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학폭 조치· 초고속 사표 수리, 김승희 비서관 자녀 학폭 의혹

문상현 기자 2023. 11. 13.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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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일정과 의전을 책임지는 김승희 의전비서관이 사퇴했다. 초등생 자녀의 학폭 의혹이 국회 국감에서 불거진 당일이었다. 야당은 감찰 조사를 피하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반발했다.
3월24일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왼쪽).ⓒ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방과후 수업을 마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언니가 선물 줄게’라고 하며 2학년 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갔다. 화장실 칸을 일일이 확인한 3학년 학생은 2학년 학생을 화장실 칸에 들여보내 변기 뚜껑을 내리고 앉혔다. 두 손은 뒤로 하고 눈을 감게 한 뒤, 10차례 리코더와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을 때렸다. 만 일곱 살밖에 안 된 학생에게 이 상황이 얼마나 공포스러웠겠는가. 사진을 공개할 순 없지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심각한 폭행이 자행됐다.”

10월20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경기도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사건을 공개했다. 피해 학생(2학년)은 전치 9주 진단을 받았고, 가해 학생은 반을 옮겼지만 학교에 그대로 다닌다고 밝혔다. 김영호 의원은 이 사건에서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에 대한 실효성 없는 조치, 소극적인 학교와 교육 당국, 그리고 사건이 불거진 지 석 달이 넘도록 사과하지 않은 가해 학생 측 등이다.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무마됐다는 주장이었다. 김 의원은 그 배경으로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인 가해 학생의 아버지를 지목했다. 대통령 부부의 일정과 의전을 담당하던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었다.

김승희 전 의전비서관은 김건희 여사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벤트 대행 회사 대표였던 그는 김 여사와 2009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 30기에 함께 등록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2021년 상반기부터 각종 행사와 활동에 관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당시에는 캠프에서 언론·홍보·상근 특보라는 직함 세 개를 가졌다. 당시 캠프 상황실장을 맡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호흡을 맞췄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이후부터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홍보본부 기획단장을 맡았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대통령실에 합류해 김건희 여사 의전을 총괄했다. 지난 4월 대통령실 외교안보 핵심 라인인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이 경질된 직후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외교안보 라인 경질과 교체 배경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승희 의전비서관 승진을 두고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과 김건희 여사 측근 사이 알력 다툼이 있었다는 뒷말이 한동안 대통령실 안팎을 맴돌기도 했다(〈시사IN〉 제813호 ‘외교 사령탑 교체 속 드러난 대통령실 난맥상’ 기사 참조).

사후 조치 적절했나

〈시사IN〉 취재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A교육지원청 학폭위에 접수된 김승희 전 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은 7월10일 한 차례, 7월17일 두 차례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피해 학생은 7월10일과 17일에 각각 한 번씩 2회에 걸쳐 학교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19일 학교장은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에게 출석정지를 통보했다. 이후 9월21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렸다. 학폭위는 가해 학생에 대해 10월5일 출석정지(10일), 학급 교체 처분을 했다.

피해 학생 측은 학교폭력 사건 직후 학교 측과 학폭위 등에 가해 학생의 강제 전학 등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학폭위 심의 결과는 그보다 한 단계 수위가 낮은 학급 교체 처분이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은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김승희 전 비서관의 자녀 사건을 심의한 학폭위는 5개 지표(각 0~4점 부여)에서 △고의성(3점) △심각성(4점) △지속성(1점) △반성 정도(3점) △화해 정도(4점)에 따라 총점 15점을 주고 학급 교체를 처분했다. 16점 이상이면 강제 전학이다.

