 석방하라고 요구해왔지만, WP가 보도한 협상안에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자지구 상공에 이스라엘 드론(무인기)을 띄우지 말라는 하마스의 요구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에 대한 감시가 중단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전해졌다.

협상을 중재해 온 미국과 카타르는 난감한 입장이다. 표면상 미국과 카타르는 각각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국은 이른바 경찰국가(미국), 협상의 중재자(카타르)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면 두 나라 모두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약 10명의 자국민이 인질로 잡혀있기도 하다.

카타르도 이번 협상이 틀어지면 그동안 자청해온 ‘중동의 중재자’ 역할이 흔들릴 수 있다. 미 주간지 뉴요커에 따르면 카타르는 2014년 이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을 가자지구에 지원했고, 2012년부터는 이스라엘과 일부 미국 강경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도 도하에 하마스의 해외 정치 사무소를 운영하도록 허용했다.

카타르는 이 같은 ‘전방위 외교’를 통해 입지를 다진 후 미국 등 서방국과 중동 이슬람 국가들 간에 다리를 놓는 데 역할을 하고자 도모해 왔다. 예를 들어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 단체와는 협상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카타르를 통한 협상을 시작했다. 2014년 시리아에서 알카에다에 납치된 미국인 기자가 카타르 중재로 풀려났고, 지난달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러시아에 납치됐다가 돌아올 때도 카타르가 관여했다.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미국 정부의 인질 구출 책임자였던 크리스토퍼 오리어리는 뉴요커에 “카타르는 올해 초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인질 위기 시뮬레이션에 미국의 주요 유럽 동맹국 및 파이브아이스(미국·영국·뉴질랜드·캐나다·호주로 구성된 영어권 정보 공유 동맹체)와 함께 언급될 정도로 매우 중요한 국가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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