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盲’ 소상공인 돕는 스타트업이 뜬다

안상현 기자 2023. 11. 13.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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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커머스·무인주문 등 각광

“처음엔 티셔츠 한 장 팔기도 어려웠지만, 이젠 하루 최고 매출이 9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방송 실력이 늘었죠.”

경기도 평택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하희숙(55)씨는 본명보다 ‘경수엄마’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실시간 온라인 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에서 쓰는 활동명으로, 방송을 켜면 구독자 8300명이 시청하는 인기 사장님이다. 하씨는 코로나 대유행 당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기자 생존을 위해 온라인 판매에 처음 손을 댔다.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은 나이였지만, 인터넷 방송 중계와 온라인 판매까지 모두 지원하는 모바일 앱의 도움을 받았다. 하씨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든 쇼호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스타트업이 각광받고 있다. 하씨가 온라인 판매 방송용으로 쓰는 앱 ‘그립’은 2019년 2월 출시된 국내 최초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으로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급격히 성장했다. 현재 그립의 앱 누적 설치는 760만건으로 작년 한 해에만 그립에서 2100억원이 거래됐다. 그립을 서비스하는 그립컴퍼니 관계자는 “올 상반기 입점한 신규 판매자가 전년 동기 대비 88% 늘어났다”며 “단순한 화면 구성과 쉬운 입점 절차, 다른 전자상거래 플랫폼보다 적은 판매 수수료율(5.5~8%)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요즘 식당은 ‘테이블 오더’ 도입 삼매경

인건비 부담이 큰 식당 주인을 위한 무인(無人) 설비도 큰 인기다. 서울 충무로 경양식 가게 ‘필동함박’을 운영하는 김일중(36)씨는 지난해 6월부터 가게에 무인 주문 및 결제 지원 기기 ‘테이블 오더’를 도입했다. 스타트업 ‘페이히어’에서 만든 테이블 오더는 테이블마다 설치되는 태블릿 형태 기기로, 주방과 연동되는 메뉴 주문 기능과 카드 결제를 지원한다. 김씨는 “가게를 10평에서 20평 규모로 배 늘렸지만, 이전과 같은 인력 규모로 운영해도 문제가 없을 만큼 효율성이 좋다”며 “직원이 요리와 서빙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점심 결제 건수가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기기 한 대당 월 2만원이면 설치할 수 있다. 테이블 오더 전문 스타트업 ‘티오더’는 누적 설치 태블릿이 12만대에 달한다. 티오더 관계자는 “누적 주문 건수만 1억9000만건 이상으로 누적 결제액은 3조원”이라고 말했다. 티오더는 올해 예상 매출이 600억원으로 전년(220억원)의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소규모 뷰티숍 전문 고객 관리 프로그램도 등장

특정 분야에 특화된 디지털 전환 지원 서비스도 생기고 있다. 가령 ‘콜라보그라운드’라는 스타트업은 속눈썹·네일아트·헤어·피부·왁싱 등 1~2인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미용 가게(뷰티숍)가 많아지자, 이들을 위한 운영 관리 앱 ‘콜라보살롱’을 개발했다. 소규모 뷰티숍 운영자들은 각종 시술을 혼자 도맡아 하다 보니, 예약 관리와 고객 응대 병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콜라보살롱은 네이버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같은 주요 예약 채널과 연동해 자동 안내 메시지로 예약을 받고, 달력에 예약 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월 2만~3만원에 장부 계산은 물론 매출 통계도 내준다. 이달 기준 콜라보살롱에 가입한 뷰티숍만 누적 17만3209곳에 달한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일본, 인도, 동남아, 브라질 등 전 세계 73국에 진출한 결과다. 콜라보그라운드 관계자는 “한국에만 뷰티숍이 약 16만곳 있는데, 이중 5만5581곳이 콜라보살롱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대기업들도 상생 마케팅을 위해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9월 “지난 10년 동안 중소상공인(SME)·창작자 140만명에게 온·오프라인 디지털 전환 교육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교육 거점인 네이버 스퀘어에서만 총 7812회의 교육이 진행됐고 수강생은 32만명에 이른다. 카카오 역시 지난 8월 소상공인연합회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내년부터 5년간 3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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