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때문에 미치겠다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딥다이브]

한애란 기자 2023. 11. 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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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도대체 왜 이래?”
이런 이야기 들은 적, 또는 해본 적 있나요? 아니면 혹시 본인이 ‘요즘 애들’ 당사자인가요?

주변에 부쩍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이 많아진 걸 보면서 나이듦을 실감합니다. 왜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을 그렇게도 미워할까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요? 객관적으로 요즘 애들은 문제가 있다고요? 글쎄요. 심리학 연구 결과는 좀 다르게 나오는데요. 오늘은 ‘요즘 애들 효과(Kids these days effect)’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수천 년 전부터 어르신들은 한탄했다. 요즘 애들은 왜이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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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왜 이래’라는 한탄

요즘 애들은 늘 어딘가 부족했습니다. 언제부터?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624년부터요. 고대 그리스 교육자들이 당시 아이들의 “사치, 나쁜 매너, 권위에 대한 경멸, 연장자에 대한 무례, 운동 대신 수다를 좋아하는 것”을 걱정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죠.

나이 든 어른들의 젊은이에 대한 불평불만은 놀랍도록 시대를 초월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몇 가지만 추려보자면.

젊은이들은 자신감이 넘치면서 교만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항상 그것에 대해 확신한다.” “(청년들은) 아직 삶의 겸손함을 경험하지 못했고, 환경의 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교만하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돈을 허투루 쓰죠.
“수염 없는 청년은 무엇이 쓸모 있을지 모르고 돈을 낭비한다.”(기원전 1세기, 고대 로마 시인 호레이스, ‘시의 예술: 피소스에게 보낸 서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줄 모르고
“위원장은 젊은이들의 영어 문제를 언급하면서 많은 젊은이가 자신이 의미하는 바를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거나 전달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1938년 영국 글로스터시티즌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 현대 젊은이들의 실패’ 기사)

게으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걷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자동으로 버스를 탄다.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걷기의 미래는 암울하다.”(1951년 영국 포커크헤럴드의 ‘스코틀랜드 통행권’ 기사)

성년이 되어서도 미성숙하죠.
몸은 다 자랐으나 어른 노릇을 못 하는 청소년, 그들의 갈등은 과연 ‘새로운 종’의 문제라고 부를 만하다. 우리는 청소년의 성년화를 남들보다 더욱 유예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심지어 성년을 훨씬 넘은 젊은이들이 겨루는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의 터전에까지도 어버이들의 물결은 넘실댄다.”(1986년 동아일보 ‘횡설수설’)

불평불만이 너무 많은데다
“이 세대가 이전 세대와 정말 다른 점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그렇게 잘 사는데도 그것에 대해 그렇게 씁쓸하게 불평하는 세대라는 것이다.”(1993년 워싱턴포스트 ‘지루한 20년대’ 기사)

기대치가 너무 높습니다.
“그들은 ‘지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 낮은 수준의 일자리’를 피하고 싶어 한다.”(1995년 파이낸셜타임스 ‘X세대를 만나보세요’ 기사)

물질 만능주의적 성향이 뚜렷한데
“강남에 사는 청소년일수록 특이한 옷차림을 해 시선이 집중되면 만족감을 느끼는 과시소비 성향이 높았다. 돈이 부족하면 친구에게서 빌려서라도 사는 소비집착 성향을 나타냈다.”(1997년 동아일보 ‘소비생활연구원 설문조사 청소년 고가 외제품 선호 위험수위’ 기사)

현대 기술로 인해 결정하기를 점점 어려워하죠.
“그들은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은 오락을 갈망하지만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TV 리모컨을 한번 누르는 것만큼 짧다.”(2001년 타임 ‘주의를 기울여 진행하기’ 기사)
2013년 타임지는 ‘The ME ME ME GENERATION’이란 제목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다뤘다. 1976년 베이비붐 세대를 다뤘던 뉴욕매거진의 표지기사 ‘The Me Decade’가 떠오른다.
2013년 타임지는 ‘The ME ME ME GENERATION’이란 제목의 표지기사를 실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아직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게으른 나르시시스트’로 묘사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이를 보고 많은 이들이 37년 전인 1976년 8월의 뉴욕매거진의 표지기사를 떠올렸습니다. 미국의 유명 소설가 톰 울프가 쓴 ‘The Me Decade’라는 기사였는데요. 1970년대 당시 20대였던 베이비붐 세대가 ‘인류 역사상 가장 우스꽝스럽고 자기중심적이며 버릇없는 세대’라는 게 톰 울프(당시 만 45세)의 주장이었습니다.

종합하자면 언제나 요즘 애들은 암울했습니다. 적어도 수천 년 동안 나이 든 세대는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도 바뀌지만, 변치 않는 게 있다면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이에 대해 불평한다는 사실이죠. 왜 그런 걸까요. 혹시 인류가 정말로 갈수록 쇠퇴하고 있는 걸까요?

