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마을’ 꽃 대궐 만든 ‘이현세만화벽화마을’ 황춘섭 이장[이사람]

강석봉 기자 2023. 11. 15.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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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가 웹툰영화제로…이현세만화벽화마을의 변신
게스트하우스·셔틀버스 운행…“매화마을 가고 싶어”
60년 된 다방, 50년 된 목욕탕…‘레트로’가 ‘세트’로
매화마을 남벌열차카페에서 만난 황춘섭 이장. 사진제공|트래블팀



경북 울진은 고속도로가 통과하지 않고 기찻길도 없다. 울진을 오지라 해도 변명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 운이 없었고, 실제 ‘~할 뻔했다’. 공항이 생길 뻔했고, 동해고속도로가 연장될 뻔했다. 그나마 울릉도 가는 뱃길은 있지만 승객은 묵호·포항항에 비하면 손을 꼽을 정도다. 다행히 철도 동해선이 생기면 울진·후포역이 생긴다.

매화마을 드론샷. 사진제공|트래블팀



울진을 문명의 이기가 척을 뒀다 하여, 자연까지 ‘개무시’한 건 아니다. 울진은 60여 ㎞ 왕피천의 명소를 품고 있고, 100만 그루 금강송 숲의 메인 포레스트다. 자연이 ‘오지게’ 경외하는 울진은 결국엔 ‘오지’였던 셈이다.

울진 사람들도 과거 이것을 천명이라 여겼지만, 이젠 달라졌다. 변화는 울진 매화면의 이현세만화벽화마을(매화마을)에서 시작됐다.

매화마을. 사진제공|트래블팀



그 모티프는 황춘섭(63) 매화마을 이장에게서 찾을 수 있다. 황 이장은 2013년부터 마을 이장 일을 보고 있다.

황 이장은 “원래 이 동네는 매화초교·매화중을 합쳐 1000여 명 넘는 학생들이 다녔다. 타지 생활을 하다가 돌아와 보니 학생 수가 37명으로 줄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매화마을 이현세만화벽화. 사진|강석봉 기자



마을은 점점 황폐해져만 갔다. 황 이장은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마을개발위원회와 함께 거리에 꽃을 심는 등 마을 가꾸기를 시작했다.

“2015년 작은 도서관 앞으로 150m 정도 되는 농협창고 벽이 비어 있더라. 당시 매화중학교 학생이 16명이었는데 농협 조합장에게 부탁해서 학생들이 벽화를 그릴 수 있게 했다.”

이후 매화마을을 벽화마을로 만들기로 정하고 이현세만화벽화거리를 조성했다. 주민들은 매화마을에 연고가 있는 이현세 작가의 작품을 주제로 삼기로 하고 삼고초려해 어렵게 그 그림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아냈다.

매화마을 이현세만화벽화. 사진|강석봉 기자



‘공포의 외인구단’ ‘국경의 갈가마귀’ ‘아마게돈’ ‘남벌’ ‘천국의 신화’ 등의 작품을 남긴 이현세는 우리 만화계의 거장이다. 이 동네는 이현세에게 있어 원적지다. 그의 부모님 고향이다.

이현세 만화의 이용 권한을 허락받았지만 그림이 저절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돈이 필요했다. 황 이장은 2016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실시한 마을사업 공모에 응모했다. 한 번 고배를 마셨지만 이듬해 또다시 도전해 250m 가량 벽화를 조성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했다. 그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2018년 한수원 지원사업에 재차 응모해 매화마을의 랜드마크인 카페 ‘남벌열차’를 오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남벌열차’는 이현세의 대표작 ‘남벌’에서 따온 명칭이다.

매화마을 남벌열차카페. 사진제공|트래블팀



카페 외벽에는 태극기를 몸에 휘감은 오혜성이 그려져 있고 그 옆으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표어가 적혀 있다. 그리고 카페 마당에는 까치·마동탁·엄지 등신대 동상을 세웠다.

열차는 조치원 차고지에서 차대를 4500만 원 주고 구입했으며 1800만 원의 운송비를 들여 매화마을로 옮겨왔다.

매화마을 남벌열차카페. 사진제공|트래블팀



이 마을에서 재탄생한 이현세의 작품은, 이 작가의 처남인 안창회 화백에 의해 구현됐다. 첫 250m의 벽화는 현재 800m에 이르는 벽과 바닥에 걸쳐 그려지며 그 수를 늘렸다. 벽화 작업은 마을의 온 벽이 그림으로 채워질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만화벽화는 마을을 알리는 킬링포인트가 됐다. 이 덕에 울진웹툰영화제도 이곳에서 열린다. 올해 2회째로 이 행사는 임영하 조직위원장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웹툰 기반 영화 ‘79억:1’을 제작할 때도 제작비로 8000만 원을 쾌척했다.

매화마을 이현세만화벽화. 사진|강석봉 기자



매화마을은 이외에도 마음 끌리는 구석이 많은 레트로’ 여행지다. 이현세만화벽화거리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1963년 첫 영업을 시작한 ‘삼일다방’, 1970년대 마을부녀회에서 연탄을 팔아 건립한 마을공동목욕탕, 일본식 목조주택 ‘영동이네 옛집’ ‘옛동서약방집’, 300년 풍상을 견디고 살아남은 기와 ‘의관댁 고택’, 수령 700년의 마을 수호목 등 둘러볼 곳이 수두룩 빽빽이다.

복지회관 내 만화도서관에서는 관광객이 매화마을에서 찍은 스마트폰 사진을 실물 사진으로 인화해주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그밖에 주말이면 마을에서는 울진 몽돌해변과 매화마을을 순회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해 관광객의 볼거리·즐길 거리는 물론 편의성도 크게 하고 있다. 이 역시 황 이장이 발 벗고 나서 벌인 일이다.

주말이면 매화마을에서는 울진 몽돌해변과 매화마을을 순회하는 셔틀버스



현재 황 이장은 한수원에 공포의 외인구단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마을 소유의 가옥을 활용해 외부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칫 황폐화 될 수도 있었던 마을을 부활 시켜 유명 관광지 반열에 올려놓았다. 도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인 것처럼, 오늘 울진 매화마을에서도 마을을 살리려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그 중심에 황춘섭 이장의 역할이 오롯하다.

매화마을 이현세만화벽화. 사진|강석봉 기자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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