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줄’→LM가이드→스마트팩토리… 삼익THK의 변신

최온정 기자 2023. 11. 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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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기 오너 2.0] 진주완 삼익THK 대표
공업용 줄로 출발… 산업용 로봇·설비 생산
3년간 매출 2639→3391억원… 미국 등 진출

한국경제를 이끄는 중견·중소기업의 2·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선대로부터 배운 승부 근성과 해외 경험을 발판 삼아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간다. 1세대 기업인을 뛰어넘기 위해 2·3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삼익THK는 산업용 LM(linear motion·직선운동)가이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산업용 줄(거친 면을 다듬을 때 쓰는 공구)을 만들던 삼익THK는 1991년 LM가이드를 개발한 일본 THK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산업용 로봇과 설비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부품·설비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다.

삼익THK는 다시 스마트팩토리(지능형 공장) 설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덴마크 기업인 유니버설로봇과 협약을 맺고 국내에 협동로봇을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데이터 추적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에서 짓고 있는 2차전지 제조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진주완 삼익THK·매츠벤처스 대표./삼익THK 제공

진주완(49) 삼익THK 대표는 이런 변화를 이끈 인물이다. 창업주인 고(故) 진우석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오너 2세인 진영환(75) 회장의 조카인 진 대표는 2017년부터 경영 일선에 나서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진 대표는 “시대가 변하고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가치도 달라지고 있다”면서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60주년을 맞은 2020년 스마트팩토리 설루션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진 대표는 “삼익THK는 이미 기계와 설비를 생산하고 있었고, 여기에 협동로봇을 추가한 뒤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를 뽑아내면 스마트팩토리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를 플랫폼으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삼익THK는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20년 11월 협동로봇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유니버설로봇(UR)과 파트너 협약을 맺고 국내에 UR이 만든 센서·작업모듈·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UR의 자회사인 미르(MiR)와도 손을 잡고 자율주행로봇(AMR)을 공급하고 있다.

데이터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삼익THK는 국내 굴지의 2차전지 기업과 함께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의 생산이력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배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됐는지 알 수 있게 해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에 필요하다. 현재 해외에 건설 중이거나 건설 계획이 있는 상당수 공장에 삼익THK의 시스템이 들어간다.

진 대표는 “배터리 생산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제약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산이력 추적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면서 “향후 제품의 결함을 검출하는 비전(vision) 검사 시스템과 사용자용 인터페이스(사용자가 기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투자사업에도 진출했다. 삼익THK는 작년 말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삼익매츠벤처스’를 차리고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현재 3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면서 ▲자율주행 순찰로봇(도구공간)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매너지먼트시스템(휴네이트) ▲다관절 로봇(민트로봇) 등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했다.

그래픽=손민균

2021년 1082억원 규모였던 협동로봇 시장은 지난해 1623억원으로 성장했고, 국내 스마트팩토리 시장 규모도 연평균 11% 안팎으로 증가하고 있다. 삼익THK는 늘어나는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미국, 폴란드, 중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삼익THK의 경영실적도 개선됐다. 2018년 2320억원이었던 매출은 사업다각화에 힘입어 지난해 3391억원으로 늘었다. 삼익THK는 향후 매출이 2026년까지 7000억원, 2030년에는 1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 대표는 지난해 그간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그는 취임 직후 자신의 명함에 CEO라는 명칭에 더해 CPO(최고목적관리자·chief purpose officer)라는 직함을 추가했다. 기업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진 대표는 “삼익THK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진정한 설루션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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