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더라이브’ 공식 폐지···제작진 “통보 받았다”
폐지 사유는 ‘2TV 성격에 맞지 않아’”
시청자들 게시판에 거센 항의 글 올려
비정규직 제작진도 일자리 잃는 상황
KBS 시사프로그램 <더라이브>가 공식적으로 폐지된다.
KBS <더라이브>는 유튜브 공지로 지난 16일 밤 “제작진은 <더라이브> 폐지 결정을 통보받았다”라며 “앞으로 4주간 다른 프로그램이 대체 편성될 예정이고 공식 종방 일은 12월 중순”이라고 밝혔다. 폐지 사유는 “2TV 성격에 맞지 않는다”로 전해졌다.
KBS는 지난 13일부터 방송사 사정으로 <더라이브>를 한 주간 결방한다고 공지해왔다. 지난 14일에는 ‘정확한 결방 사유’가 확인되는 대로 재공지하겠다고도 했다. ‘폐지’를 언급하는 기사가 나오자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고, 제작진에게 통보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 등 신규 프로그램 ‘붐업’ 차원에서 <더라이브>는 쉬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더라이브> 제작진이 17일 낸 입장문을 보면, 편성책임자는 방송 결방을 결정하면서 편성 규약에 따른 소통·협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묻자 ‘가벼운 변경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프로야구 중계를 위해 단 하루 결방이 이뤄져도 전화 4~5통은 기본”이라며 “누구보다 엄격하게 편성 규약을 준수해야 할 편성 책임자가 태연하게 규정 위반을 ‘고백’하니 눈앞이 캄캄하다”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속마음이야 당장 폐지를 선언하고 싶겠지만, 작가 등 프리랜서와의 계약상 명기된 ‘프로그램 폐지 시 한 달 전 고지’ 의무를 무더기 위반하게 돼, 방송을 멈추고 임금을 준다고 한다”라며 “회사 사정이 그리 어렵다면서 수억원대 예산을 이렇게 무계획적으로 집행해도 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프로그램을 폐지하더라도 기간을 두고 정당한 절차를 밟으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또 “편성 본부 아래에서 프로그램의 성과와 품질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멀티플랫폼데이터부’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공개하라”라며 “편성본부장은 작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라”라고 요구했다.
<더라이브> 프리랜서 제작진은 추가로 입장문을 내고 “일방적 편성 삭제 후 폐지 통보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더라이브> 제작진 중 프리랜서는 30명 안팎으로 정규직보다 더 많다. 이들은 “일방적이고 소통 없는 폐지 과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겪는 사람들은 프리랜서 제작진과 그 가족”이라며 “공영방송 정상화가 아닌 비정규직 제작진을 향한 공영방송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시청자 항의도 거세다. <더라이브> 시청자 게시판에는 17일 오후 5시까지 항의 글이 약 550여개 올라왔다. 한 시청자는 “KBS도 내부 규정이라는 게 있을 텐데 사장 한 명 바뀐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엎어버리는 게 말이 되냐”라며 “<더라이브>는 여야를 대표하는 사람이 동수로 출연하는데 ‘좌편향’이 가능하냐”라고 물었다. 이어 “방송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반성할 문제”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5시까지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서 1000명의 동의를 받아 KBS가 답변을 해야 하는 청원 14건 중 9건이 <더라이브> 폐지 철회를 요구하는 글이다. 한 청원자는 “시청률이 높았던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KBS에 손실을 끼치는 것”이라며 “재미있게 보고 있던 시청자 시청권을 침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나머지 청원 중 4건은 박민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이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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