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

정자연 기자 2023. 11. 1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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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민속 문화... 끊임없는 관심·지원 중요”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이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의 역할과 민속, 지역문화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전통사회가 해체되고 이미 많은 민속문화가 생명력을 잃었지만 단단히 뿌리 박힌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는 수많은 브랜드를 꽃피우고 있다. 가요, 드라마, 음식, 영화, 놀이까지 지금 K-콘텐츠 전반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지역과 그 지역의 문화 소멸이 우려되기도 하는 요즘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64)을 만나 민속과 지역문화, 박물관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대표 민속학자이자 박물관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그는 “민속은 계속 변화하고 현재도 살아 숨 쉰다”며 “지역 민속과 문화의 특징을 찾아내고 드러내는 시도를 이어가야 그 지역 역시 변화하고 살아 숨 쉴 것”이라고 강조했다.

Q. 국립민속박물관의 역할과 정체성을 설명해 달라.

A. 우리나라 민속 분야를 주제로 전시하는 국내 유일한 문화기관이다. 생활, 풍속, 의례, 놀이 등 모든 민속문화를 포괄한다. 한반도에서의 삶, 우리 민족의 삶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이자 과거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K-컬처 원형을 찾는 중요한 소스를 갖고 있는데 파주 개방형 수장고에 유물 17만점, 아카이브로 100만점이 수록됐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브랜드가 된 K-컬처의 뿌리인 한국 민속문화의 가치를 확대하는 역할에도 힘을 쏟고 있다.

Q. 올 2월 ‘국립민속박물관 이전 개관 30주년’을 맞은 데 이어 2030년까지 세종시 이전 완료를 앞두고 있다. 박물관의 미래 성장과 역할, 지역문화 균형 발전 등 여러 고민이 내부에서도 많을 듯한데.

A. 그렇다. 파주시 헤이리예술마을 인근에 개방형 수장고인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가 지난 2021년 문을 열었다. 또 현재 서울 경복궁 내 있는 박물관 본관을 2030년까지 세종시로 이전하는 내용을 정부가 공식 발표해 기초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전 시 국립민속박물관의 역할은 분명 달라져야 한다. 지방엔 쇠퇴 도시가 많다. 박물관이 지방으로 갔을 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화두이고 그 부분에 역할을 해야 한다.

Q. 그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A. 국립민속박물관의 경우 지방 분관을 만들어 ‘컬처 팩토리, 문화공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파주관은 수장고, 영남·호남관은 지방관으로 존재하고 세종은 연구 기능 강화 등 각 관의 기능을 특화 하는 방식으로 존재 및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지방에서 그 지방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뭔지 찾아서 함께 활성화시키는 전략, 그 핵심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연간 200만명이 국립민속박물관을 찾는데 이전 시 이 인원이 확 줄 수밖에 없다.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것과 함께 박물관 자체 생존을 위해 기능과 역할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Q. 21년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일한 후 후학을 양성하다 관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취임 후 가장 주력한 부문은 무엇인가.

A. 조사·연구를 통한 기획 전시다. 민속 문화조사 및 보고서는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총 9종 20권을 발간했다. 코로나 시기라 제한도 많았지만 활발한 현장조사와 연구, 이를 기반으로 한 전시가 이어지도록 노력했다. 현재 기획전시실에서 한중일의 가면과 가면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전 ‘마스크(MASK)-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이 전시 중인데 박물관이 지난 2년간 진행한 조사·연구 내용과 그 성과물을 엮은 학술총서를 바탕으로 기획했다. 지난 5월 조기, 명태, 멸치가 지닌 문화적 의미와 우리 바다가 처한 상황을 조명한 ‘조명치 해양문화전(조명치전)’도 마찬가지다.

또 코로나에 지친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행복 3부작’을 선보였다. 일상 회복과 행복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로 2021년 ‘역병, 일상’, 2022년 ‘그 겨울의 행복’, 올해 마스크전까지 ‘행복 3부작’을 완성했다.

