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피로 풀어주는 술 보호하라”…마오가 사랑한 국주 마오타이주

2023. 11.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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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부의 중식만담] 백주백화(白酒百話)
옌타이에서 만드는 백주는 연태고양(烟台古酿)과 연태고량(烟台高梁·사진)이 많이 알려졌다. 만드는 회사가 다르고 한자 표기도 다르지만 웬만한 애주가 아니면 알아채지 못한다. 마오타이진(모태)·이빈(오량액)·루저우(노주노교) 일대를 백주 황금 트라이앵글(아래 지도)이라고도 한다. 박종근 기자
19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파나마-퍼시픽 국제박람회’가 열렸다. 한 해 전 개통한 파나마운하를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하와이 민속악기 우쿨렐레가 선보였고, 포드자동차는 컨베이어벨트 공정을 이용해 T모델을 현장에서 생산했다. 중국은 상품 4000여 개를 내놨다. 여기서 서봉주(西鳳酒)·보풍주(寶豊酒)·분주(汾酒)·노백간(老白干)·모태(茅台·이하 마오타이) 등이 함께 상을 받으며 세계무대에 등장했다(마오타이주가 눈길을 끌지 못하자 부러 술병을 깨 향을 퍼트렸다는 설, 항아리를 옮기다 실수로 깨졌다는 설도 있다).

한나라 무황제가 인정한 마오타이주 역사는 2000년이 넘는다. 생산 근거지인 구이저우성 준이시 마오타이진(茅台鎭)은 도시 전체가 백주 공장이며 매장이다. 그 앞을 흐르는 츠수이허(赤水河) 물로 빚는다. 마오쩌둥은 1935년 1월 준이회의에서 공산당 지도권을 확보했다. 이곳 박물관에 ‘병사들의 피로를 풀어주고 상처를 치료해주는 군수품이다. 마오타이를 보호하라’는 문구가 있다. 홍군(紅軍) 총정치부가 하달한 공문이다. 국주(國酒) 이름을 얻은 백주는 구이저우 마오타이가 유일하다. 마오타이 주식은 중국본토 주식(A주) 4800여 개 중 가장 비싸다. 시총이 전 세계 식음료 회사 중 최고로 삼성전자보다 크다. 연간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술이 시중에 돌아다녀 가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기관 공급용이 따로 있는 이유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주는 기후와 재료와 숙성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정부가 공인한 향형(香形)은 농(濃)·장(醬)·청(淸) 등 12가지다. 이 중 농향형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누룩 내 그윽한 장향형은 구이저우성이 성지다. 한 동네서 나오는 마오타이·국태(國台·궈타이)·조어대(釣魚臺·댜오위타이) 셋을 장향형 3태(3台)라 한다. 베이징 영빈관 이름과 같은 조어대는 외교부에서 OEM으로 생산한다. 마오타이 계열에는 습주(習酒·관계없는 시진핑을 끌어다 붙여 유명해졌다) 한장주(漢醬酒)가 있다. 쓰촨성 랑주(郞酒), 후베이성 상덕무릉주(相德武陵酒), 흑룡강성 특양용빈주(特釀龍濱酒)도 장향형이다.

농향형은 잘 익은 곡물과 과일 향이 난다. 쓰촨 일대가 본향으로 루저우의 노주노교(瀘州老窖), 이빈의 오량액(五糧液), 청두의 수정방(水井坊), 몐주의 검남춘(劍南春), 빈연의 장군왕(丈君王) 등이 있다. 장쩌민이 사랑한 수정방은 2013년 영국 디아지오가 인수했다. 물론 다른 지역에도 이름난 농향형 백주가 많다. 구이저우성에 소호도선(小糊途仙)·전가복(全家福)·홍운복(鴻運福), 허베이성에 우란산(牛欄山), 장쑤성에는 양하대곡(洋河大曲)이 있다.

청향형 백주는 맑고 순하다. 산시(山西)성 행화촌(杏花村)에서 나는 분주(汾酒)는 마오타이주의 뿌리이기도 하다. 서민 술을 대표하는 베이징 이과두주(二鍋頭酒), 허난성 보풍주, 후베이성 특제황학루주(特制黃鶴樓酒)도 청향이다. 향형의 구분은 미묘하여 산시(陝西)성 서봉주는 농향과 청향의 장점이 녹아있다.

