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숨 참고 학교가요" 아이들 호소에도, 연기 내뿜는 어른들

이희령 기자 2023. 11. 1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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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숨 참고 학교에 간다, 제발 흡연구역을 이용해달라." 등굣길 주변의 담배 연기를 참지 못하고 초등학생들이 이런 글을 써서 붙였습니다.

서울 상암동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흡연 문제로 골치인데, 얼마나 심각한 건지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상암동의 한 거리입니다.

시도 때도 없는 흡연으로 민원이 많은 곳입니다.

얼마 전부터 이 거리에 있는 가로수들에 이런 종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알아보니까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붙인 거라고 하는데요.

담배 냄새가 얼마나 심한지 "등하교를 숨 참고한다"고까지 쓰여 있습니다.

카페 앞에서 담배 연기를 내뿜습니다.

흡연을 자제해달라는 현수막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담배를 피웁니다. 가래침까지 뱉습니다.

[흡연자 : 뭐, 흡연자들이 조심해야죠. 비흡연자들을 배려해야 하니까요. {흡연장이 근처에 있는 걸 혹시 모르고 계셨나요?} 몰랐어요, 있었으면 갔을 텐데. 그런데 제가 다리가 아파서.]

취재진이 떠나자마자 담배를 한 대 더 꺼내 뭅니다.

포스터 바로 옆에서도 흡연은 계속됩니다.

[흡연자 : {그림 혹시 보셨을까요?} 아니요. 그런데 아이가 지나다니는 걸 못 봐서.]

떠난 자리에는 꽁초들이 버려져 있습니다.

포스터를 직접 만든 아이들의 하굣길을 따라가봤습니다.

[있잖아, 우리 끝말잇기 할래? {그럴까?}]

아이들이 다가오는데 담배연기를 내뿜습니다.

[저기 봐, 저기서 담배 피우시고 막. {그런데 우리 포스터 앞에 붙였잖아.} 그러니까. 붙였는데도…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데? {아니, 너무한데?}]

방향을 바꾸자 또 나타납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냄새에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립니다.

[박예진/상암초등학교 5학년 : 코를 막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이사랑/상암초등학교 5학년 : 아기들도 있고, 이러다가 병 걸리면 그걸 책임지지는 않을 거잖아요.]

흡연구역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아이들이 붙인 포스터를 살펴보면 담배 냄새 때문에 고통스럽다면서 흡연 구역을 이용해 달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오피스텔 옆에 흡연 구역이 어디 있는지도 표시를 해놨는데요. 직접 가보겠습니다.

제가 1분도 채 걷지 않았는데요. 이렇게 가까운 곳에 흡연 구역이 양쪽에 마련돼 있습니다.

[이하엘/상암초등학교 5학년 : {흡연 구역이 멀게 느껴져요?} 아니요. 진짜 몇 발자국만 가도 있는데 왜 굳이 여기서 피우는지 잘 모르겠어요.]

[김용길/서울 상암동 : 아까도 (포스터) 읽으면서 이렇게 피우시더라고요. 그리고 이제 버리고 침 뱉고. 무슨 생각으로 저러지?]

[김지수/상암초등학교 5학년 : (담배 연기 피해서) 뛰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에도 그렇게 뛰어가다가 동생이 다친 적도 있고. 앞으로는 좀 자제해주시거나 흡연 구역에서 피우셨으면 좋겠어요.]

이 평범한 거리가, 아이들에겐 숨도 쉬기 어려운 공간이 됐습니다.

매일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담배는 정해진 곳에서 피워 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취재지원 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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