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이두나!' 촬영지 찾아 프랑스서 직접 왔는데…

최성국 기자 박지현 수습기자 2023. 11. 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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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비 문제로 양림동 세트장 철거…관광객들 발길 돌려
"지자체가 관광지 알릴 기회 걷어차" 주민들 아쉬움 토로
13일 외국인 관광객이 광주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드라마 '이두나!' 촬영지를 찾고 있다. 2023.11.13/뉴스1 ⓒ News1 박지현 수습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박지현 수습기자 = "넷플 드라마 '이두나!'가 광주에서 촬영됐다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

지난달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가 국내 1위·세계 비영어권 3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자 촬영지인 광주 남구 양림동이 관광객들의 '핫플'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세트장은 이미 모두 철거돼 방문객의 발걸음을 돌리면서 해당 지자체의 소극 행정이 입살에 오르고 있다.

드라마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이 셰어하우스에서 은퇴한 K-팝 아이돌 두나(배수지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물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핵심 장면이 연출된 벽돌 굴다리 등을 찾아가 보려는 관광객도 덩달아 늘고 있다.

드라마의 주요배경인 주인공들의 셰어하우스는 광주 남구 양림역사문화마을에 있는 호랑가시나무 게스트하우스 한 건물이다. 1950년대 지어져 한국 근대식 건축양식을 품고 있는 이 건물은 선교사의 사택으로 쓰였다.

그러나 양림동 내 주요 관광지가 될 수 있었던 드라마 세트장은 모두 철거돼 방문객의 발걸음을 돌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촬영 당시만해도 게스트하우스 주변에는 철문과 벽돌 굴다리, 벽돌 옥상 등 세트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만 남아 있다.

가설건축물 벽돌 굴다리는 지난해 7월 설치됐지만 광주시의 심의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9월13일 철거됐다.

이후 제작사 측이 9월27일 가설 건축물 축조신고를 해 재설치하게 됐다. 해당 건축물은 안전문제가 아닌 관리비용 등을 이유로 올해 2월 전면 철거됐다.

광주에 사는 프랑스인 레아모르씨(30·여)는 14일 "프랑스 친구가 광주에 왔는데 이두나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고 해서 촬영지인 양림동에 데려왔다"며 "굴다리가 있었다면 사진을 남길 수 있었을텐데 친구가 많이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두나!' 촬영지 광주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게스트하우스의 모습. 2023.11.13/뉴스1 ⓒ News1 박지현 수습기자

양림동은 20세기 초 선교사들이 학교와 병원 등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근대화가 시작된 곳이다. 양림동 일대에는 이강하미술관, 이장우 가옥, 이이남 스튜디오 등 문화예술 관련 관광지가 밀집해 있다.

평범했던 양림동은 지난 2003년쯤 마을 주민들이 과거에 화재로 타 방치돼 있던 빈집을 치우고 버려져 있던 1970~1980년대 물건들을 골목길에 독특하게 전시(정크아트)하는 일상이 알려지며 관광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릎이 불편한 어르신이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펭귄 같다고 해 '양림펭귄마을'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이후엔 마을로 유명 카페와 음식점 등이 자리를 잡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광주의 대표 관광지가 됐다.

광주 남구는 여기에 역사문화마을을 조성하고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약 200억원을 투입했으며, 이후에도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꾸준히 예산을 투입해오고 있다.

반면 양림역사문화마을의 관광객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1만1466명에서 올해 10월 기준 9107명으로, 2300명 가량 감소했다.

남구 관계자는 "넷플릭스 제작사 측이 가설 건축물 허가를 받은 것은 올해 2월까지였다. 철거 여부 등을 제작사 측에 문의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며 "이후 3월에 현장에 나가보니 모두 철거돼 있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두나!' 촬영지 광주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게스트하우스 인근의 모습. 현재는 핵심 장면이 연출된 굴다리 세트장 등이 철거됐다. 2023.11.13/뉴스1 ⓒ News1 박지현 수습기자

이에 대해 양림동에 사는 최현숙씨(47·여)는 "전북 고창에 있는 메밀밭 등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알려진 이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 됐다"며 "관광 마케팅과 연계했다면 관광객도 많이 찾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창출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코로나19 이후로 양림동을 찾는 방문객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는 예산을 들여서라도 주요 드라마 촬영지를 알리고 관광객 늘리기에 힘을 쓰는데 광주 지자체는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상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철거해야 하지만 단순 유지보수 비용이 문제였다면 제작사와의 협의를 통해 충분히 존치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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