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품 덜고 근로자는 처우 만족…“사업 기간·규모 늘려야”

심재웅 기자 2023. 11.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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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위미농협, 도내 첫 공공형 계절근로자 투입…현장 가보니
도, 베트남 남딘성과 업무협약
41명 입국…내년 3월까지 근무
인건비 저렴·숙련자 활용 가능
농가신청 줄이어…호평 속 순항
베트남 출신의 계절근로자 우엔띠 민땀씨(맨 앞)와 마이티 뜨의씨(맨 뒤)가 현재근 제주위미농협 조합장과 함께 노지감귤을 수확하고 있다.

“감귤 수확철엔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공공형 계절근로자 덕에 한시름 놨습니다. 저렴한 인건비에 일도 곧잘 하니 일거양득 아니겠어요.”

9일 찾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의 한 노지감귤 농장. 잘 익은 감귤이 가득 달린 나무 사이로 싹둑싹둑 감귤 따는 가위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이 연신 흘러나왔다. 현장에선 10여명의 수확 인력이 감귤을 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들 가운데 4명은 베트남 남딘성 출신의 공공형 계절근로자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하면 농협이 해당 지역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필요한 농가에 보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전국 약 20곳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제주에선 제주위미농협(조합장 현재근)이 운영 주체로 참여해 이달 도내 최초로 계절근로자를 농촌 현장에 투입했다.

농장주 양창배씨(49)는 “처음에 인력을 신청할 때는 숙련도가 낮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같이 일해보니 성실할뿐더러 수확 실력도 전문가 못지않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농협이 한 농가에 근로자를 보내주는 최대 기간을 3일로 정했는데 마음 같아선 더 오래 고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9917㎡(3000평) 규모로 노지감귤농사를 짓는 김산옥씨(61)도 “남자 계절근로자 1명을 신청했는데 일을 너무 잘해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신청할 것”이라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제주위미농협은 올 3월 제주도(도지사 오영훈)와 남딘성이 업무협약을 하고 나서 계절근로자 입국을 추진했다.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총 41명(남 25명·여 16명)을 뽑았다. 이들은 1일 입국해 근로계약과 교육을 마친 후 3일부터 현장에 투입됐다. 주 업무는 감귤 수확이며 근로 기간은 내년 3월까지 약 5개월이다.

사업은 순항 중이다. 이용 농가들이 긍정적인 평을 내놓으면서 시행 초기임에도 계절근로자를 원하는 농가가 줄을 섰고, 계절근로자 역시 농사일과 농촌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김은주 제주위미농협 상무는 “15일 단위로 농가신청을 받고 있는데 이미 11월말까지 마감됐다”고 밝혔다.

농가가 계절근로자를 반기는 이유는 단연 저렴한 인건비다. 농가가 농협에 내는 계절근로자 일당은 남자 11만원, 여자 7만5000원이다. 이는 일반 업체를 통해 고용하는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보다 최대 4만원이나 낮아 농가로선 생산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양씨는 “감귤 수확철 시중 외국인 근로자 일당은 남자가 15만원, 여자가 9만원선”이라며 “같은 일을 하는데 계절근로자 인건비가 저렴하니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계절근로자도 근무 환경과 처우 그리고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양씨 농장에 배치돼 수확을 도운 우엔띠 민땀씨(30)는 “첫날 감귤을 수확하고 어깨가 조금 아팠지만 베트남에서도 농사일을 했기에 금방 적응했다”며 “숙소도 베트남에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고 날씨도 생각보다 춥지 않다”며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근로 기간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복귀하더라도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높은 급여 또한 계절근로자의 성실한 업무 태도를 끌어내는 동기 중 하나다. 제주위미농협은 계절근로자에게 한달 급여 약 247만원을 지급한다. 주 6일, 하루 8시간 근로 기준이다. 이는 베트남에서 농업으로 버는 수익보다 월등히 높다. 마이티 뜨의씨(37)는 “베트남에서 벼와 채소를 재배했는데 수익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500만동(27만1000원) 정도”라며 “한국에서 일하는 게 베트남보다 약 10배 높은 소득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제주위미농협은 계절근로자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한국어에 능통한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을 채용해 통역·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휴일 취미활동을 지원하고 한국어 교육, 현장 문화 체험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운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계절근로자 주거문제 해결이나 전문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행정력이 집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계절근로자가 묵는 숙소와 이들을 관리하는 인력은 물론 초기 기본교육 수행까지 대부분 농협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부담을 행정이 함께 짊어진다면 농촌 인력난 해소가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근 조합장은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계절근로자 숙소나 관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주저하는 농협이 많다”며 “도내 거점별 계절근로자 전용 숙소를 세우고 행정이 이를 관리해준다면 사업이 금방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 지원과 사업 운영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 조합장은 “이번 사업 운영경비로 정부와 도에서 1억310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적자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사업 자체가 수익을 기대하는 구조가 아니므로 적자를 최소화할 통 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만3058㎡(1만평)에서 노지감귤을 재배하는 강성민씨(59·위미리)는 “수확 시기인 겨울뿐 아니라 봄·여름에도 농장 인력 수요가 상당하다”며 “사업 기간을 연중으로 확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베트남 외 다른 국가와도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농협 또한 추후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김가현 도 스마트농업경영팀 주무관은 “올 7월 몽골과 업무협약을 했고 캄보디아와도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역농협 2곳이 내년도 사업 참여를 신청했는데 구체적인 도입규모 등은 법무부가 12월쯤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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