애들이 아니라 기억력이 문제다

이에 관한 실험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존 프로츠코 UC산타바바라 연구원의 2019년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게재한 논문 ‘요즘 아이들: 요즘 젊은이들이 부족해 보이는 이유’인데요.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젊은 세대를 폄하하는 건 잘못된 기억과 편견의 결과일 뿐입니다. 즉, 문제가 있는 건 요즘 애들이 아니라 나이 든 이의 기억력입니다.

프로츠코 박사는 미국에 사는 성인 3458명(33~51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권위에 대한 존중(권위주의), 지능(IQ), 독서 즐기기라는 세 가지 특성을 제시하고 요즘 아이들의 점수를 매기도록 했습니다. 세가지 영역에서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부족한지, 나은지를 평가하게 한 거죠. 그 결과는 상당히 뚜렷했는데요.

어른들은 자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분야일수록 요즘 젊은이들이 부족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즉 권위주의적인 사람은 요즘 젊은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어른을 덜 존경한다고 평가했죠. IQ가 높은 사람일수록 젊은이들이 예전보다 덜 똑똑하다고 생각했고요. 스스로 책을 잘 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과거보다 독서를 덜 좋아한다고 응답합니다.

눈에 띄는 건 이 효과가 특성별로 구분돼 나타났다는 점인데요. 책을 잘 읽는 어른이라고 해서 젊은이가 어른을 덜 존경한다고 보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즉, 어떤 영역에 탁월한 사람일수록 그 영역에 한해 젊은이들에게 유독 야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사실 이 결과는 좀 놀라웠는데요. 왜냐하면 다른 건 몰라도 지능만큼은 객관적인 기록상으로도 ‘요즘 아이들이 더 IQ가 높다’고 나오기 때문입니다(미국은 10년마다 3포인트 상승). 하지만 정작 지능지수가 좋은 똑똑한 어른들은 이를 부정했죠.
우리 땐 안 이랬다고요? 자신의 기억력을 의심하세요. 게티이미지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프로츠코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는 세대를 거쳐 계속해서 발생하는 ‘기억력 틱’입니다. 현재 자신의 모습을 기억에 투영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쇠퇴’가 너무나 명백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우리에겐 과거 아이들이 어땠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기억력이 좋지 않습니다. 과거의 자신과 동 세대 친구들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죠. 그래서 과거 아이들의 모습을 기억해야 할 때, 그 공백을 현재의 정보로 메웁니다. 그때 보통 자기자신의 정보를 이용하죠. 이른바 ‘현재주의(Presentism, 기억할 때 현재의 조각을 가져다가 과거 기억 속에 넣음)’라고 부르는 편견인데요. ‘내가 지금 책을 많이 읽는 건 어린 시절에 나를 포함한 과거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자신이 뛰어난 분야가 있으면, 그와 관련해 같은 세대 아이들에 대해 더 관대하게 평가하는 거죠.

못 믿으시겠다고요? 그래서 프로츠코 박사는 또 다른 실험도 했습니다. 어른들에게 ‘읽기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그중 일부는 실제 결과와 다르게 ‘당신의 읽기 능력은 전국 인구의 하위 3분의 1에 속한다’는 거짓 결과를 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에게 요즘 아이들의 독서 능력을 평가해달라고 했죠. 그 결과, 나쁜 평가를 받은 성인들은 요즘 아이들을 훨씬 좋게 평가했습니다. 자신이 책을 잘 읽지 못한다고 생각하자, 과거 아이들이 책을 잘 읽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죠.

이 연구가 말하려는 바는 무엇일까요. ‘요즘 애들은 생각보다 훌륭하다’는 게 아닙니다. 기억 편향 때문에 기성세대가 요즘 애들은 부족하다고 여기는 현상, 즉 ‘요즘 애들 효과’가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란 게 결론입니다. 프로츠코 박사 말대로 “밀레니얼 세대도 아이들에 대해 똑같은 불평을 하게 될 거고, 이는 1000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세대주의와 영이즘의 위험성

‘에이지즘(ageism)’이라는 말이 있죠. 연령, 특히 노인에 대한 차별을 일컫는 말인데요. 그 반대가 ‘영이즘(Youngism)’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고정관념을 이유로 젊은이도 연령차별을 받고 있다는 거죠. 다만 아직 에이지즘에 비해 영이즘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무슨 젊은이가 연령차별이냐고요?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영이즘’은 존재하고, 이는 사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스테판 프란시올리 뉴욕대학교 MBA 교수가 2021년 논문(영이즘: 젊은 성인에 대한 편견의 내용, 원인 및 결과)에서 이를 다뤘는데요. 그에 따르면 젊은 세대에 대한 불리한 고정관념 때문에 더 가혹한 사회적 판단을 겪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죠. 24세 이하의 젊은 근로자는 경기침체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결론입니다.

