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해, 1분 남았어!” “파이팅! 잘 보고 와” 긴장감·활기 넘친 수능 시험장[2024 수능]

강은·김경민·오동욱·이예슬·최혜린 기자 2023. 11. 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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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노마스크’ 수능···단체 응원 ‘북적’
학생들·학부모들 “후련하고 걱정되는 마음”
시험장 착각해 우왕좌왕 혼란 발생하기도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정문 앞에 수험생들을 응원하러 나온 고등학생들이 모여 있다. 최혜린 기자

“아직 20초 남았는데?” “누구 오고 있대요!” “안돼, 안돼, 닫으면 안 돼요!”

16일 오전 8시9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정문 앞.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학교에서 수험생들을 응원하러 왔다는 고등학교 1~2학년 남학생들이 소리쳤다. 시험장 입실이 마감되는 오전 8시10분을 불과 몇십 초 앞둔 시간, 정문에서 50m가량 떨어진 골목에서 한 수험생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수험생이 간신히 정문 안에 ‘골인’ 하자 15명가량의 남학생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진행되는 이날 전국의 시험장 입구는 수험생들을 응원하러 온 가족과 친구·후배들로 이른 시간부터 북적였다. 날은 흐렸지만 ‘수능 한파’가 없어 수험생들은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으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이날 수능은 4년 만에 ‘노(no)마스크’로 치러졌다.

수험생들은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천구 양천고등학교에서 만난 재수생 김민수씨(19)는 “부모님은 그냥 잘 보고 오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재수생이라서 다음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울고등학교 정문에서 만난 고3 수험생 정화린군(19)은 “기분이 얼떨떨한데, 편하게 보려고 한다”면서 “시험이 끝나면 친구랑 노래방에 갈 것”이라고 했다. 정군은 “준비를 많이 못한 수학이 걱정”이라며 “밥은 소화가 안 될 것 같아서 모닝빵을 싸 왔다”고 했다.

“아들, 수험표 잘 챙겨.” “휴대전화 잘 꺼서 내고.” 시험장 앞에 나온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안아주면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교문 너머를 한없이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기도하는 어머니들도 보였다. 경복고에서 만난 학부모 이은수씨(51)는 “후련하기도 하고 벅찬 마음도 든다”면서 “고3은 최대한 가만히 두는 게 도와주는 거다 보니 관계가 서먹해졌는데, 시험 끝나면 단란한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수험생 자녀에게 계란말이와 햄, 김치볶음, 된장국을 싸줬다는 변성미씨(52)는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 얻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학교 앞에 학부모들이 시험장으로 입실하는 수험생들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예슬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취를 감췄던 교문 앞 ‘단체 응원’도 되살아났다. 이날 각 시험장 정문 앞에는 각 고등학교 1~2학년생들이 몰려와 “○○고 파이팅, 딱 붙어라!” “제대로 보고 잘 찍는 거야!” “선배님들 수능 대박 기원” 등의 글귀가 쓰인 팻말을 들고 열띤 응원을 벌였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시험장에 왔다가 후배들의 호들갑스러운 “파이팅!” 소리에 미소를 짓는 수험생도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엄윤기군(17)은 “선배들 들어가는 것 보니까 제가 다 떨리는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와 선생님, 친구들 외에도 많은 시민이 수험생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강서구 명덕고등학교 앞에서 낙엽을 쓸고 있던 학교 관리인 김윤옥씨(69)는 “애들 수능이라고 해서 입구를 더 깨끗하게 청소했다”면서 “아이들 좋은 대학교 들어가서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명덕고 입구 교차로 부근에서 택시를 대기시키고 있던 모범운전자회 회원 유정현씨(71)는 “시험 보는 아이들이 다 손주뻘”이라며 “무슨 일 닥치면 바로 데려다주려고 왔다”고 말했다. 도심 곳곳에는 수험생 이동 자원 봉사를 하러 나온 배달 라이더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명덕고·명덕여고·명덕외고 3개 학교가 모여 있는 교차로 부근에는 지하철 5호선 발산역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줄지어 4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신호가 바뀔 때마다 차들이 50m가량 줄을 이었으며 명덕고 정문으로 향하는 골목길도 진입이 막힐 정도로 혼잡했다. 승용차들의 꼬리물기가 이어지자 교통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제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수험생들은 시험장 위치를 착각해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오전 7시25분쯤 경복고 앞에 ‘수험생 긴급 수송 차량’이라고 적힌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한 학생은 “버스가 아예 안 와서 (오토바이를) 타게 됐다”며 웃었다. 유쾌하게 “수험생들 파이팅!”을 외치고 들어간 이 학생은 이내 “학교를 잘못 찾아온 것 같다” “어떡해!”라고 말하며 황급히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인력 1만1265명과 순찰차 2323대, 경찰 오토바이 358대를 투입해 수능 시험장 일대 교통을 관리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 차량을 통한 수험생 긴급 호송은 총 178건이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정문 앞에 수험생들을 응원하러 나온 고등학생들이 모여 있다. 최혜린 기자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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