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챗GPT시대에 뭐하러 영어를 배우냐고요?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11. 1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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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W영어학원 원장
“외국인만 보면 몸이 굳어버리는 영어울렁증, 자식한테까지 물려줄 순 없으니까요.”

“영어를 잘했다면 다른 인생을 살았을 텐데, 이루지 못한 제 꿈을 아이가 이뤄주었으면 해요.”

30년 가까이 영어를 가르치면서 수도 없이 들어온 이야기들이다. 한글도 떼지 못한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한풀이하듯 좋다는 영어 학원을 알아본다. 우리 애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능숙하다며 대견하고 뿌듯해하는 부모들도 많다.

이게 정말 자랑스러워할 일일까.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는 한글의 70% 이상이 한자어이다. 그런데 아주 일상적인 단어 뜻조차 몰라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크게 늘었다.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심심한 사과’, ‘고지식’, ‘금일’ 등을 이해하지 못해 동문서답을 한다. 우리 사회의 문해력이 얼마나 많이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다.

지금 대치동 학원가에는 ‘문해력 열풍’이 불고 있다. 오늘날 가장 민감한 교육 이슈라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방금 읽고 덮은 책의 내용을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하는 학생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읽을 줄은 알지만 글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핵심을 요약할 수 없으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

필자가 생각하는 초중고 문해력 저하의 문제는 따로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평생 갈고 닦아야 할 핵심 역량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음성적 읽기’를 넘어 ‘의미적 읽기’가 수행될 때, 비로소 조직과 인간관계의 소통 공감 능력이 키워진다. 학창 시절에 이런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사회로 던져지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디지털 AI 시대의 문해력은 더 수준 높은 역량을 요구한다. 글을 읽고 쓰는 것에서 나아가, 지식과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해 새로운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고도의 지적 활동이어서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문해력은 그 어느 때보다, 그 어떤 역량보다 중요하다. 단순한 문제풀이나 지식 습득 차원이 아닌, 영어를 문제 해결 수단으로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융합 인재로 키우는 교육이 절실한 때다.

학생들은 반문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앱이 순식간에 번역과 통역까지 해주는 시대에 굳이 영어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필자는 “영어 능력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대답해준다. 디지털 시대 AI 기술 발전은 언어학습을 보조해줄 좋은 수단은 될 수 있지만, AI 시대를 이끌어가는 인재를 키워줄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악기도 저절로 훌륭한 연주자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과 같다.

최근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의 데모데이를 보고 느낀 바가 많았다. AI 번역은 머지않은 미래에 전세계 언어를 번역해줄 것이다. 뭘로? 영어로.

연초 ‘혁명’이라며 떠들썩했던 챗GPT는 1년새 무섭게 진화했다. 우리 아이들은 아마 1년 전 배운 지식이 쓸모없어지는 세상을 살게 될 것 같다. 1년이 무언가? 한 달일지 모르고 일주일, 어쩌면 하루일지 모른다.

필자가 영어적 역량으로는 훨씬 뛰어날 ‘AI 영어튜터’에게 주눅들지 않는 이유다. AI는 ‘대화 기술’은 가르쳐줄 수 있어도 ‘문해력’은 키워줄 수 없다.

챗GPT를 지배할 것인가, 챗GPT에 지배당할 것인가. 이 극명한 차이는 결국 문해력에 달렸다.

이제 상위 1% 인재를 키우려면 종이신문을 읽히고 종이 책을 쥐어줘야 할 것 같다. 에이, 요즘 그런 사람이 몇이나 있느냐고? 거의 없다. 그러니까 그들이 상위 1%인 것이다. [김정민 W영어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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