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도움으로 도망친 ‘계곡 살인’ 이은해·조현수…대법 “도피교사 처벌 불가”

조성진 기자 2023. 11. 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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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은해(32)·조현수(31)가 주변에 지인들에게 도피 행각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행위를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 씨와 조 씨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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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해(왼쪽)·조현수 씨가 지난해 4월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계곡 살인’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은해(32)·조현수(31)가 주변에 지인들에게 도피 행각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행위를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 씨와 조 씨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이 씨와 조 씨는 지난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 씨의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물에 빠지게 해 살해한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이 씨와 조 씨가 2021년 12월 13일 검찰의 1차 조사를 마친 뒤 같은 날 지인들에게 은닉처와 도피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해 자신들의 도피를 교사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둘은 잠적해 약 4개월간 도망 다니다 지난해 4월 16일 경기 고양시에서 검거됐다.

판례에 따라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자신의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도피도 일종의 방어권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타인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하는 등 방어권을 남용한 사정이 있다면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

1·2심 법원은 "120일 넘는 도피 생활은 통상적인 도피 행위와는 다르다"며 두 사람이 피의자로서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상적 도피의 범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증거가 발견된 시기에 도피했다거나 도피 생활이 120일간 지속됐다는 것,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던 것, 변호인을 선임하려고 했다는 것, 일부 물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 등은 통상적인 도피행위 범주에 포함된다"며 "(도피를 도운) 행위자들은 친분 때문에 도와준 것으로 보이고 조직적인 범죄단체를 갖추고 있다거나 도피를 위한 인적, 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러한 사정만으로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해를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판결에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도피를 도운 2명도 재판에 넘겼다. 올해 6월 2심에서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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