어쩌면 젊은이들에 대한 고정관념에 일말의 진실이 있을지 모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나쁜 일일까요. 발달심리학자인 UC데이비스의 칼리 트레츠니우스키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르시시즘은 청년기에 더 높은 게 발달 측면에서 타당합니다. 그들은 밖으로 나가서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좀 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그럼 어디까지가 편견이고, 어디까지는 사실이며, 어느 부분은 세대 불문 모든 인간이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일까요. 그걸 알아낼 수 있는 연구는 아쉽게도 아직 없습니다. 코호트 효과(특정연도 출생)와 기간 효과(모든 이에게 영향 미치는 역사적 순간), 연령 효과(나이듦으로 인한 자연스런 변화)를 각각 분리해서 분석하려면 상당히 방대한 데이터와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할 겁니다.

현재로선 ‘세대주의’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다소 위험합니다. 코트 루돌프 세인트루이스대학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특정 세대의 모든 구성원이 해당 세대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세대주의 함정’을 피해야 합니다. 복잡한 사회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단순한 세대 개념에 의존하는 것은 그만둬야 합니다.”
베이비붐세대, X세대, 밀레니얼세대, Z세대, 알파세대 등등. 진짜 ‘세대’ 별로 의미 있는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게티이미지

객관적인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

여기까지 읽은 X세대들의 불평이 들리는 듯한데요. 몇 가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겠습니다. 여러 데이터에 따르면 오늘날의 젊은 층은 이전 세대보다 더 건전하고 문제를 덜 일으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조사에 따르면 요즘 10대는 예전보다 담배를 덜 피우고, 술을 덜 마시고, 임신을 덜 하고, 싸움도 덜 하고, 일반적으로 문제행동을 덜 겪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10대의 섹스는 수십 년에 걸쳐 감소했죠. 30년 전엔 미국 10대 중 약 절반이 성 경험이 있었지만, 2021년엔 이 비율이 30%로 줄었습니다. 10대 임신율은 X세대가 어렸을 때보다 77% 감소했고요. UCLA 연구에 따르면 이전보다 파티에 덜 참여하고 학업에 더 집중합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덜 놀고 더 열심히 공부하죠.

미국의 특수한 상황이라고요? 한국엔 30년 치까진 아니지만 비슷한 통계가 2005년부터 나와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13.3%였던 청소년 흡연율은 지난해 4.5%로 드라마틱하게 떨어졌습니다. 술도 마찬가지이죠. 2006년 28.6%였던 청소년 음주율은 지난해 13%를 기록했습니다. 이 얼마나 착한 아이들입니까.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가 이전보다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띕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대학 진학이 늘어난 게 주요 이유이거든요.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의 낸시 힐 교수는 1940~1970년대 대학생들의 인터뷰 기록을 발굴해 책으로 냈는데요. 그는 “오늘날 대학생들의 불안과 외로움이 그들의 조부모인 1970년대 대학생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합니다. “우리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제 60대와 70대가 되었고 그들의 삶은 괜찮아졌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해주세요.”

그래서 결론은? 다행히 요즘 아이들은 괜찮아 보입니다. 적어도 이전 세대보다 더 나빠졌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요즘 아이들은 미래 어느 날, 아마 2050년쯤이 되면 ‘요즘 애들은 이상하다’고 불평할 겁니다. 이는 반복되는 운명이니까요. By.딥다이브

“우리의 부모는 조부모보다 나빴다. 그들의 아들인 우리는 그들보다 무가치하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에 더 타락한 자손을 남기게 될 것이다.” 호레이스가 기원 전 20년에 쓴 오디세이아의 한 구절입니다. 이 무서운 이야기가 현실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가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기원 전 624년부터 ‘요즘 아이들이 문제’라는 기성세대의 불만은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언제나 나이 든 어른이 보기에 요즘 아이들은 게으르고, 자기 중심적이며, 물질 만능주의에 사로잡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기억과 편견의 결과입니다. 나이 든 사람은 어릴 적 또래가 어떠했는지를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자신을 기준으로 요즘 아이들을 평가하곤 합니다. 그 결과 객관적 근거 없이 요즘 세대가 쇠퇴하고 있다고 믿게 됩니다.

-청년에 대한 고정관념은 ‘영이즘’으로 이어집니다. 편견 때문에 이들은 더 가혹한 사회적 판단을 받곤 합니다.

-여러 데이터는 요즘 아이들이 오히려 과거 세대보다 문제를 덜 일으킨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행히도 요즘 애들한테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물론 그들도 더 나이 들면 그 시대 아이들에 대해 불평하게 되겠죠.

*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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