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드라마 OST’가 아니라 ‘웹툰 OST’ 시대

김한솔 기자 2023. 11. 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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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분위기에 반전을 줘, right now. Jump and throw, 지금을 놓치지마. 던져봐 fadeaway, 숨을 고른 후에 한발짝 뒤로 가벼이 점프해.” (보이넥스트도어, ‘페이드어웨이(Fadeaway)’)

청량한 멜로디에 운동 경기의 한 장면을 묘사하는 듯한 가사. 지난 7일 발매된 아이돌 그룹 보이넥스트도어의 신곡 ‘페이드어웨이’는 고등학교 농구부를 배경으로 한 네이버웹툰 <가비지 타임>의 OST다.

요즘 잘나가는 웹툰들에는 OST가 있다. OST를 공개하는 방식은 웹툰마다 다르다. 웹툰 특정 회차에 ‘테마곡’으로 OST가 삽입돼 음악을 들으면서 웹툰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경우도 있고, 웹툰 페이지에서는 OST의 ‘티저’만 들려주다 음원 사이트에 전체를 공개하기도 한다. 아예 다른 음악들과 똑같이 멜론 같은 음원 사이트에 음원만 따로 공개하는 경우도 많다.

웹툰은 드라마처럼 콘텐츠 특성상 음악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OST가 제작되는 걸까. 카카오와 네이버웹툰 담당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적재의 ‘나랑 같이 걸을래’는 네이버웹툰 <연애혁명>(왼쪽)의 OST로 제작돼 음원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웹툰의 <달빛조각사>의 OST로는 이승철의 ‘내가 많이 좋아해요’가 있다. 각각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식재산권(IP)를 확장해서 다양한 팬들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 크죠.” 황재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지식재산권)사업팀장이 말했다. OST는 웹툰이 연재되는 플랫폼에서 먼저 제작을 의뢰하기도 하지만, 음원 제작사 측에서 갖고 있는 곡이 특정 웹툰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먼저 협업을 제안해 오기도 한다. K팝 아이돌이 아니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의 ‘탑100’에 들기 어려워진 최근엔 ‘마케팅’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제안도 적지 않다.

카카오웹툰은 2020~2023년까지 120곡 이상, 네이버웹툰은 100곡 이상의 OST를 만들었다. 보통 인기리에 연재를 마쳐 이미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웹툰의 OST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노승연 네이버웹툰 글로벌 IP비즈니스 실장은 “웹툰을 감상할 때 적절한 타이밍에 웹툰과 잘 어우러지는 OST가 재생되면 스토리와 감동이 훨씬 잘 전달되기 때문에 독자의 감상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발매된 산들의 ‘취기를 빌려’는 카카오의 인기웹툰 <취향저격 그녀>의 OST로 제작돼 음원 차트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웹툰은 ‘서사’가 특히 중요한 콘텐츠인 만큼 OST가 제작될 때 노래 가사나 멜로디, 분위기 같은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서로 협의한다.

2020년 발매된 산들의 ‘취기를 빌려’는 카카오의 인기 웹툰 <취향저격 그녀>의 OST로 제작돼 음원 차트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언제부턴가 불쑥 내 습관이 돼버린 너…괜히 어색할까 혼자 애만 태우다 끝끝내 망설여왔던 순간” 같은 가사는 가까운 선후배 사이로 지내다 뒤늦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남녀 주인공들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 2015년 인디 가수 이민혁이 발표한 곡을 리메이크했다. 황 팀장은 “OST를 만들 때 ‘이 부분은 이 감정선을 건드리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알콩달콩 하는 것을 그릴 수 있거나 더 밝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웹툰 <악녀는 마리오네트>의 OST ‘Focus on me’ 는 차은우가 불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웹툰 OST의 타깃층은 누구일까. 노 실장은 ‘웹툰의 팬덤’을 꼽았다. 그는 “웹툰을 감상하는 독자들이 하나의 팬덤처럼 음원에도 같이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서, 작품의 팬이 가장 우선적 타깃층”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이들이 음원과 웹툰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 노출 채널 등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IP의 성격에 따라 타깃층이 달라지기도 한다. 황 팀장은 카카오가 버추얼 그룹인 ‘이세계아이돌’ 웹툰을 연재한 사례를 들었다. 이 사례는 웹툰이 음원으로 뻗어 나간 것이 아니라, 역으로 음원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의 IP를 웹툰이 활용한 것이다.

황 팀장은 “‘이세돌’은 10~20대 남성들이 광적으로 즐기는데, 이들의 ‘화력’이 좋다. 수십만 명이 뭉쳐서 발휘하는 힘이 어마어마하다”며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을 ‘뾰족하게’ 만들어주면서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당연해졌다. 다양한 장르의 IP를 보여주고 폭을 넓히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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