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숙현 원장의 50여 년 기부인생 "세끼 먹고 살면 행복, 쬐끔 돕는 것인데…"

2023. 11. 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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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함열영생당한약방 원장의 감동 스토리 화제

[박기홍 기자(=익산)(arty1357@naver.com)]
"하루 세끼 먹고 살면 되지요. 쬐끔(조금) 돕는 것인데…."

50여 년 동안 농촌의 작은 동네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온 전북 익산시 함열영생당한약방의 임숙현 원장(84)은 지금도 자신이 한 해 얼마를 기부하는지 잘 모른다.

매년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정 기탁하거나 저소득 가구에 생계비와 백미, 김장김치, 떡국 떡 등을 지원한다. 주변에서 힘든 사연을 접하면 손녀를 통해 통장에서 일정액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자동 이채하기도 한다.

▲50여 년 동안 기부 인생을 살아온 임숙현 전북 익산시 함열영생당한약방 원장 ⓒ프레시안
며칠 전에는 오랫동안 매월 일정액을 지원해온 아이가 어엿한 성인이 됐다며 사진을 보내오는 바람에 비로소 기부 기간이 10년을 넘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돈을 갖고 있으면 뭐해요? 하루 세끼 밥 먹을 수 있으면 됐지…. 그때그때 형편이 닿는 대로 기부하는 재미로 살아요."

임 원장의 '남몰래 기부'는 나이 30을 갓 넘긴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생각해온 청년은 결혼 이후 함열읍에서 건업사와 한약방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여유가 있을 때마다 힘든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함열읍은 과거 익산군청의 소재지였지만 인구는 1만 명 안팎에 불과했던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6800여 명만 살고 있어 벌이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다. 건업사는 20여 년 전에 문을 닫았다.

"시골에서 한약방을 한다 해도 얼마나 벌겠어요? 그래도 쬐끔씩 여유가 생길 때마다 남을 도와야 하겠다, 이런 생각으로 기부를 이어갔지요. 자식들 뻔 보라고(본받으라고) 하는 것인데 내가 먼저 실천해야 하지 않겠어요?"

15년 전에 백혈병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사연을 접한 후 10여명에게 1년에 200만원씩 수년 동안 기부하기도 했다.
▲벽면에 걸려 있는 대통령 포장 ⓒ프레시안

급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비용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한 백혈병 아이를 위해 수술비 1천만원 전액을 현금으로 내주기도 했다. 얼마 전에 그 아이가 커서 충북 청주시의 한 대학을 다닌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임 원장은 2012년부터 저소득 가정을 위한 성금과 장학금 1억원 외에 백미와 김장김치 등 5000만원 이상의 물품을 기탁하는 등 따뜻한 지역사회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 왔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2017년 10월에는 나눔문화 확산을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다며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국민포장을 받았다.

전국에서 4명만 받은 대통령상 수상자 중에서 임 원장은 유일하게 수십 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웃사랑을 실천해온 공을 인정받은 케이스였다.

2018년에는 부안 장경숙 여사와 함께 '아너 소사이어티' 정회원에 가입했다. 이후 곧바로 아들까지 가세해 '전북 1호' 한가정 3명 가입의 기록을 갖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고액기부자 모임으로 정회원은 일시 또는 누적으로 1억원 이상 기부금을 완납한 개인기부자이다.

▲20평 남짓의 한약방은 소박한 가구들이 손님을 편안하게 맞이한다. ⓒ프레시안
임 원장은 또 6년 전부터 매년 겨울의 초입인 11월에 김장김치 기증에 나서고 있다. 추운 날씨와 물가 상승으로 생활고를 호소하는 이웃을 보며 월동 준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김치를 기탁하고 있다.

16일에도 익산종합운동장에서 한 상자에 7kg짜리 김장김치 460상자를 익산시에, 별도의 80여 상자는 함열읍에 각각 지정 기탁을 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2200만원 상당에 해당한다.

이날 후원한 김치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익산시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의 어려운 이웃에 전달될 예정이다.

최장의 기부를 실천해온 임 원장의 재산은 오래된 2층 건물의 집 한 채가 전부이다.

그래도 작년 말에는 후진국의 지진 피해자를 위해 1억원을 쾌척하는 등 50여 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는 기부 인생을 살고 있다. 2남 2녀의 자녀들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원장은 "돈 있을 때마다 쬐끔 (기부를) 하는 것인데 누구에게 알릴 일이 있느냐?"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하다 마지못해 사연을 풀어놓았다. 사진 촬영은 하지 않겠다며 극구 손사래를 쳤지만 오래된 소박한 가구들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는 20평 남짓의 한약방을 배경 삼아 겨우 몇 컷을 찍을 수 있었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돈은 이웃을 위해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웃을 도울 것입니다. 밥이야 먹고만 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박기홍 기자(=익산)(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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