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황제 나훈아의 “울엄마 생각나게 하는” ‘홍시’의 추억…감나무[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11. 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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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는 일년내내 간식거리· 기쁨주는 우리 민족의 ‘반려나무’
상주 곶감 ‘둥시’,씨가 없는 청도 ‘반시’, 진영단감, 하동 악양면과 영암의 대봉감
감 많이 먹으면 ‘똥구멍 메인다’…홍시 떫은감 하루 5개 이상 먹으면 ‘탄닌’으로 변비 확률
감 꼭지 부분은 ‘시체(枾체)’로 한방에서 기 통하게 해,감꼭지 끓인 물 딸꾹질 멈춰
음식 궁합상 간장게장 등 게 종류와 같이 먹으면 설사 일으킨다는 설도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초겨울 감이 떨어진 후에도 장독대 감나무 잎은 햇살을 받아 단풍이 곱게 물들어 운치를 더한다. 2021년 11월 7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 고향집에서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눈이오면 눈맞을 세라 비가 오면 비젖을 세라/험한 세상 넘어질 세라 사랑 땜에 울먹일 세라/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회초리 치고 돌아 앉아 우시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바람 불면 감기들 세라 안먹어서 약해 질 세라/힘든 세상 뒤쳐질 세라 사랑 땜에 아파 할 세라/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도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

올해 ‘사망설’ 가짜뉴스로 가슴을 철렁이게 했지만 여전히 건재해 감동을 안겨주는 ‘불멸의 트롯 황제’ 나훈아의 절창 ‘홍시’다. 심금을 울리는 이 ‘홍시’ 가사 대로, 중년층 이상 세대에게 감나무는 장독대 감나무 밑에서 감떨어지길 기다리며 어머니와 함께 한 유년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한다. 생전의 어머니는 객지에 나간 자식들을 위해 초겨울이면 대봉을 한 박스씩 보내셨다. 어른이 돼서도 베란다 햇볕에 발갛게 익은 홍시를 숟가락으로 파먹으며 엄마 생각 나게 한 그 추억의 홍시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반시로 유명한 경북 청도의 비구니 사찰 운문사 입구에서 감을 따는 비구니스님들. 2005년 10월 6일 촬영

감나무는 이른 싱그러운 새싹, 여름의 특이하게 생긴 꽃과 두터운 잎의 녹음, 담홍색 열매, 총천연색 단풍이 곱게 든 잎, 겨울 눈내린 나목의 실루엣까지 일년내내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기쁨의 나무’다.

우리 민족에게는 그 어느 나무보다 친숙하다. 시골 집집마다 한두 그루 정도는 심고 지낸 ‘반려 나무’이기도 하다 . 요긴한 간식거리는 물론이고 배고픈 시절, 허기를 달래주는 먹거리였다. 시골 아이들은 감나무 한 그루에서 보리 이삭이 익어가는 초여름이면 감꽃은 시골아이들의 놀이감이었다. 남자 아이들은 제기차기, 여자아이들은 목걸이를 만들어 놀았다. 추석이 가까워질 무렵 땡감들이 후두둑 땅에 떨어지면 그걸 주워 항아리 소금물에 담가 놓으면 떫은 맛이 사라진다.덜 익은 감(땡감)은 소금물이나 빈 술통 등에 담가서 떫은맛을 빼낼 수 있다. 이 과정을 ‘침(沈)담근다’고 하며, 학술 용어로는 ‘탈삽 과정’이라 한다. 늦가을에는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린 감을 수확해 곶감을 만들기도 한다.

여름에 핀 감꽃. 서울 안산. 2022년 6월1일

감의 작황은 개화와 수정이 이뤄지는 초여름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결실 이후에는 강수량에 따라 씨알의 크기와 당도가 결정된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감의 품종은 대략 3가지다.

익으면 말랑말랑해지는 ‘홍시’. 일명 연시라고도 한다. 땡감을 개량해 달달하고 아삭아삭한 ‘단감’. 곶감 만들기에 적합한 ‘건시’ 등이 있다. 여기에 각 지방 특산의 품종들이 추가된다. 길쭉한 상주 곶감의 ‘둥시’. 납작하고 씨가 없는 청도의 ‘반시’등의 그것이다.

김해시 진영읍의 진영 단감이, 하동군 악양면과 영암의 대봉감, 상주· 산청· 함양· 영동의 곶감, 청도 반시가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돼 있다. 지리적 표시제에 등재되진 않았지만 전국 단감 최대 생산지는 진영과 맞닿아있는 창원시다. 홍시, 곶감의 원재료인 붕시의 최대 생산지는 경북 상주시다. 창원은 지리적으로 보면 폐쇄적인 편에 속하기에 의창구 북면에서 많이 생산되는 단감을 옆동네 진영으로 가져가서 많이 팔았고 그래서 진영이 단감으로 유명해지게 됐다. 하지만 생산량 그 자체는 창원이 훨씬 많다고 한다.

