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킬러 문항’ 없는 수능 시험장…“엄마 나 다녀올게”
수험표 확인 받으려는 학생들 학교 앞 줄지어
‘킬러문항 배제’에 시험장 찾아온 재수생 여럿
입실시간 넘어 도착해 고사장 ‘전력질주’ 학생도
“힘내고, 열심히 하시고…잘 다녀와”
16일 오전 7시 11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50대 여성 안 모씨가 아들인 양 모(19)군 가방을 두드리며 한 말이다. 양군은 “엄마 나 다녀올게”라고 말하며 교문을 통과해 고사장으로 걸어들어갔다.
양군은 오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러 아침 일찍 고사장 앞에 어머니와 함께 도착했다. 안씨는 “가방에서 아들 수험표를 꺼내주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뻔한 걸 겨우 참았다”며 “나도 아이도 남편도 지난 몇 년간 참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안씨는 학교 정문을 통과해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양군 뒷모습을 한참 지켜보다 자리를 떴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날 오전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되며 아침 일찍부터 시험장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제16시험지구(강동송파) 제19시험장인 잠실고등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사장 입실이 시작되는 6시 30분쯤부터 학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 기온은 7도 수준으로 매년 있던 ‘수능 한파’는 느낄 수 없었다. 비교적 포근한 날씨 탓에 학생들 복장은 얇은 면자켓, 롱패딩, 플리스 등으로 다양했다.
7시에 가까워지면서 교문에 서있던 교직원들이 분주해졌다. 교직원들은 학생들 수험표를 일일이 확인한 뒤 한 명씩 교문을 통과시켰다. 7시 20분쯤 됐을 때는 교문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줄을 서느라 30m 남짓한 인간 띠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 교직원은 큰 소리로 “수험표 미리 꺼내놔야 빨리 들어갈 수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문 앞에서 줄을 서고 있던 고등학교 3학년 김지희양은 “전날 예비소집 때도 (수능을 본다는) 실감이 안 났는데 슬슬 긴장이 좀 된다”며 “서울 상위권 대학 경제학과를 지망하고 공부해왔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앞에서 만난 재수생들은 이른바 ‘킬러문항’이 올해 수능부터 빠지게 된 상황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중순부터 의대를 목표로 수능을 준비해 온 최 모(21)씨는 “지금 하는 전공도 마음에 들어서 딱히 반수 생각도 없었다”며 “그런데 킬러문항이 빠진다는 얘기에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하는 자세로 수능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7시 30분 쯤에는 잠실고 인근 신천파출소에서 나온 경찰 6명도 바빠졌다. 잠실고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한 탓에 주변 도로는 왕복 2차로로 상당히 좁았다. 이곳에 학생들이 타고 온 택시와 학부모 차량들이 몰리면서 도로 일대가 혼잡해진 것이다. 경찰들은 경광봉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교통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녹색어머니회에서 나온 학부모 1명도 깃발을 들고 교통정리를 도왔다.
입실 제한 시간인 8시 10분이 가까워지자 고사장에 들어가는 학생들 수가 급격히 줄었다. 8시 정각에는 교직원들이 차가 통과할 수 있는 큰 문을 걸어잠그고 그 옆에 있는 작은 문만 열어놨다.
8시를 넘어서 교문에 도착한 학생들은 교직원들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학교 선생님인 김영백 교사는 8시 6분쯤 멀리서 달려오는 검은 패딩 차림의 남학생에게 “일찍일찍 다니지 뭘 했느냐”며 “수험표 꺼내서 빨리 와라”고 말했다.
이윽고 8시 10분이 되자 교직원들은 남아있던 작은 문까지 걸어잠궜다. 경찰들과 녹색어머니 학부모는 서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해산했다. 그런데 8시 14분쯤 파란색 투싼 차량이 교문 앞에 급정거했다. 운전석에 있던 여성이 “수험생이에요”라고 말하자 교직원들은 잠궜던 작은 문을 다시 열며 “학생 빨리 들어와”라고 소리쳤다. 흰색 패딩 차림의 학생이 헐레벌떡 교문을 통과했다.
그 뒤로도 8시 30분 전까지 학생 두 명이 추가로 고사장에 뒤늦게 들어갔다. 김 교사는 “매년 이렇게 늦는 사람들이 있다”며 “교장 재량으로 8시 30분까지는 입실을 허락하고, 그보다 늦게 오는 학생은 교실이 아닌 대기실로 가서 2교시 수학부터 응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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