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내 저수지서 '신종 거머리·진드기' 출현...치명적 질병 옮기기도

박효순 2023. 11. 1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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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생이에 붙어서 기생, 흡혈하며 생존…학계 비상한 관심


남생이에 붙은 국내 미확인종 거머리 성체와 어린 개체들. [사진=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제공]

국내 저수지에서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여러 거머리와 진드기가 발견됐다. 이들 거머리와 진드기 중 일부는 인간에게 치명적 질병을 옮길 수도 있어 저수지 물 접촉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여름 전남 구례 지역의 한 저수지에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하는 '행동생태를 이용한 외래 양서·파충류 개체군감소기술개발(2단계)' 연구를 수행 중이던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구교성 박사와 김은솔 연구원은 포획된 남생이에서 전에 보지 못했던 거머리들을 발견했다.

3마리의 거머리들은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남생이의 등껍질과 어깨 부분에 붙어있었다. 직감적으로 외래종과 함께 온 거머리로 생각한 구 박사는 이 거머리들에 대한 문헌조사와 유전계통학 분석 등을 통해 현재까지 국내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미확인 거머리로 확인했다.

15일 이화여대 대학원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팀은 전남 구례 지역 저수지에 서식하는 남생이 개체군에서 미확인 거머리 1종(1개체 3마리)이 발견됐고, 생태적 및 계통유전학 연구를 통해 미대륙에서 주로 발견되는 납작거머리과 내 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교성 박사에 따르면, 이 거머리는 납작거머리과에 속하는 것으로 분석이 됐지만 계통유전학으로 볼 때 기존에 알려진 거머리와 다른 점이 많다. 조만간 연구논문이 발표되면 국제적으로 관련 학계의 검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전파하는 참진드기류, 물속에서 처음 나와

물속 남생이에 붙은 진드기가 살 속으로 파고들어 피를 빨고 있다. [사진=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제공]

2021년 5월에는 경남 진주 지역에 서식하는 남생이 집단에서 미확인 거머리 1종(95마리)이 발견됐다. 외부 형질 그리고 유전적 비교 연구를 통해 중국, 일본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는 거북거머리과 내 남생이 거머리로 확인됐다. 이 거머리는 국내에서 발견 당시까지 관련 기록이 없어 국내 최초 발견으로 인정받고 있다. 장이권 교수 연구팀은 현재 이 남생이 거머리가 원래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5월 11일에는 구례 지역에 서식하는 남생이에서 미확인 진드기 1종이 발견됐다. 이 진드기는 참진드기과에 속하는 뭉뚝참진드기로 확인됐다. 육상 생물에 주로 기생하는 뭉뚝참진드기가 물속에 사는 거북이에서 발견되기는 국내 처음이다. 뭉뚝참진드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전파한다. 발열, 피로, 식욕 저하,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하고 방치할 경우 사망률 또한 매우 높다.

최근 열린 2023년도 제16회 한국양서-파충류학회 학술대회에서 장 교수팀(구교성 연구교수, 김은솔 연구원)은 '국내 멸종위기 남생이에서 수집된 외부 기생충 3종' 제목으로 이 같은 사례를 발표했다. 구 박사는 "후속 연구에서는 추가적인 지역에서의 표본 확보를 통해 각 기생충의 정확한 분류학적 위치를 확인하고자 한다"면서 "또한 근래의 외래 거북 유입 문제와 관련하여 외부(국외)에서의 유입 가능성도 규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진주, 경주, 구례 등 남쪽 지역 저수지 등에서 미확인 거머리 잇달아 발견

어린 개체를 품고 있는 국내 미확인종 거머리. [사진=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제공]

한편, 2021년 발견된 거북이 거머리에 관한 연구 내용은 대한기생충학열대의학회 학술지(Korean J Parasitol)에 논문으로 게재됐다(2022.06). 제15회 한국양서-파충류학회 학술발표대회에서 소개됐고 학술대회 자료집(2022.07)에도 실렸다.

자세한 내용을 보면, 2021년 5월 진주 담수 저수지에서 채취한 남생이 143마리 중 8마리(5.6%)의 개체에서 95마리의 거머리가 붙어있었다. 11쌍으로 구성된 외부의 나뭇가지형 아가미, 몸체가 22개의 체절로 이루어진 형태적 특징,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점, 남생이에서 기생하는 점을 근거로 연구팀은 이 거머리를 오조브랜추스 진세아누스(Ozobranchus jantseanus)로 동정(同定, 이미 밝혀진 분류군 중에서의 그 위치를 결정하는 일)했다.

이후 숙주의 특성과 거머리 간의 관련성을 분석하기 위해 2022년 4월 진주 지역과 2022년 5월 경북 경주 지역의 담수 저수지에서 오조브랜추스 진세아누스 거머리를 추가로 수집했다. 진주 지역 남생이 205개체 중 91개체(44.4%)에서 거머리와 22개체(10.7%)에서 거머리알이 발견됐다. 경주 지역 남생이 46개체 중 41개체(89.1%)에서 거머리, 32개체(69.6%)에서 거머리알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추후 연구를 통해 남생이 거머리의 국내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의 유전적 다양성을 비교할 예정이며, 또한 동아시아 각 지역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 연구를 통해 남생이와 거머리의 이동 및 확산의 양상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남생이 거머리가 한반도에 원래 살던 종으로 확인되면, 나중에는 숙주와 기생충 간에 공생 관계 그리고 공진화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양서-파충류학회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양서·파충류에 관한 연구 및 연구 결과를 논의하고, 이를 통하여 한국 내 양서-파충류의 효율적인 보전에 관한 대책 등을 제시하여, 한국의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흡혈 거머리, 입과 이빨로 물어뜯으며 피부 속 침투…가려움·염증 유발

남생이에 붙은 미확인종 거머리와 거머리알. [사진=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제공]

이번 미확인 거머리와 관련,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거머리에게 물린 초기에는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물린 자리는 피가 잘 멈추지 않는다"면서 "이는 거머리의 입에서 나오는 마취 성분과 항응고 성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물린 자리는 붉은 발진이 생기거나 부어오르고 알레르기 반응으로 가려움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거머리에 물린 자국에 세균감염이 되기도 하는데 빈도는 낮은 편이다. 거머리가 입과 이빨을 통해 피부를 찢고, 이빨로 물면서 피부 안으로 들어가는데 피부나 피부 내부에서 기생하지는 않는다.

거머리는 보통 20~45분 정도 흡혈 후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 강제로 제거 시 입이나 이빨이 피부 속에서 남아서 감염이나 염증이 유발될 수도 있다. 신용카드나 손톱 같은 편평한 물체를 이용해 아래쪽부터 천천히 부드럽게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물린 부위는 흐르는 물에 세정제나 비누로 깨끗이 씻는다. 피가 계속 나면 거즈나 일회용 밴드로 압박하고 2~3일 지나면 감염이나 염증 있는지 확인한다. 부종, 고름, 발진이나 발열을 보이면 피부과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박효순 기자 (anytoc@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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