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계약날 등본 못 떼” “대출 어쩌나”… 서류 급한 시민들 패닉

민원 서류를 발급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전산망이 마비돼 17일 전국적인 혼란이 일어났다. 구청·주민센터는 물론, 온라인 민원 발급 사이트인 ‘정부24′도 다운됐다. ‘정부24′의 하루 평균 방문자는 약 120만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 발급 서류가 필요한 은행·부동산 거래는 상당수 진행되지 못했고, 전입신고도 되지 않았다. 민원인들은 서류를 발급받으려고 주민센터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일부는 현장 공무원들에게 서류를 떼달라고 사정했지만, 현장에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대답만 나왔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최모(35)씨는 이날 오후 은행을 찾았지만 서류 미비로 대출을 받지 못했다.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야 했지만, 주민센터는 물론 ‘정부24′까지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며칠 내에 막아야 하는 대출금이 있어서 은행 업무를 보려고 아침부터 기다렸는데 정부 전산망이 멈춰 대출을 못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하루 휴가까지 냈는데 허탕만 쳤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정모(29)씨는 “아침부터 대출 상담을 온 고객들에게 ‘시스템 마비로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내했다”며 “국세청 소득 신고 내역, 건강보험 자격 득실 확인서를 공공 데이터에서 끌어와야 하는데, 자료 조회가 안 되니까 공공 데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업무는 아예 진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주택 담보 대출을 알아보려고 이날 은행에 들렀다는 직장인 최모(38)씨는 “정부24 사이트가 마비된 것 때문에 은행 업무를 전혀 보지 못하고 헛걸음만 여러 군데 했다”고 했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대면 금융 서비스도 일부 중단됐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신분증 사진을 찍어서 본인을 확인해야 하는 업무는 아예 이용할 수 없었다”며 “이전에 등록해 놓은 지문 등을 이용한 간단한 이체 업무 정도만 가능했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정모(28)씨는 이날이 부동산 매입 계약 잔금일이었지만 주민등록등본을 뗄 수 없어 계약을 미뤘다. 정씨는 “주민센터, 무인 발급기, 정부24 모두 먹통이라 등본을 떼지 못했다”며 “집을 날리는 건 아닌가 싶어 하루 종일 애태웠다”고 했다. 전세 계약을 위해 인감증명서를 떼려고 서울 중구 을지로동 주민센터를 찾은 김영현(47)씨는 “월요일(20일)에 집 전세 계약을 하기로 했는데 당일에 시간이 없어 오늘 떼려 했었다”며 “주민센터 두 곳에 전화해 봤는데 다 안 된다고 하더라, 월요일에 다른 약속을 미루고 주민센터가 문을 열자마자 와봐야겠다”고 했다. 주민센터 앞에는 ‘행안부의 전국적인 네트워크 장애로 주민등록 등·초본 등 일부 서류 발급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네이버 카페 ‘국민 공공 민간 임대 아파트 들어가기’에는 “오늘 버팀목 대출이 실행돼서 전세 입주 신고를 완료해야 하는데, 정부24 오류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주민센터에 전화해도 아무것도 못 한다고 했다”고 적었다. 버팀목 대출은 전입이 증명돼야 대출이 실행되는 제도다.
서울 강남구의 한 주민센터를 찾은 한 민원인은 직원에게 수차례 “그래도 한번 봐주면 안 될까요”라고 애원했다. 또 다른 민원인은 “서울에 있는 다른 주민센터 모두 안 되는 것이냐. 언제쯤 가능한 거냐”고 물었다. 한 민원인은 “전입신고로 애타는 마음에 오전, 오후 하루에 두 번 방문했다”고 했다. 직원들은 “지금도 안 되고 있다. 같은 시스템을 사용해서 안 된다”고 했다.
이사 후 전입신고를 하려고 주민센터를 방문한 박모(54)씨는 “전입신고를 못 해서 전세금을 보호받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며 “다음 주 월요일 아침 일찍 다시 주민센터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새올·정부24
새올행정시스템 :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 전산망 프로그램. 지난 2007년부터 전국에 보급됐으며, 내부 서류 작성은 물론 각종 민원 서류 발급에도 사용된다.
정부24 : 2017년 만들어진 정부 서비스 통합 포털. 온라인으로 민원을 신청하거나 각종 서류를 발급받고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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