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주에 외국인까지 관심 가져…손수 만들기도 하는 ‘전통주 펍2’

장주영 여행플러스 인턴기자(lunaj915@naver.com) 2023. 11. 1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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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개의 전통주 골라 먹는 ‘남산술클럽’
전통주 만들고 마시고 실험하는 ‘같이 양조장’

‘전통주’ 하면 어떤 술이 떠오르는가. 최근 땅콩부터 오렌지, 딸기, 청포도까지 각종 과일과 견과류를 넣어 만든 ‘막걸리’가 유행이다 보니 대부분 막걸리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알싸한 소주와는 달리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있어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막걸리다.

만드는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시중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 막걸리를 많이 찾지만 사실 약주와 증류주 또한 그윽하고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위스키나 맥주, 와인과는 또 다른 풍미를 자랑하는 전통주. 우리나라 전통주를 직접 만들어보거나 각종 전통주를 맛보며 매력에 퐁당 빠져볼 수 있는 공간 두 곳을 소개한다.

취향저격 전통술을 만날 수 있는 ‘남산술클럽’
남산술클럽의 외관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용산구청)에서 10분만 걸어가면 전통주 소믈리에 부부가 꾸려나가는 전통주 전문 펍이 등장한다. 바로 ‘남산술클럽’이다. 이곳은 내 입맛에 딱 맞는 전통주를 찾아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막걸리부터 전통 증류주, 담금주까지 100여 개의 다양한 전통 술을 ‘잔술’로 음미할 수 있다. 잔술이란 말 그대로 잔에 담긴 술이라는 뜻이다. 병째로 판매하는 일반 전통주점과는 달리 한 잔씩 맛볼 수 있다.

남산술클럽 내부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가게는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다. 한쪽 벽면엔 각종 전통주를 빼곡히 전시해 아담한 가게를 가득 채운다.
남산술클럽 메뉴판과 물수건, 컵 아래 깔린 코스터에서 한국의 멋이 보인다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자리에 앉으면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시원한 물 한잔과 QR 메뉴판이 나온다. QR을 통해 메뉴판을 확인하면 남산술클럽만의 전담 큐레이션의 시작이다.
큐레이션을 통해 날씨, 시간, 당도, 산도, 탄산감 등 취향을 반영한 술 두가지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전통주를 잘 몰라도 괜찮다. 개인의 취향, 술의 당도, 산도, 마시는 시간과 날씨까지 고려해 취향에 꼭 들어맞는 술을 추천해 준다. 비슷한 계열 술 두세 가지 중에서 설명을 듣고 고를 수도 있다.

이름과 제조 역사를 비롯해 어떤 맛이 나는지, 어떤 향이 나는지까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맘껏 비교해 보고 골라 마실 수 있다. 큐레이션은 영어, 한국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까지 제공한다. 덕분에 해외 출장으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나 여행객이 자주 찾는다.

정정순한산소곡주의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다음은 개인 취향에 맞게 큐레이션을 따라 골라본 술이다. 이름은 ‘정정순한산소곡주’로, 과실 향과 단맛이 강하고 산미가 덜한 청주다. 투박한 패키지와는 달리 달콤하면서도 끝맛이 깔끔하다. 가게에는 전통주와 함께 곁들여 먹는 안주도 있다. 초콜릿과 견과류로 만든 ‘초콜릿 살라미’, 누룩 소금을 활용해 간을 한 편육 등 전통주와 합이 좋다.
남산술클럽의 내부 모습 / 사진 = 남산술클럽 제공
남산술클럽 대표인 더스틴과 이경미씨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 남산술클럽의 목표는 무엇인가.

▶ 누구라도 전통주 안에서 나에게 꼭 맞는 술을 하나쯤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전통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가게가 잔술로 전통주를 제공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병술은 한 번 맛봤을 때 맛이 없다면 ‘아, 나는 전통주랑 잘 안 맞나 보다’ 한다. 그에 비해 잔으로 먹는 술은 병술보다 훨씬 접근성이 좋다. 먹어보고 내 스타일이 아니면 바로 다른 술을 도전하기만 하면 된다.