Q. 도깨비와 관련된 민담을 채록하고 연구해 국내 최고의 도깨비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야기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민요 조사를 많이 했다. 전북 부안 위도라는 섬에 가서 소리를 조사하는데 상여소리를 잘 내시던 할아버지를 만나 ‘재미난 이야기 없느냐’고 여쭤봤더니 도깨비한테 끌려갈 뻔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동화책에 나오는 도깨비 이야기와 달랐다. 우리에게 익숙한 도깨비 동화에 나오는 혹부리 영감 얘기는 일제강점기 당시 교과서에 실리며 전파된 일본의 민담이다. 뿔 달리고 철퇴를 든 외양도 일본의 전통 요괴 ‘오니(鬼)’의 모습이다. 한국 도깨비 이야기를 듣고 전라도 신안 등 도깨비가 많이 목격된 갯벌이 발달한 곳에서 조사하면서 한국 도깨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도깨비의 특징은 덩치가 크고 힘이 세며 잘생기고 술과 씨름, 여자를 좋아한다. 이는 조선시대의 남성성이다. 당시 남성들이 선망하던 것을 도깨비에 투사시킨 것이다. 도깨비 이야기는 현대에도 이어진다. 어촌 등에서는 지금도 도깨비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Q. 도깨비 이야기처럼 현재에도 살아 숨 쉬고 변화하는 민속이야기가 궁금하다.

A. 민속은 고루하다는 편견이 많다. 하지만 민속은 계속 변화하고 현재도 살아 숨 쉰다. 도깨비와 학교괴담, 도시괴담, 각종 마을 신앙이 도시에서 전승되고 있다. 다만 그 형태를 변화시키면서 현재와 함께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서울 흑석동에 산신제가 1970년대 후반에 만들어졌다. 왜 도시에 전통을 기반으로 한 산신제가 만들어졌을까. 기존의 믿음의 제의에서 형식의 제의로 바뀌었다. 같이 모이면서 정치 세력화도 하고, 들어온 돈으로 지역 노인들을 관광도 보내 드리는 거다. 마을 동네 사람들과 상호 관계 맺기를 통해 새로운 구성원과 관계를 맺는 형태로 전환이 이뤄졌다. 옛날 방식만 고집하기보다는 현재 사람들이 그것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형태가 필요하다.

Q. K-컬처가 세계적으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원형에 해당하는 민속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지 않나.

A. 사회학이 객관적 수치라면 민속학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의 학문이다. 민속학과도 거의 사라졌고 민속학자들도 줄고 있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우리가 연구해야 할 민속학은 점점 늘고 있다. 도시의 토박이를 몇 년으로 볼지, 어떤 명칭으로 부를지, 아파트에서 관계 맺기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등을 조사 연구하며 민속학은 확장성을 띠고 있다. 민속을 새로운 시각으로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아져야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을 과거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현재진행형, 미래 문화의 원형으로 끄집어내며 변화를 제시한다. 민속은 연령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MZ세대를 타깃으로 꾸며진 야외전시장만 봐도 아시지 않나. 다양한 국적과 연령, 성별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민속을 제대로 즐긴다.

Q. 2022년부터 경기도무형문화재 위원장을 맡고 있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만큼 우려와 기대도 많겠다.

A.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대부분 눈에 보이는 동산문화재만 관심을 둔다는 점이 안타깝다. 전승조교를 키우지 못해 전멸하는 무형문화재도 있다. 경기도무형문화재는 마을공동체 중심의 협심이 강조된 지역적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런 것을 찾아내 경기도만의 특징을 제시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광주 달집태우기, 양평 고창제 등 마을 제의의 본질은 공동체로 하나 묶기다. 요즘 지역마다 축제 많이 하지 않나. 대부분 내 동네와 상관없는 새로운 축제다. 이건 이벤트 업체만 배 불린다. 지역민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지 찾아내야 한다. 올해 전라도, 제주도 마을신앙 조사를 했는데 10년 전과 비교해 40% 소멸됐다. 경기도는 도시화로 소멸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 관심과 지원이 없으면 소멸된다.

Q. 민속문화, 박물관 전문가로 평생 이 분야 발전에 연구하고 힘을 쏟았다. 지역에서 박물관의 역할을 정의한다면.

A. 일부 지역 박물관들은 홍보관 같은 개념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 지역 박물관은 지역문화 콘텐츠가 무엇인지 찾아내 온전하게 알려주고 그 정체성이 이어지도록 조사, 연구, 전시, 교육해야 한다. 유적, 유물만 따지는 게 아니라 그 지역민의 삶이 무엇인지를 드러내야 한다. 지역문화의 특징을 드러내는 시도를 이어가야 그 지역의 문화가 무엇인지, 또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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