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시험장 찾아가고 과호흡 쓰러지고… 전국 고사장 ‘다사다난’

조희연 2023. 11. 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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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노마스크 수능’ 이모저모
수험표 미지참 등 지각생 속출
경찰차 호위 받으며 시험장 이동
제천서 화장실에 다녀오다 실신
예정보다 늦게 시험 본 학생도
제주일부 정전… 대체교실서 치러

“쫄지 말고 잘하고 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인근 차량 하차 지점에서 내린 모녀는 팔짱을 끼고 교문까지 걸었다. 쌀쌀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말 없이 걸었다. 정문 앞에서 엄마 김모(54)씨는 도시락 가방을 건네며 딸 이모(19)양을 안아 줬다. “이번 수능이 두 번째 시험이라 마음을 비웠다”면서도 엄마는 멀어지는 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김씨는 “딸이 좋아하는 순두부 넣은 김치찌개를 끓이며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울산시 남구 울산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학부모의 격려를 받으며 입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 아침 기온은 6도 수준으로 ‘수능 한파’는 없었으나 최근 10년 수능 당일 기준으로 가장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며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치르게 됐다. 서울은 고사장별로 20여명의 학생 중 1∼2명의 학생만 마스크를 낀 채 시험을 봤다. 방역지침에 따라 금지됐던 교문 앞 응원전도 4년 만에 재개됐다. 일부 학교에서는 선배를 응원하는 후배들이 “시험 잘 보세요”라고 외치며 교문을 향해 절을 했다. 다만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떠들썩한 응원전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수험생들은 한 손에는 핵심 요약노트, 다른 한 손에는 도시락을 꼭 쥐고 교문을 통과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고3 학생들이 휴대전화에 1등급을 기원하는 문구를 띄워 친구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갑작스럽게 제기된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자녀를 배웅한 학부모 김주희(48)씨는 “갑자기 출제 방침이 바뀌면서 변수가 많아 아이가 많이 혼란스러워했다”며 “쉬운 수능이 예상돼 반수생도 많이 늘 것 같아 커트라인 예측도 어려울 듯하다”고 걱정했다.
교통 체증 등으로 지각 위기에 놓이거나 학교를 잘못 찾아온 학생, 수험표를 집에 두고 온 수험생들은 경찰의 도움을 받았다. 경기 용인 구성고에서는 학교를 착각해 시험장을 잘못 찾아온 A양을 경찰서장 관용차에 태우고 싸이카(경찰 오토바이)로 둘러싼 채 7㎞ 떨어진 제 시험장에 수송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경찰청은 이날 순찰차와 오토바이로 수험생을 호송하거나 수험표를 전달하는 등 214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충북 제천에서는 수험생이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이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제천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2분쯤 수능 고사장인 제천 동현동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는 감독관의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학교 복도에서 쓰러져 있는 A(19)군을 발견해 인근 지정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A군은 1교시 국어 과목 시험을 마친 뒤 휴식 시간에 화장실을 갔다가 교실로 돌아오던 중 과호흡으로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11시쯤 회복한 A군은 병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예정보다 30분가량 늦게 2교시 수학 과목 시험을 치렀다.
제주 지역 한 수능 시험장에서는 정전이 발생해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옮겨야 했다. 제주교육청에 따르면 수능 1교시 종료 5분여를 앞둔 이날 오전 9시55분쯤 제주시 남녕고 시험장 2개 시험실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시험을 치르던 학생들은 예비 고사실로 이동해 시험을 치렀다. 해당 수험생들에게는 추가로 5분의 시간이 부여됐다. 정전으로 남녕고 전체 응시생의 2교시 시험은 당초 오전 10시30분에서 7분 늦게 시작됐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오후 5시쯤 수능을 마치고 교문 밖에 나온 수험생들은 “문제가 어려웠다”면서도 “시험이 끝나 홀가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용산구 용산고에서 수능을 본 이채욱(19)군은 “모든 과목이 9월 모의평가 대비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시험이 끝났으니 집에 가서 가족과 오마카세를 먹고 싶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동주(19)군도 “완전히 쉽거나 완전히 어려운 문제는 없었고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오른 느낌이었다. 특히 수학이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밀린 영화도 보고 친구들이랑 놀러 갈 생각”이라며 웃었다.

조희연·윤준호·김나현 기자, 안동=배소영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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