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모험을 단행한 ‘하나원큐’, 모험의 키를 쥔 ‘김시온’

손동환 2023. 11. 15. 00: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10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9월 19일 저녁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부천 하나원큐는 지난 9월 4일 부산 BNK 썸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23~2024 WKBL 신입선수선발회 1라운드 지명권과 2025~2026 WKBL 신입선수선발회 1라운드 우선 지명권을 BNK에 내줬고, 그 대가로 김시온을 데리고 왔다. 그 정도로, 김시온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가치를 인정받은 김시온은 새로운 팀에서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장신 포인트가드
김시온은 상주여고 시절 장신 포인트가드로 분류됐다. 175cm의 키에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지닌 선수였고, 템포 조절도 가능한 자원이었기 때문. 여자농구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존재였다.
자신만의 매력을 갖고 있던 김시온은 2014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 나왔다. 그러나 1순위는 김시온의 몫이 아니었다. 선일여고 시절 61점을 폭격한 바 있는 신지현(부천 하나원큐)이 1순위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김시온’이라는 이름이 불리기까지, 오래 걸린 건 아니었다. 신지현 다음으로 호명된 이가 김시온이었기 때문. 김시온을 지명한 팀은 구리 KDB생명(현 부산 BNK 썸). KDB생명이 김시온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2014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2순위로 구리 KDB생명에 입단했습니다.
‘1순위 지명권을 얻은 팀이 KDB생명이면 김시온을 뽑고, 하나은행이면 신지현을 뽑을 거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KDB생명이 1순위와 2순위를 획득했어요. 하나은행은 (신)지현이를 뽑았고, KDB생명은 저를 선발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됐더라고요.(웃음)
KDB생명이 김시온 선수를 지명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고1 때 KDB생명과 연습 경기를 했는데, 언니들이 엄청 혼나더라고요. 너무 무서웠어요. 팀 분위기 자체가 무섭다는 소문도 있었고요.
무섭다는 KDB생명에 합류했습니다. 첫 인상은 어떠셨나요?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언니들께서 동생들을 많이 챙겨줬고, 동생들도 언니들을 많이 따랐어요. 분위기가 좋더라고요.(웃음)

갑작스런 은퇴
김시온은 발전 가능성 높은 유망주였다. 그러나 김시온한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경은(현 인천 신한은행)이라는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경은이 코트에서 물러나야, 김시온이 코트를 밟을 수 있었다.
백업 가드였지만, 주어진 기회를 조금씩 활용했다. 특히, 2017~2018시즌에는 34경기 평균 18분 32초를 소화했다. 경기당 3.1점 2.0어시스트 1.7리바운드로 데뷔 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남겼다. KDB생명 시절로 한정하면 그랬다.
하지만 김시온은 2017~2018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했다.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김시온에게 주어진 기회가 더 많아졌고, 김시온이 자신을 뽐낼 시간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데뷔 시즌(2013~2014)에 8경기 평균 8분 30초를 소화했습니다.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긴장을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원래 떠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신인치고는 많이 뛰었다고 생각해요.
많이 뛰었다고 하기에는, 출전 경기 수가 적습니다. 평균 출전 시간도 짧고요.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팀에 녹아들고 싶었죠. 그렇지만 생각한 만큼 해내지 못했어요. 언니들과의 기량 차도 컸고요. 그런 걸 감안하면, 기회를 많이 얻었다고 생각해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수비랑 몸싸움이 가장 큰 차이였어요. 특히, 아마추어는 2대2를 많이 하지 않아서, 스크린에 대응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 과정에서 해야 하는 몸싸움은 더 힘들었고요.
2017~2018시즌 들어 기회를 많이 받았습니다. 데뷔 후 최고의 기록을 남겼고요.
(이)경은 언니(현 인천 신한은행)와 (김)진영 언니(인천 신한은행 김진영과는 동명이인이다)는 물론, 튼튼하기로 소문난 (안)혜지도 다쳤어요. 가드가 많이 빠졌기 때문에, 제가 많이 뛴 것 같아요. 많이 뛰었기 때문에, 기록도 좋았던 거고요.
그렇지만 2017~2018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은퇴였는데요.
농구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달라진 이름, 똑같은 코트
김시온이 은퇴를 선언할 때, KDB생명은 농구단 운영을 종료했다. KDB생명 소속이었던 선수들은 WKBL의 위탁 운영을 받았다. ‘OK저축은행 읏샷’이라는 이름으로 2018~2019시즌을 소화했다.
OK저축은행 소속이었던 선수들은 2018~2019시즌 종료 후 또 한 번 운명을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다. 부산 및 경남에 위치한 BNK가 농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1년의 공백기가 있었던 김시온도 복귀를 결심했다. KDB생명의 선수가 아닌, 부산 BNK 썸의 선수가 됐다. 그리고 2022~2023시즌에는 30경기 평균 21분 29초 출전에, 경기당 4.9점 2.4리바운드 1.3어시스트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도 나섰다.