남산술클럽의 저스틴 / 사진 = 남산술클럽제공
- 어떤 계기로 전통주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가게를 열게 됐나.

▶ 남편 더스틴 = 한국에는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교환학생으로 왔었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전통 요리와 술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졸업 후에는 요리와 한국 전통주를 페어링 해주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일하다 보니 아직 한국에 전통주만을 전문으로 페어링하는 미슐랭 레스토랑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전통주만 다뤄 미슐랭 스타를 받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결국 전통주 페어링만으로 레스토랑이 미슐랭 원 스타를 받아냈다.

▶ 아내 이경미 = 남편을 만났을 땐 이미 혼자 집에서 막걸리를 빚어 마시고 있더라. 난 당시엔 전통주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남편이 미슐랭 스타를 받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결국 이뤄낸 모습을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전통주의 매력을 깨달았다.

그 길로 전통주를 배울 수 있는 기관에 들어가 공부하며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다. 사실 자격증도 남편보다 먼저 땄다.(웃음) 전통주를 직접 빚는 게 너무 재밌었다. 결국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으로 직접 운영하는 바를 오픈하게 됐다.

남산술클럽 내부 모습 / 사진 = 남산술클럽 제공
- 술이 정말 다양하다. 이 100가지 술을 다 선정하는 데 어떤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 아무래도 우리 가게의 목표가 취향에 딱 맞는 술을 추천해드리는 것이다 보니 비슷하거나 캐릭터가 겹치면 안된다. 전통 방식으로 빚는 술인지, 인공감미료 없이 자연 재료로 자연 발효한 술인지 등도 중요하다. 이걸 다 고려해서 풍미나 향, 당도, 계절감까지 성격이 뚜렷한 술들을 고르는 편이다.

선택하지 않는 기준도 있다. 대기업 술이거나, 이미 가지고 있는 술과 별다른 게 없으면 안 된다. 가끔 비슷한 술이 있더라도 너무 맛있고 괜찮은 술이면 데려오는데, 그런 경우는 한 두 가지 정도다.

- 남산술클럽만의 매력은.

▶ 역시 짧은 시간 내에 프리미엄 전통 술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 시간 안에 대부분 평균 4잔에서 5잔 정도를 마시고 간다. 풍미도, 맛도, 향도, 종류도 다 다른 술을 한자리에서 마음껏 도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다양한 언어로 진행하는 전문 큐레이션도 큰 매력이다. 비즈니스 트립으로 오는 단골 외국인 손님부터 생주를 마시러 오는 동네 손님들, 독일 잡지나 해외 각국 매체를 보고 찾아오는 분들까지. 인종도, 성별도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이유 같다.

만들기 체험부터 시음까지 한번에! ‘같이 양조장’
같이 양조장 외관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걸어서 10분. 모 대기업이 운영하는 양조장을 제외하고는 서울에서 가장 큰 양조장이 있다고 해 찾아갔다.

바로 ‘같이 양조장’이다. 5층 빌딩 전체를 양조장으로 사용 중인 같이 양조장. 이곳은 각종 과일, 찻잎, 향신료 등 부재료를 사용해 전통주를 재해석한 술을 구매하거나 맛볼 수도 있고 직접 술을 담가볼 수도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1층에 위치한 다이닝홀과 냉장고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1층에 들어서면 다이닝 공간 겸 판매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판매 중인 모든 술은 같이 양조장에서 직접 만든 술들이다. 칵테일 ‘모히또’를 표현한 민트 막걸리부터 멜론을 사용한 멜론 막걸리, 전통주 ‘하향주’와 홍차 잎을 활용해 만든 술까지 다양하다. 고소한 탁주에 향긋함과 감칠맛을 더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술로 재탄생했다.
2층 체험실과 실험실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2층에는 체험 및 실험 공간이 있다. 막걸리 만들기 체험과 술과 관련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실험에서는 전통주에 들어가는 효소·효모를 활용한 체험은 물론 술 당도와 산도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역할도 한다. 당도와 산도가 술의 맛을 결정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다.

