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점수 높을수록 임금 높아짐”…‘눈치 점수’ 빵점 맞은 디비피아

조윤영 2023. 11. 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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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논문 검색 기관인 디비피아(DBpia)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날 수능 성적과 임금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수능을 잘 봐야 임금을 많이 받는다'는 취지로 소개하며 수능 응원 메시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연구 취지에도 불구하고 디비피아는 해당 논문을 소개하며 "수능 점수가 높아질수록 취업 후 임금이 높아진다"고 잘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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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16일 강원 속초시 속초고에 마련된 수험장 앞에서 후배들이 선배들의 고득점을 기원하는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학술 논문 검색 기관인 디비피아(DBpia)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날 수능 성적과 임금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수능을 잘 봐야 임금을 많이 받는다’는 취지로 소개하며 수능 응원 메시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논문의 취지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수험생에게 ‘성적이 전부’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이 불거지자 디비피아는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디비피아는 지난 1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수능 자극 연구(를) 가져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끝까지 화이팅해야 하는 이유”라며 2013년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논문을 소개했다.

‘수능 성적이 초기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효과’라는 제목의 해당 논문은 수능 성적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논문이다.

저자는 해당 논문에서 “수능 성적은 초·중등 교육의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라는 점에서 초·중등 교육의 성과가 노동시장 성과로 연결되는지 분석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능 성적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비용의 사교육이 행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교육의 효과가 노동시장 성과로 연결되는지 분석한다”고도 덧붙였다.

디비피아는 지난 1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수능 자극 연구 가져왔다”며 2013년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논문을 소개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삭제됐다. 디비피아 엑스 갈무리

이런 연구 취지에도 불구하고 디비피아는 해당 논문을 소개하며 “수능 점수가 높아질수록 취업 후 임금이 높아진다”고 잘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중위권이 상위권이 되면 임금이 7.8∼15.8% 정도 크게 증가한다”며 “취업 후 10년 뒤 임금 격차로 계산하면 수능 백분위 (점수) 90과 20의 격차는 41.1%, 수능 백분위 (점수) 90과 60의 격차는 22%”라고 덧붙였다. 디비피아는 “특히 영어 성적에서 임금 상승 정도의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난다”고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해당 게시물이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능 응원이 아니라 수험생 고문 아닌가” “기대치보다 낮게 나온 수능 점수 결과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임금 격차를 운운하는 (게시)글은 많이 경솔하다” “수험생을 응원하려는 목적으로 인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고소득층의 자녀가 저소득층보다 수능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비율이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취지로 같은 저자가 2015년 발표한 후속 논문 내용을 인용하며 “수능 자극이랍시고 (저자의 연구 취지를) 멋대로 오용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세대 간 이동성과 기회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후속 논문에서 “부모의 교육과 소득 수준은 자녀의 대학 진학 여부와 진학의 질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노동시장 성과에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부모의 사회계층이 자녀의 교육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균등한 교육 기회를 최대한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디비피아는 지난 1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수능 전날 부담감이 많은 수험생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리고 이전 게시 글을 삭제했다. 앞서 디비피아는 이날 엑스에 “수능 자극 연구 가져왔다”며 2013년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논문을 소개했다. 디비피아 엑스 갈무리

논란이 커지자 디비피아는 이날 엑스에 “수능 전날 이미 부담감이 많은 수험생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리고 이전 게시글을 삭제했다.

디비피아는 “중요한 시험이니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의도에서 올렸으나 표현 방법도, 방식도 적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더 당사자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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