상습 폭행인지를 평가하는 ‘지속성’ 부문에서 최하점에 가까운 1점이 부과된 점이 특히 논란이 되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시사IN〉과 한 통화에서 “지속성 점수 평가는 신고 접수 이후 같은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 신고된 내용의 지속 기간, 횟수 등이 고려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폭행이 1주일 간격(7월10일, 17일)으로 벌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방과후 수업은 1주일에 한 번 열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2회 연속으로 만날 때마다 폭행이 일어났다. 상습성에 낮은 점수가 부과된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19일 김승희 전 의전비서관 배우자가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린 것으로 알려진 사진. ⓒ공동취재

또 김승희 전 비서관 자녀는 학교장 긴급조치로 사건 직후 출석이 정지돼 최근까지도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학교 측에는 홈스쿨링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9월 열린 학폭위는 신고 이후 가해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폭력을 더 이상 저지르지 않았다며 지속성 평가에 반영한 셈이다.

가해자 어머니인 김승희 전 비서관 배우자가 사건 이후 취한 행동도 문제가 됐다. 김 전 비서관 배우자는 학폭위를 앞두고 학교에 제출한 진술서에 자녀의 폭행을 ‘사랑의 매’라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학폭위 심의 당시 위원들이 묻자, 김 전 비서관 배우자 본인이 직접 적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7월19일에는 김 전 비서관 배우자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교체됐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김승희 전 비서관이 함께 서 있는 사진이었다. 김 전 비서관 배우자가 사진을 바꾼 이날은 학교장이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에게 출석정지를 내린 날이었다.

학급 교체 처분 자체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폭위가 가해 학생은 3학년, 피해 학생은 2학년으로 학년이 다른 점을 간과하고 행정적으로만 접근했다는 취지다. 김승희 전 비서관 측이 최근까지 피해 학생 측에 사과했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 측이 사과 의사는 밝혔지만 출석정지에 따른 접근 금지 등으로 직접 사과를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10월26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이 문제가 재차 언급되자, 학폭위 결정이 내려진 이상 현재로선 강제 전학으로 처분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육부에서 발간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을 보면, 한번 학폭위에서 결정된 사안에 불복해 다시 학폭위를 열 수는 없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 이의가 있으면, 90일 안에 시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행정심판에서 피해 학생 측 입장이 반영되면 학폭위에서 내려진 처분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행정 심판에서 피해 학생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20% 안팎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11월13일 〈시사IN〉과 통화에서 “아직까지 피해 학생 측이 행정 심판을 청구하지 않았다. 향후 피해 학생 측에서 심판을 청구한다면 절차에 따라 신속히 처리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김승희 전 비서관 자녀 학폭 문제가 제기된 10월20일 오후 2시25분께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었다. 김 전 비서관을 10월21일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단에서 배제했다. 또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김 전 비서관이 고위공직자로서 직위를 부당하게 남용했는지, 처신이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감장에서 의혹이 제기된 지 약 3시간20분 만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점심 직전 사안을 확인하고 대략적인 경위를 파악해 점심 직후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오후 6시 추가 브리핑을 열고 “김승희 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했고, 즉각 수리됐다”라고 밝혔다. 의혹이 제기된 지 약 7시간 만에 공직기강 조사 착수부터 사표 수리까지 이뤄진 것이다.

10월20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승희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을 공개했다.ⓒ연합뉴스

대통령실 안팎에선 이전까지와 다른, ‘빠른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 또는 후보자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후폭풍이 거셌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면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서 벌어질 핵심 참모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표 수리되면서 감찰 조사 중단

다만 문제제기 당일 사표까지 수리되면서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 조사는 중단됐다. 일반직 공무원은 감찰 기간 중 사표 제출 시 면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김승희 전 비서관은 별정직 공무원이라 규정이 다르게 적용돼 사표 제출 즉시 수리할 수 있다. 김승희 전 비서관이 사임하면서 대통령실은 더 이상 이 사안에 대응하지 않게 되었다.

피해 학생 측은 10월 말 김승희 전 의전비서관 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 학생 측 법률대리인 황태륜 변호사(법무법인 서린)는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도 검토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려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했다”라고 밝혔다. 소송 목적은 배상이 아닌 피해 학생의 실질적 보호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별도로 10월27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김 전 비서관을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이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장을 낸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는 “학폭 문제가 불거진 후 김 전 비서관 가족의 부적절한 행위로 피해자 가족이 상처를 받았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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