알코올 도수를 잴 수 있는 각종 장비와 미생물들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장비가 함께 있다. 막걸리 체험을 신청하면 이 실험 도구를 활용해 효소를 배양하기도 하고, 관찰도 할 수 있다.

백설기로 짓는 ‘층층지주’ 과정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체험의 경우 ‘백설기’를 활용해 술을 빚는다. 쌀을 찌고 식힐 필요 없이 시중에 파는 백설기 떡을 사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간편한 데다 빠른 시간 내에 술을 익힐 수 있다. 이 백설기를 잘게 찢어 술통 안에 층층이 쌓는 것부터 시작한다.

한 층을 쌓고 나면 누룩을 뿌리고, 다시 떡을 찢어 쌓고 누룩을 뿌리는 형식이다. 딸기 같은 부재료도 이때 넣는다. 재료를 모두 넣고 나면 물을 붓고 주걱을 활용해 고르게 섞어주면 완성이다.

체험 후엔 사람들이 집에서 술을 잘 거를 수 있도록 거름망과 함께 간단한 안내 종이를 챙겨준다. 체험객 대상으로만 증정하는 같이 양조장 막걸리도 잊지 말고 받아 가자.

다음은 최우택 같이 양조장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같이 양조장의 전통주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 술을 만들고 먹는 공간이 한 건물에 다 있어 좋은 것 같다. 사업 계기가 궁금하다.

▶ 원래 연희동에서 전통주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 제조에 재미와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합정으로 사업을 확장·이전했다.

사실 술이라는 건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직접 만들고, 마시는 것이 다 콘텐츠다. 근데 이런 사업들은 보통 이분화 돼있다. 대부분 먹는 곳 따로, 만드는 곳 따로 형식이다. 한 곳에서 먹고 마실 수 있는 양조장은 또 차 없이는 가기 힘든 곳들에 있다. 그래서 서울 한 가운데, 그것도 역 근처에 이런 공간을 마련했다.

- 같이 양조장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전통 술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사람은 많지만, 과정이 어렵고 번거로워서 포기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쌀을 찌는데도 오래 걸리고, 빚어서 내어놓기까지도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체험이 노동이 돼버린다.

그래서 이미 완성한 떡을 사용해 만드는 간단한 방법을 사용했다. 어쨌든 체험을 해봤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손재주가 좋지 않아도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체험이길 바란다. 실험실 체험도 마찬가지다. 이론만 알려주는 것보다는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꾸린 것이다. 또 체험객들이 부탁하면 양조장 구경이나 시음도 시켜준다. 이런 것들이 매력인 것 같다.

대동여주도와 함께 협업해 만든 ‘써머 딜라이트 샤인머스캣’(좌), 연희 민트(우)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 특별히 추천하는 술이 있나.

▶ 같이 양조장의 대표 시리즈인 ‘연희 시리즈’ 술이다. 기존 양조장이 있었던 ‘연희동’을 각종 과일과 향신료를 사용해 술로서 재해석했다.

또 다른 술로는 ‘써머 딜라이트 샤인머스캣’이다. 이건 컬래버레이션 제품인데, 전통주 전문 비즈니스 기업 ‘대동여주도’와 함께 협업해 만들었다. 구멍떡을 활용해 빚는 삼양주인데, 유튜브 채널 ‘14F 일사에프’ 주락이월드에 소개된 적이 있다. 샤인머스캣의 달콤함도 잘 나타나고 무엇보다 풍미가 좋아서 요즘 가장 잘나가는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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