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 학교가 아니었다” 눈앞 캄캄… 수능 보는날 ‘돌발변수’ 속출

2023. 11. 16. 10: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각 위기에 배달 오토바이 타고 오는 수험생들
수험표 두고 가 학부모들 다시 학교 찾기도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한 아버지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자녀를 안아주고 있다.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앗, 이 학교가 아니었네”

16일 오전 7시30분께 수험생 김예지(20) 씨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 정문을 나오고 있었다. 김씨는 금옥여고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수험표를 다시 확인하고 옆 학교인 백암고등학교가 자신이 시험을 치를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씨는 입실 예정 보다 이른 시각에 도착해 고사장을 다시 찾아갈 수 있었지만 자칫 수능을 못 치를 뻔 했다. 김씨는 “아직 시간이 남아서 제 시간에 들어가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과거 수능을 볼 때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놀란 가슴을 다독였다.

16일 오전 7시 전후로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와 백암고등학교 일대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기 위한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 6시5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 일대에는 학생들을 태우기 위한 모범운전자회 소속 회원들 4명이 차량 3대를 이끌고 대기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금옥여고와 백암고 인근에서도 같은 소속의 회원들 3명이 횡단보도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등 학생들이 무사히 고사장에 입실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었다.

이날 오전 7시25분께 자녀와 함께 백암고를 찾은 학부모 김모(48) 씨는 “중요한 날이라서 가족 모두 오전 5시30분께 눈을 떴다. 수험장 일대 교통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어 오전 7시께 가족과 다함께 출발했다”며 “평소 같았으면 15분 안에 도착할 곳을 30분이나 걸렸다. 일찍 나와서 천만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제발 도와주세요”…교통 체증으로 학생들 ‘발동동’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한 수험생이 백암고등학교로 가는 길을 경찰관에게 물어보고 있다. 김영철 기자

“백암고등학교가 어딘가요?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이날 오전 7시45분께 수험생 안효빈(19) 씨는 금옥여고 앞에서 오토바이에서 내리자마자 주변 사람들에게 이 같이 말하며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재수생인 안씨는 이날 오전 7시께 목동에 위치한 자택에서 어머니의 차량을 타고 고사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통 체증으로 인해 좀처럼 차량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자 결국 차에서 내렸다. 안씨는 “평소 2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차가 너무 밀려서 도중에 내렸다”며 “근처에서 따릉이나 전동킥보드를 검색했지만 도통 나오지 않아 앞이 캄캄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안씨는 한 오토바이 기사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고사장에 입실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안씨를 태워준 40대 배달 기사 우모 씨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배달을 하러 가던 중 갑자기 (안씨가) 울먹이며 태워달라고 애원해서 지나칠 수 없었다”며 “배달이 밀렸지만 중요한 날인걸 공감하기에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태워줬다”고 말했다.

안씨의 경우처럼 입실 시간이 다다르자 학교 인근 곳곳에서 빠른 걸음으로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이 여럿 보였다. 교통 체증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버스 기사들은 학생들이 고사장에 무사히 입실할 수 있도록 버스정류장이 아닌 금옥여고 정문 앞에서 학생들을 하차시키기도 했다.

입실시간까지 2분을 남긴 오전 8시8분께 백암고 앞 사거리에서 금옥여고로 걸어가는 고등학생 A(18) 양도 있었다. A씨의 모습에 학교 인근 횡단보도에서 봉사활동 하던 모범운전자회 소속 어머님들이 “학생, 2분 남았어! 서둘러야해!”라며 독려하기도 했다. A(18) 양은 “입실 시간 마감을 앞두고 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고사장에 들어갈 수 있고, 오늘 시험도 무난하게 마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능관리’ 1만1265명 인력 투입…수험표 전달 등 편의제공도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 일대에서 한 시민이 '수험생 수송차량'이라는 종이를 오토바이에 붙인 채 수험생들을 도우려 이동하는 모습. 김영철 기자

경찰도 이날 수능에 임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수능 안전 관리에 교통경찰관 2447명, 기동대원 1038명 등 총 1만1265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돌발 상황 시 학생들을 태울 순찰자 2323대와 경찰 오토바이 358대도 투입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수험표를 전달하거나 수험생을 고사장까지 태워주는 등 총 214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선 ▷수송 99건 ▷수험표 찾아주기 3건 ▷기타 5건 등 총 107건의 편의 제공이 이뤄졌다,

실제 기자가 있었던 금옥여고 일대에도 순찰자 한 대와 경찰관 2명 이상이 교문 일대를 지키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양천경찰서는 이날 학생들이 무사히 고사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학교 주변 교통을 통제하고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천구 일대 공사장과 배달 업체에도 소음 자제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3교시 듣기평가 시간대 시험장 주변 소음 유발차량을 원거리 우회시키는 등 시험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교통관리를 실시할 계획이다. 시험 종료 후 다중인파 예상지역에 대해서도 교통경찰을 배치해 사고 예방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아이가 수험표를 두고갔어요” 학교 다시 찾아간 학부모들
16일 오전 8시12분께 서울 양천구 백암고등학교 앞에서 한 학부모가 자녀의 수험표를 전달하기 위해 학교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김영철 기자

이날 고사장을 끝내 입실하지 못하거나, 수험표를 전달하기 위해 다시 학교를 찾는 학부모도 있었다. 입실 시간이 지난 오전 8시12분께 백암고 앞으로 찾아온 한 학부모는 해당 학교 관계자들에게 “우리 아이가 신분증을 두고 갔어요.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들에게 수험표를 전달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은 나머지 다시금 학교를 찾아 수험표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연거푸 물어보는 상황도 연출됐다.

끝내 입실을 하지 못한 학생도 있었다. 오전 8시20분께 백암고 앞에선 5분 내로 고사장에 도착한다는 한 학생의 연락을 듣고 학교 관계자들이 정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끝내 해당 학생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해당 학교 관계자는 “이제 빨리 와야되는데...더 지체되면 안 되는데”라며 아쉬운 기색을 드러낸 채 정문을 닫았다.

yckim6452@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