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간신히 받았어요” 울상…‘먹통 행정망’ 소송때 승산은

최예빈 기자(yb12@mk.co.kr), 한우람 기자(lamus@mk.co.kr) 2023. 11. 1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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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일자는 수기로 받기도
먹통피해 줄소송 가능성 커
“손해입증 어려워 승산 낮아”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관련 복구 상황 등을 점검하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초유의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로 부동산·금융 거래에 차질이 생기면서 시민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각 행정기관과 금융기관마다 임시방편으로 업무처리를 했지만 그럼에도 피해가 발생했다면 개인별·단체별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원24가 마비되면서 은행 창구에서 찾아온 첫 혼란은 신분증 진위 확인이었다. 일단 은행권은 운전면허증 등 복수의 신분확인증을 활용해 주민등록증이 위조된 것인지 여부 등을 체크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했다. 위조 신분증으로 은행 거래를 할 경우 금융실명제법에 저촉된다.

실무적으로 가장 큰 혼란이 찾아왔던 분야는 전세대출이었다. 전입신고, 확정일자 기재 등의 업무 관련 전산이 막혔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절실함을 감안해 일단 대출을 내주고 다시 영업이 재개되는 월요일에 법적 관리 관계를 따져볼 예정”이라며 “전산 마비가 천재지변 등의 사유로 구분되는지 등을 확인해 다른 채권 대비 선순위 대응력이 인정될 지 여부를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주민센터에서는 전산 마비로 인해 확정일자 등 업무를 수기로 먼저 기입한 뒤 추후 전산 입력 과정을 밟아나가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가족이 은행 업무를 대리인 자격으로 보거나, 미성년자 자녀 계좌를 개설하는 업무 등은 정부 전산이 복구되야 다시 가능해질 전망이다.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은 수기 발급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에도 서류 발급에 문제가 생겨 손해가 발생했다면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손해 입증이 어려워 소송을 걸더라도 승소하기 어려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광석 로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손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지만 입증하더라도 배상 책임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행정망 마비에 불법행위 등 통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원인이 있지 않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해와 원인 간에 인과관계도 증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병택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도 “개인마다 상황이 너무 달라서 단체로 소송을 걸기 쉽지 않고 일괄적으로 위자료를 청구한다고 해도 실익이 있는 금액이 인정될 것 같지 않다”며 “그다지 성공 가능성이 있는 소송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로 소비자들이 제기한 첫 손해배상소송에서도 법원은 카카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남부지법 민사32단독 이주헌 판사는 지난 8월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 6명이 카카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카카오톡 서비스 중단으로 원고들에게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는 정신적 고통이 발생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고들이 카카오특 등 관련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의 이용자임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과관계가 입증돼 국가 책임이 인정된 손해배상 소송도 있다. 대표적으로 2017년과 2018년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꼽을 수 있다. 해당 사건에서도 지열발전사업과 지진의 인과관계를 두고 다퉜는데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라고 봐 국가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일괄적으로 정부가 보상을 지급하는 방안도 언급되지만 현실성 있는 대안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 서비스인 만큼 지급 범위를 특정하는 것도 어렵고, 막대한 세금을 들여 일괄적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것도 불필요한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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