1년 동안 코트를 떠났습니다. 코트 밖 세상은 어떠셨나요?
이미 아무 것도 안 했지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었습니다. 그저 쉬고 싶었어요. 아마 하루에 18시간씩 잤을 거예요. 오랜 시간 쉬기도 했고, 유럽 여행도 한 달 반 정도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웃음)
KDB생명의 새로운 주인은 BNK가 됐고, 김시온 선수는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BNK가 농구단을 인수한 건 저에게 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많은 팀들이 2018~2019시즌 종료 후 저한테 입단 제의를 했습니다. 고민이 됐어요. 그렇지만 함께 했던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BNK로 갔어요.
1년의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어렵지 않으셨나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1년 동안 아무 것도 안했어요. 그러다 보니, 근력과 체력이 너무 떨어졌어요. 몸을 만드는 것부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기회를 계속 받았기 때문에, 경기 체력이 올라간 것 같아요.
2022~2023시즌에는 커리어 하이를 찍었습니다. 데뷔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도 나섰고요.
커리어 하이는 저에게 큰 의미가 아니었어요. 챔피언 결정전을 뛴 게 더 신기했죠. 챔피언 결정전은 너무 머나먼 무대였거든요. TV로만 봤던 걸, 제가 뛴다는 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게 있어요.
어떤 건가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김)정은 언니를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선수를 동경했던 무대인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났어요. 자주는 아니었지만, 언니가 제 앞에 있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첫 번째 이적, 그리고...
김시온의 팀 내 입지는 더 올라갔다. 베테랑 백업 자원 혹은 핵심 로테이션 자원으로 거듭났다. 팀의 뎁스를 두텁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했다.
게다가 BNK는 ‘가용 인원 늘리기’를 2023~2024시즌 목표로 삼았다. 김시온이 힘을 더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김시온도 코트에서 더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난 9월 4일. 하나원큐가 BNK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23~2024 WKBL 신입선수선발회 1라운드 지명권과 2025~2026 WKBL 신입선수선발회 1라운드 우선 지명권을 BNK에 내줬고, 그 대가로 김시온을 데리고 왔다. 김시온의 소속 팀이 바뀐 순간이었다.
데뷔 첫 트레이드. 그것도 시즌 개막 두 달전에 진행된 트레이드였다. 김시온은 놀란 가슴을 가라앉혀야 했다. 그렇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많다. 하나원큐가 미래 자원을 포기하면서까지 김시온을 원했기 때문이다.

8월까지만 해도, BNK에서 비시즌을 보냈습니다. 중점사항은 어떤 거였나요?
2022~2023시즌만 해도 식스맨으로 뛰었습니다. 그렇지만 2023년 비시즌에는 스타팅 라인업에 많이 포함됐습니다. 시작이 경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면 어떤 걸 해야 할까?’를 늘 고민했습니다.
개인 훈련 방식도 살짝 바꿨습니다. 슈팅 연습을 많이 하되, 슈팅 타이밍과 돌파 타이밍을 구분하는 것도 연구했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하나원큐로 트레이드됐죠.(웃음)
9월 4일. 하나원큐와 BNK가 트레이드를 발표했습니다. 어떤 기분이었나요?
‘오?! 내가 하나원큐로 간다고?!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신입선수선발회 동기이자 절친인 신지현 선수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정말 좋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신지현 선수와의 호흡을 기대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신)지현이는 1대1과 2대2를 많이 해요. 공을 들고 하는 플레이가 많은 만큼, 체력 부담이 클 거예요. 제가 만들어주고 지현이가 받아먹는 구조가 형성되면, 지현이가 부담을 덜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시너지 효과도 나타날 거고요.
남은 두 달 동안 하나원큐에서 비시즌을 보내야 합니다.
BNK에서는 개인 훈련 후에 팀 훈련을 했습니다. 1대1과 2대2에서 파생되는 공격 옵션을 많이 보는 팀이었죠. 그러다가 안 되는 것들을 개인 연습으로 채웠습니다.
하나원큐 같은 경우, 몸을 먼저 만들어요. 퍼포먼스 트레이닝 이후에 농구 훈련을 합니다. 그래서 오전 운동 전에 혼자 퍼포먼스 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선수들과 함께 전술-전략을 맞춰보고 있습니다. 5명의 유기적인 움직임 속에 1대1 상황을 살펴요. 그게 BNK와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원큐는 미래 자원을 포기하면서까지 김시온 선수를 영입했습니다. 김시온 선수도 트레이드의 의미를 잘 알 것 같아요.
하나원큐는 신입선수선발회에서 늘 높은 순번을 차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층이 비었어요. 식스맨 전력도 부족했고요. 그래서 저를 영입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기존 자원과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합니다. 주축 자원을 뒷받침해야 하고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부천 하나원큐(본문 마지막 사진)

Copyright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