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기로에 선 공영방송…KBS 생존 몸부림

최지윤 기자 2023. 11. 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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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개콘으로 정체성 강화
하이쿠키·서치미…LG유플러스와 협업
"KBS가 제작, KBS서 방송" 벗어나야
OTT 시대 위기…올해 800억 적자 예상
드라마·예능 제작 효율성 극대화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KBS가 공영방송 생존 기로 속 돌파구를 찾는다. 최근 수신료 분리 징수로 최대 위기에 처했고, 김의철 사장 해임 등으로 내홍이 심한 상태다. 그동안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데, 박민 사장 취임 전후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이 변화 물꼬를 트고 있다. 2TV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과 '개그콘서트'로 공영방송 정체성을 강화하고 LG유플러스 등과 협업해 제작비를 절감하는 추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유튜브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려거란전쟁은 공영방송 가치를 보여줬다. 11일 첫 선을 보인 후 이틀 만에 국내 넷플릭스 3위에 올랐고, 14~15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19일 기준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넷플릭스에서 지상파 대하사극을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연모'(2021) 등을 통해 해외에서 퓨전사극 열풍이 일었는데, 고려거란전쟁을 통해 정통사극도 세계시장에서 통하는지 알아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총 32부작이며, 제작비 270억원을 투입했다. 회당 약 8억4000만원으로 OTT 대작에 비하면 제작비가 많이 든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정통사극은 간접광고(PPL)가 어려운 만큼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 안방극장에서 점점 사라졌다. 전작인 '태종 이방원'(2021~2022)으로 5년 만에 KBS 1TV 대하사극이 부활했지만, 말 학대 논란으로 폐지 청원이 빗발쳤다. 고려거란전쟁 방송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수종이 힘을 실어줬고 2TV로 옮겨 전파를 타고 있다. 최수종은 '태조 왕건'(2000)부터 '해신'(2004) '대조영'(2006), 대왕의 꿈, '임진왜란 1592'(2016)까지 KBS 대하사극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 김동준 연기가 어색한 면이 없지 않지만, 오랜만의 정통사극에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1~3회 시청률 5~6%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으며, MBC TV 금토극 '연인'과 JTBC '힘쎈여자 강남순' 종방 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2020년 6월 폐지 후 3년6개월 여 만에 돌아왔다. 부활 후 개콘 1051회는 시청률 4.7%를 기록했다. 종방 직전 2~3%대까지 떨어진 것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정통 코미디 매력은 물론 KBS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5월 크루 모집을 통해 이수경 등 새 얼굴을 찾았고, SBS TV '웃찾사' 출신과 유튜브 스타도 투입했다. SBS 공채 김지영·박형민, 개그맨 신동엽 닮은꼴 남현승, 구독자 약 61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레이디 액션'(임선양·임슬), 약 35만명의 '하이픽션' 방주호 등이다. 과거 KBS 공채 개그맨 위주로 코미디쇼를 선보인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물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1분 이내 숏폼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이들 사이에선 실망 섞인 반응도 나왔다. 일각에선 코너 '니퉁의 인간극장'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 등이 시대착오적인 개그로 웃음을 준다고 지적했지만, 지상파 코미디쇼를 향한 잣대가 엄격한 게 사실이다. 니퉁의 인간극장은 유튜브 채널 '폭씨네' 콘텐츠를 개콘 무대로 옮겨와 수위를 낮췄는데, '외국인 말투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해 희화화한다'는 비판은 속상할 수밖에 없을 터다. 김상미 CP가 제작발표회에서 "온 가족이 함께 보며 세대 갈등을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힌 것처럼, 개콘 스타들이 나와서 다시 한 번 공개 코미쇼 전성기를 맞기를 바라는 이들도 많다.


LG 유플러스와 협업도 활발한 추세다. 최근 KBS 소속인 송민엽 PD는 U+모바일tv 첫 드라마 '하이쿠키'를 연출했다. KBS 2TV '오월의 청춘'(2021) 이후 두 번째 메인 연출작이다. 지상파는 PD들의 잇따른 퇴사로 프로그램 경쟁력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하이쿠키는 아크미디어와 KBS 계열 몬스터유니온이 함께 제작, U+모바일tv와 넷플릭스로 공개해 시청자와 접점을 넓혔다. 청소년 마약을 소재로 해 지상파에서 다루기 쉽지 않은 만큼, OTT로 편성해 효율성을 높였다. 지난달 23일 첫 공개 후 국내 넷플릭스 상위권에 올랐으며, U+모바일tv 가입자 증가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첫 선을 보인 '서치미'는 U+모바일tv에서 매주 월·화요일 자정 공개하고, KBS 2TV에선 매주 목요일 전파를 타고 있다. 진짜 지인을 찾는 추리 예능물이다. 아나운서 전현무와 코미디언 이은지, 곽범, 그룹 '미래소년' 손동표가 패널로 합류했다. 1회는 여행 크리에이터 곽튜브와 빠니보틀, 채코제가 출연했으며 전국 시청률 1%에 그쳤다. LG유플러스가 만들고 KBS는 방송만 내보내 제작비 부담이 줄 수밖에 없다. 기존에 ENA, IHQ, 채널A, MBN 등 케이블·종합편성채널이 인지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공동 제작하곤 했다. 다 만든 프로그램을 틀어주기만 하고 편성비를 받는 경우도 많다. KBS 예능물 역시 넷플릭스 등 OTT와 경쟁에서 밀려 위기를 맞은 만큼, 동시 편성·공동 제작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KBS는 출범 5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수신료 7000억원을 받았지만, 100억원 적자를 냈다. 올해도 800억원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 박 사장은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KBS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몬스터유니온, KBSN 등 유통·제작 플랫폼을 통합해 스튜디오를 넘어서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이제 'KBS가 제작해서 KBS에서 방송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영방송도 일정 부분 제작 영역에서 상업적인 변화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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