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 히어로가 나온다···‘라바’ 감독의 새 애니 ‘히어로 인사이드’[인터뷰]

고희진 기자 2023. 11. 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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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북에서 ‘히어로’ 소환하는 소년이 주인공
크라잉맨 등 히어로 캐릭터 100명…‘진생맨’도
남미 먼저 공개, ‘HBO Max TV쇼’ 부문 5위
제작비 200억, 글로벌 시장선 “독립영화” 규모
<히어로 인사이드> 포스터. 밀리언볼트

히어로를 소환할 수 있는 코믹북이 있다. 13살 소년 마이크가 이 중 하나를 손에 넣는다. 마이크처럼 책을 읽어 히어로를 현실 세계로 불러내는 이들을 ‘리더’라 부르는 세상, 애니메이션 <히어로 인사이드>의 무대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라바> 시리즈를 창작한 맹주공 감독이 참여한 작품이다. 국내 작품으로 흔치 않게 처음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획됐다. 맹 감독을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 밀리언볼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국내에선 지난 8일부터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현재 2회까지 방영됐다. 라바가 그러했든 굳이 말하지 않으면 한국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먼저 선을 보인 곳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이다. 공개 일주일 후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세계 ‘HBO Max TV쇼’ 부문 5위에 올랐다. 올해 말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 등 100여국에, 내년엔 최대 시장인 북미에 선 보일 예정이다.

맹 감독은 “한국 시장이 좁지 않나.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글로벌로 가자고 생각하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CJ ENM과 라바 제작사인 투바앤을 나와 맹 감독이 설립한 밀리언볼트에서 공동 기획했지만, 메인 작가로 미국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에 참여한 제이크 골드먼을 기용한 것은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해외로 나가려다보니 영어로 만들었다. 그들의 감성을 담아야하고, 대사를 ‘잘 치는’ 작가를 구해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에이전시를 통해 유명한 작가들을 여럿 인터뷰 했는데, 제이크 골드먼이 적격이었다. 현재 골드먼을 포함한 작가팀에서 시즌3까지 시나리오를 써 둔 상태”라고 말했다.

<히어로 인사이드>의 한 장면. 왼쪽부터 닉, 크라잉맨, 마이크. 밀리언볼트 제공
맹주공 밀리언볼트 대표. 밀리언볼트 제공

현재 시즌 1, 시즌 2 각 11편, 9편이 제작 완료된 상황이다. 회차 당 분량은 13분 남짓이다. 제작비는 약 200억원이 들었다.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으로는 보기 드문 대작이지만, 해외의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사 입장에서는 “독립영화 수준”의 규모라는 것이 맹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픽사 같은 곳은 한 편당 제작비가 1000억, 2000억원을 넘긴다. 우리는 시즌 1, 2의 총 분량이 그들 작품 한 편의 두배인데, 200억원이면 비싸지 않다는 게 글로벌 제작사의 입장이었다”고 했다.

제작비 회수가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다. 맹 감독은 “애니메이션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시장이긴 하다. 다만, 영화처럼 개봉하면 바로 몇 백만 관객이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시장은 전 세계고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작품이 브랜드가 되서 게임, 영화 등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게임사 넷마블에서 작품을 토대로한 게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눈물로 적을 공격하는 크라잉맨, 배트맨을 오마주한 블랙나이트, 파라오의 딸인 머미걸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한국을 떠오르게 하는 히어로로는 진생맨도 있다. 멋있다기 보단 다들 조금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다.

맹 감독은 “디즈니처럼 꼭 (다양한 인종이나 성을 포괄) 그래야 하는 건 없지만, 뷔페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히어로 캐릭터를 구성했다”며 “지금은 100명이지만, 작품이 잘 되면 마블의 MCU(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슈퍼히어로물 프랜차이즈 세계관)처럼 더 확장해서 400명도 더 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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