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주 관찰하는 초분광 기술로 식품 속 이물질 99% 검출” 유광선 엘로이랩 대표

김은영 기자 2023. 11. 16.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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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초분광 솔루션으로 식품 제조 공정 중 이물질 검출
4명분 인건비 절감·생산량 5배 증가
연내 시리즈A 60억원 유치... 식품 대기업 납품 계약
2023 푸드앤푸드테크 기술부문 대상

파이프 입구에 빨간 딸기잼이 부어졌다. 관을 관통하는 딸기잼을 모니터로 관찰하니 하단에 이물질로 보이는 조각이 보인다. 곧 파이프 사이로 난 작은 관으로 딸기잼과 함께 파란 구슬이 빠져나왔다.

인공지능(AI) 초분광(Hyper-spectral) 솔루션 업체 엘로이랩(ELROILAB)이 개발 중인 액상 자동 추출 설비 기기의 시연 장면이다.

엘로이랩은 산업용 AI 초분광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유광선(39) 대표가 2020년 6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창업했다.

앞서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드론 업체의 엔지니어로 일했던 유 대표는 우주의 별빛을 관찰하던 초분광 카메라와 딥 러닝을 결합해 식품 공정 중 발생하는 이물질을 검출하는 소프트웨어를 상용화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창업 이래 누적 투자금 30억원을 유치한 데 이어, 연내 60억원 규모의 시리즈A(본격적인 시장 진출 전 받는 투자)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 1일에는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3대한민국푸드앤푸드테크대상’ 푸드테크 기술 부문 대상을 받았다.

10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엘로이랩 본사에서 만난 유광선 대표. /김은영 기자

엘로이랩이 개발한 ‘스펙트럴 AI(SPECTRAL AI)’는 AI와 초분광 카메라를 이용해 식품 공정 중에 발생하는 이물질을 검출하는 소프트웨어다.

기존의 식품 제조 공장에서 사용하는 금속검출기와 엑스레이에서는 검출할 수 없었던 이물질을 검출할 수 있다. 검출 정확도는 약 97~99%로 사람의 육안 정확도(87.7%)보다 높다.

지난 10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엘로이랩 본사에서 만난 유 대표는 해당 솔루션을 “식품 제조 현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기존 금속 검출기와 엑스레이 등은 금속과 경질 물질만 검출할 수 있고, 벌레나 나뭇조각, 머리카락 등은 발견하기 어려워 수작업으로 일일이 검출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해당 기기로 45가지 이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식품 제조 시설의 클레임 대응 비용을 98.8% 절감하고, 4명의 인건비(약 1억4000억원)를 절감할 수 있으며, 생산량이 5배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대표는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게 포인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는 품질이다. 사람을 써도 품질이 나아지지 않고, 효율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며 “실증 사례를 보면 솔루션을 이용하면 사람 대비 7배 정도 많은 이물질을 찾아내고, 생산 속도가 2배 이상 늘어났다. 식품 제조 공장의 품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엘로이랩의 인공지능(AI) 이물 선별기 '스펙트럴 AI'. /엘로이랩

최근 들어 식품 안전성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만큼 해당 ‘스펙트럴 AI’에 대한 식품업계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8월 정식 출시 후 국내 20대 식품 기업 중 10개 기업이 해당 기기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회사 측은 내년 1분기 중 30억원 규모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유 대표는 “제조 과정에서 작은 이물질이 발견되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제품을 전량 폐기하거나 제조 정지, 과태료 처분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손상되고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라며 “식품 안전성 정책이 강화되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인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투자업계도 엘로이랩의 안정성과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창업 이후 현재까지 CJ제일제당을 비롯한 여러 기관으로부터 약 3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다. 연말에는 60억원 규모의 시리즈A 추가 투자 유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투자사들은 이 솔루션이 실제 식품 양산 라인에 적용된다는 점과 식품 외 다양한 분야에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예컨대 육안으로 볼 때 같은 원물일지라도, 이 솔루션을 이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까지 검출해 낼 수 있어 제약, 바이오, 화장품까지 분야를 확대할 수 있다.

더불어 플라스틱, 섬유 등의 폐기물 분류에도 적용할 수 있다. 페트병 재생 현장의 경우 폐페트병을 잘게 잘라 플레이크(Flake)로 만든 후 재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성분의 플라스틱이 들어가면 재생이 어렵다. 그러나 해당 기기를 사용하면 재생 가능한 프라스틱 플레이크만 분류할 수 있어 재생이 수월해진다.

유 대표는 이번에 유치하는 투자금으로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솔루션 보급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건조 및 습식 식품 검사에 적용하고 있지만, 액상 식품 검사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해 다양한 식품 제조 현장에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20명 수준인 인력도 2배 이상 충원, 연구 인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어 2027년에는 국내나 해외 증시 상장까지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유 대표는 “기업공개(IPO)가 회사의 목표는 아니다”라며 “우주의 별빛을 관찰하던 초분광이라는 기술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게 목표이자 비전”이라고 했다.

이런 포부는 사명에도 남겼다. 엘로이랩의 ‘엘(EL)’은 히브리어로 ‘신’을 의미하고, ‘로이(ROI)’는 지켜본다는 뜻이다. 유 대표는 “신의 눈으로 세상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걸 바라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혼자라면 못 했을 일”이라며 “사업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엔지니어를 비롯해 각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직원도 고객으로 생각하고, 직원을 먼저 만족시키려 한다. 실제로 창업 초창기 멤버 중 퇴사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라고 했다.

◇유광선 대표는

▲학점은행제 기계공학 학사 ▲테크노힐 주임연구원 ▲피플웍스·블루콤 선임연구원 ▲자이언트드론 개발팀장 ▲2020년 엘로이랩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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