대만 금문고량주와 산둥 연태고량주는 한국과 관계가 깊다. 금문고량의 본향 금문도는 본토 샤먼시에서 불과 4㎞떨어진 섬이다. 국공내전 말인 1949년부터 중국과 대만의 최전선 경계다. 중국은 이 섬에 1954년과 58년 두 차례에 걸쳐 어마어마한 양의 포탄을 퍼부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2차 포격 때는 중국이 47만4000여 발을 쏘고, 대만이 12만8000여발로 대응했단다. 땅이 2m 정도 낮아질 만큼 격렬했다. 이때 한국일보 최병우 기자가 현장을 취재하다 순직했다. 포격은 1981년까지 틈틈이 이어졌다. 황폐한 땅에서도 수수는 잘 자랐다. 이로 빚은 금문고량주는 병사들의 공포와 스트레스를 위로해주는 힘이 됐다. 지하 방공호가 백주 숙성고가 되고, 탄피와 불발탄으로 만든 식칼 또한 섬의 명품이 됐으니 전쟁이 낳은 아이러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백주가 연태고량주다. 수입사 태안교역공사 임배정 대표는 말한다. “중국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산둥성도 작은 도시마다 나름의 백주가 있어요. 지난·칭다오·웨이하이·랴오청·웨이팡…. 연태(옌타이) 이름을 단 백주도 많아요. 한국에는 대만에서 금문고량주·죽엽청주·오가피주가 먼저 들어왔지요. 1992년 한·중수교 뒤 이과두주가 들어오고, 공부가주는 공자의 집 우물로 만든다는 얘기를 내세워 인기를 끌었어요. 그 뒤 연태고량이 등장해 시장을 장악했고요. 식당을 하는 화교 대다수가 옌타이 사람들이니 그 덕을 많이 봤지요.”

흔히 3대 명주로 마오타이·오량액·수정방을 꼽는다. 수정방 자리에 다른 술을 넣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1952년부터 89년까지 품평회를 열어 국가공인 명주를 뽑았다. 마지막 해에 17개를 선정했다. 구이저우성의 마오타이주·오량액·동주(董酒), 쓰촨성의 노주노교·검남춘주·랑주·타패곡주(沱牌曲酒)·전흥대곡주(全興大曲酒), 산시(陝西)성의 서봉주, 산시(山西)성의 분주, 장쑤성의 양하대곡·쌍구대곡(雙溝大曲), 후난성의 무릉주(武陵酒)·보풍주, 후베이성의 황학루주, 허난성의 송하량액(宋河粮液), 안휘성의 고정공주(古井貢酒)다. 술 회사나 제품 이름에 들어가는 곡(曲)은 누룩을 뜻하는 글자 국(麴)의 간자체다. 가만 살펴보면 구이저우와 쓰촨 일대 백주가 명주의 본향임을 알 수 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게에서 손님을 맞다 보면 저마다 중국술을 부르는 말이 다르다. 재숙씨는 백주라 하고, 정호씨는 고량주라 하고, 혁재씨는 배갈이라 한다. 무슨 차이일까. 백주(白酒·바이주)는 곡물로 만든 투명한 증류주다. 예전에는 소주(燒酒)·백소(白燒)·백건(白乾·간자체로 白干)이라고도 불렀다. 배갈은 백간(白干·바이간)에 북경식 발음이 더해져 생긴 말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뒤 백주로 명칭을 통일했다. 고량주는 고량(高粱·수수)으로 만든 술을 말하니 백주의 한 부류라고 보면 된다. ※정리: 안충기 기자

왕육성 중식당 ‘진진’셰프. 화교 2세로 50년 업력을 가진 중식 백전노장. 인생 1막을 마치고 소일 삼아 낸 서울 서교동의 작은 중식당 ‘진진’이 2016년 미쉐린 가이드 별을 받으며 인생 2막이 다시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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