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38> 스키타이에서 만추리안까지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23. 11.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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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민족들 중 가장 허망하게 사라져 없어진 민족은? 스키타이 돌궐 흉노 선비 위구르 거란 몽골 여진(만주).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중앙 유라시아 유목 민족들이다.

중앙 유라시아 지배 권력은 서쪽 스키타이에서 동쪽 만주족으로 점차 옮겨진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동북 3성인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지린성(吉林省) 랴오닝성(遼寧省)에 사는 여진-만주족이 민족 정체성을 내세워 또 재기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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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민족들 중 가장 허망하게 사라져 없어진 민족은? 스키타이 돌궐 흉노 선비 위구르 거란 몽골 여진(만주)….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중앙 유라시아 유목 민족들이다. 이들이 살았던 곳은 나무도 없이 짧은 풀만 자라는 스텝(steppe) 지대다. 동유럽 흑해 북부에서 동아시아 연해주까지 동서 가로 횡으로 길게 늘어선 대초원이다. 중앙 유라시아 지배 권력은 서쪽 스키타이에서 동쪽 만주족으로 점차 옮겨진다.

중앙 유라시아 초원에 살던 스키타이부터 만추리안까지


스키타이(Scythia)는 세계사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유목족이다. BC 8세기에서 2세기까지 폰토스로 불리는 흑해 북부와 카스피해 동북부인 폰틱 카스피해 대초원에서 살던 유목민이었다. 마차가 아니라 말 위에 앉아 기동력 있게 싸운 최초의 기마 민족이었다. 이들 스키타이는 동쪽으로 이주했다.

동쪽 초원에 살던 유목민들은 스키타이에게 합방되거나 동화되었다. 이에 흉노족이 발흥했다. 드센 흉노족도 약해졌다. 이후 선비족이 북방 패권을 차지했다. 선비족은 위-촉-오 삼국시대 이후 혼란했던 5호16국 시대를 통일하며 북조 시대를 열었다. 선비족도 돌궐족이 들어서자 시들해졌다. 돌궐족은 중앙 유라시아 대제국을 이루었다. 위구르족도 한때 한자리 차지했다. 이후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가 패권을 차지했다. 이후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가 강성했다. 이후 몽골족이 중원의 패권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여진족이 재기했다. 이름을 만주족이라 바꾸며 1636년 청나라를 건국했다. 만주족의 청제국은 1911년 신해혁명으로 사라졌다. 1932년 일본 관동군은 만주족 땅에 만주국을 세웠다. 1945년 일본패망 후 만주국이 사라지자 만주족도 사라졌다. 언어 사회 문화 다 없어졌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그 몰락을 공고화시켰다.


민족이란 단지 혈통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로 권력 향배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게 민족이다. 그토록 싸웠던 백제와 신라 민족이 지금 한민족이듯이…. 특히나 유달리 복잡다단한 역사가 있는 중앙 유라시아 북방 유목 민족들한테 민족은 더욱 느슨한 개념이다. 하지만 여진(만주)족은 헐렁한 민족 개념마저도 없어졌다. 책에 알량한 이름만 달랑 남았다. 스키타이는 우크라이나 등의 국가를, 흉노는 훈족의 나라인 헝가리를, 위구르는 위구르자치구라는 지역을, 돌궐은 튀르키예 등 수많은 국가들을, 몽골은 몽골리아라는 나라와 내몽골자치구라는 지역을 남겼다. 잠시 강성했던 거란족은 남긴 게 없어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그토록 강력하며 광활했던 청나라를 300여 년간 지배했던 여진(만주)족이 완전 사라져 아예 없어진 건 참 이상하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동북 3성인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지린성(吉林省) 랴오닝성(遼寧省)에 사는 여진-만주족이 민족 정체성을 내세워 또 재기할지 모른다. 여진족의 금나라가 망하고 400여 년 후 만주족이라 이름을 바꾸어 후금(後金)을 세우고 곧바로 청나라를 세웠듯이…. 언젠가 만주족인 만추리안(Manchurian)은 후청(後淸)이라 칭한 다음 만주(滿洲)나 만국(滿國)이라는 국가를 또 세울지 모른다. 어디로 튈는지? 역사의 흐름은 개구리나 메뚜기 튀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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