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5년 만에 매출 8배 늘었죠”

서울앤 2023. 11. 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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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청년창업 지원받은 은평닭곰탕 주인 최수미씨

[서울&] [사람&]

은평구 역촌동 은평닭곰탕 주인 최수미씨가 9일 닭곰탕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구의 많은 지원으로 조건 너무 좋아”

2018년 공유공간 창업 뒤 2년 전 독립

깊은 육수 맛과 성실함이 성공 비결

지난 10월 ‘블루리본 맛집’ 인정받아

“2021년 10월15일 은평닭곰탕 간판을 걸고 독립 점포 문을 연 날이 가장 뿌듯했죠. 부모님의 그늘에서 독립하는 청년의 마음처럼 두렵기도 했지만, 은평구의 지원과 손님들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작이었어요.”

은평구 역촌동 은평닭곰탕 주인 최수미(44)씨는 23년째 은평구에 살고 있다. 최씨는 2018년 은평구의 청년 창업 지원을 받아 공유 공간에서 은평닭곰탕을 개업했다. 3년 뒤 자리를 옮겨 독립 가게를 차렸는데, 창업 초기보다 매출이 8배나 늘었다. 은평닭곰탕에서 만난 최씨는 9일 “은평구의 도움이 없었다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라며 “꿈을 이룰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했다.

최씨는 2018년 9월께 은평구청 누리집에서 청년 창업 점포에 입점할 사람을 모집하는 공고를 봤다. 식당을 차리면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당시 최씨는 ‘만 39살’까지인 청년 조건에 맞았다. 최씨는 서대문장애인복지관 단체 급식 주방장으로 있던 남편 조창권(48)씨에게 권유했다. 남편은 ‘식당은 돈이 많이 들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남편은 간이 콩알만 해요. 총각 때 홍대 근처에서 장사하다 크게 망한 적이 있어요.” 최씨는 아무리 봐도 조건이 너무 좋았다. 주방에서 사용할 조리 기구 비용과 월세 20여만원만 부담하면 됐다. 그래서 남편을 계속 설득했다.

유학원에서 상담 컨설팅 일을 하던 최씨는 말주변이 좋았다. “나는 마케팅 경험이 있고 당신은 요리 실력이 있으니 힘을 합치면 적은 자본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거야.” 결국 최씨는 남편을 설득해 청년 창업 점포를 시작했다. 남편은 조건이 있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두 가지 일을 같이 하기로 했다. 남편은 크게 실패를 경험한 터라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음식 종류를 정하기 전에 주위 시장 조사를 했다. 겨울인데다 바로 옆 건물 공사를 하고 있었다.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탕 종류를 찾을 것 같았다. 주위에 설렁탕, 육개장, 돼지고기 백반 등을 하는 가게는 있는데 닭곰탕집은 없었다. 최씨는 10월께 창업 교육을 받은 뒤 2018년 12월10일 은평닭곰탕을 세상에 내놨다. 그때부터 힘든 싸움이 시작됐다. 남편은 새벽 3시에 가게에 나와 아침 8시까지 음식 준비를 마치고 출근했다. 나머지는 일은 최씨 몫이었다.

“처음에는 제가 ‘삐끼 아줌마’ 역할을 많이 했죠.” 최씨는 시작할 때부터 ‘닭곰탕 4500원, 맛없으면 돈 안 받는다’고 쓴 손간판을 들고 응암역과 불광천 산책길을 돌아다니면서 은평닭곰탕을 알렸다. “시위하는 줄 알고 사람들이 많이 쳐다봤어요. 그러면서 한두 명씩 손님이 왔죠. 저녁에는 불쌍하다고 여겼는지, 친구들 데리고 오는 손님도 있었죠.” 최씨는 “명함도 만들어 자동차 와이퍼에 꽂아놓기도 했다”며 “그렇게 3년 동안 발품을 팔았더니 단골이 200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나중에는 손님들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입소문이 났어요.” 최씨는 “독립 점포를 낸 뒤에도 단골이 더 늘어났다”며 “동네 분들이 많고, 20~30대가 찾거나 커플끼리 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최씨는 2020년 5500원이던 닭곰탕 가격을 2021년 독립 점포를 내면서 6천원, 2022년 7천원, 올해 들어 8천원으로 올리려다가 9천원으로 올렸다. “다른 곳과 비교하면 닭고기양이 2배나 들어가요. 2인분 시키면 성인 4명이 먹을 정도죠.” 최씨는 “저렴하게 팔다보니 적자가 심해졌다”고 했다. “물가가 오르니 재료 원가가 날로 높아졌어요. 이대로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싸게 팔다보니 매출은 늘었지만, 순이익은 나지 않았어요. 어차피 수익이 나지 않아 문 닫으나 손님이 오지 않아 문 닫으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했죠.” 최씨는 “지금까지 싼 가격에 푸짐하게 내놨으니, 손님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며 “다행히도 손님들이 여전히 잘 찾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365일 중에서 100일은 퇴근한 뒤 울어요. 다리가 너무 아파서. 옷을 걷어보면 새까매져 있어요. 손과 허리가 아프고, 이틀에 한 번씩 다리가 저려요. 저는 길면 30분, 남편은 2시간 동안 다리가 아플 때도 있죠.” 최씨는 “하루 종일 왔다 갔다 움직여야 하고 닭곰탕을 만들려면 아침 7시부터 나와 닭을 삶아 일일이 찢는 일이 무척 힘들다”고 했다.

“깊은 육수 맛, 정직과 성실함으로 지금까지 왔어요.” 최씨는 “음식 맛도 맛이지만, 손님들한테 인정받는 진짜 이유는 아프거나 화가 나거나 맑은 날이나 비 오는 날이나 꾀부리지 않고 성실하고 한결같이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씨와 남편은 이제 은평닭곰탕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10월23일 우편물이 와서 열어보니 블루리본 스티커가 들어 있었어요. 무척 자랑스러웠어요.” 은평닭곰탕은 맛집 안내서를 내는 블루리본 서베이가 인정하는 맛집이 됐다. 최씨는 블루리본 스티커를 자랑스럽게 현관문에 붙여놨다.

최씨는 청년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기를 권했다. 은평구는 2017년부터 청년들이 창업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청년 창업 점포를 지원하고 있다. 음식점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보증금 전액,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 일부, 컨설팅, 멘토링, 홍보 등을 지원한다. 최씨는 “혼자 창업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며 “혼자 하는 것보다 위험 부담도 줄고 성공 확률은 훨씬 높다”고 했다.

“은평구에서 아이도 낳고 이렇게 음식점도 하고 있어요.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하면 안 되겠죠. 은혜를 갚을 줄 알아야죠.” 틈틈이 봉사활동도 해온 최씨는 “앞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음식 봉사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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