북한강변 경기 양평군 한옥레스토랑 고당 뒤뜰의 감나무. 11월2일 촬영

도톰하고 반질반질한 잎 모양에서 보듯 감나무는 원래 남부지방 수종이다. 추위에 약해 주로 대전 이남지역에서 재배해왔지만 추위에 강한 개량 품종들이 생기면서 서울 경기와 강원도에서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이 됐다. 하지만 감의 주산지는 지리산 기슭의 진영과 산청이다. 특히 진영 단감은 브랜드화에 성공해 농가의 주요 소득원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기원은 우리나라 신생대 제3기 지층에서 감나무 화석이 발견됐다고 한다. 인류가 한반도에 출현하기 이전부터 감나무가 자생한 셈이다. 최신 영어 논문에서는 중국 산둥성 점신세 중기인 2500만년 전에 퇴적된 지층에서 야생감 잎 화석이 발견된 것이 최초라고 한다.

서구권에서는 그다지 감을 많이 먹지 않는다. 열대성 감인 검은감과 털감, 골드애플 등등이 동아시아의 감보다 맛이 훨씬 떨어진다. 유럽에는 알이 훨씬 작은 감 집안의 고욤나무 밖에 없다.미국에는 ‘미국감나무(Diospyros virginiana)’가 있긴 하지만 알이 작은 편이다.

감나무 잎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2021년 11월 7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 시골집에서

곶감이나 홍시는 단감 품종이 아닌 떫은감 품종으로 만들며, 섬유질이 좀 더 많아 곶감에 특화한 품종인 둥시(먹시, 먹감), 감의 크기가 크고 후숙이 용이해 홍시에 특화한 품종인 ‘대봉(하지아, 하초감)’ 등이 따로 있다.

감을 깎아 말린 것을 가루내어 넣은 떡인 석탄병도 있다. 잘 익은 홍시나 연시는 셔벗처럼 얼려서 갈아먹는 방식으로 한식당 후식에 자주 올라오기도 하는데, 이건 옛날부터 겨울에 즐겨먹던 방식을 서양식으로 개량한 것이다. 통째로 얼려서 감자칼로 껍질만 벗겨 먹어도 좋다.

감의 꼭지 부분은 ‘시체(枾체)’라고 하며 한약재로 쓴다. 기가 막혀있거나 잘 통하지 않으면 이를 잘 통하게 한다고 하여 이기약(理氣藥)의 범주에 속한다. 물론 감꼭지에게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약효는 미미한 수준이니, 자주 쓰이는 약재는 아니다. 보통 유용하게 활용되는 약효는 간단한 민간요법 수준인데, 딸꾹질이 멈추지 않을 때 이 감꼭지를 끓인 물을 마시면 딸꾹질이 멈춘다고 한다.

북한강변 경기 양평군 한옥레스토랑 고당의 뒤뜰 장독대 옆 감나무. 11월2일

홍시를 너무 많이 먹어 변비로 힘들어하는 손주 녀석이 안쓰러워 할머니는 볼기짝을 때리면서 꼬챙이로 후벼파는 정겨운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홍시나 곶감은 대부분 떫은감 품종의 감으로 만들기 때문에 홍시나 곶감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양의 탄닌을 섭취하게 되는데, 탄닌의 경우 과다 섭취하면 소화를 할 수 없을 뿐더러 변비에 걸리게 된다. 탄닌은 대장에 체류하면서 주변의 수분을 흡수해 변을 딱딱하게 하여 변비를 부르기 때문이다. 하루에 1~2개 정도는 괜찮으나 5~10개씩 먹어대면 변비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달다고 마구 먹다가 소화불량으로 고생한다는 뜻. 감을 많이 먹으면 똥구멍이 메인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왔다. 감이 맛있다고 너무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많이 먹을 거라면 정말 잘 익은 단감은 괜찮다.

음식 궁합상 꽃게 등 게 종류와 같이 먹으면 안된다는 주장이 있다. 한의학에선 이 둘을 같이 먹으면 설사를 일으킨다고 하며, 간장게장하고 궁합이 매우 나쁘다고 한다. 한 예로 조선의 경종도 생감과 간장게장을 먹고 죽었다는 설이 있긴 하다. 게와 감을 같이 먹었다가 설사를 심하게 해서 그렇지 않아도 약한 몸에 타격을 입어 사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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