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주민이 묻는다 ‘서울시 되면 교통난 해결되나’

류석우 기자 2023. 11. 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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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김포시장은 “10~11개월 준비했다”지만 시민단체는 “이명박표 뉴타운 공약의 데자뷔” 비판
2023년 11월7일 경기도 김포시 장기본동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 주민이 김병수 김포시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류석우 기자

“지금 김포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교통이다. 시민들은 5호선 관련해서 실질적으로 언제 추진될지 기대하고 있다. 5호선만 먼저 해결된다면 서울 편입이나 이런 건 자연적으로 동의를 얻으리라 생각한다.”(김포시 장기동 아파트 입주자대표 ㄱ씨)
“최근 이슈화된 서울 편입은 개인적으로 환영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교통이다.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어젠다도 중요하지만 1순위는 5호선 발표가 빨리 되는 것이 주민들의 숙원이고 바람이다.”(김포시 장기동 아파트 입주자대표 ㄴ씨)

2023년 11월7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본동행정복지센터에서 장기동·장기본동 아파트 입주자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김포시가 서울 편입 계획을 발표한 뒤 처음으로 김병수 김포시장이 주민들과 만난 자리였다. 참가 제한을 두지 않았기에 일반 주민이나 다른 동에 거주하는 김포시민까지 대거 몰렸다. 이날 장기본동행정복지센터 3층 대회의실에는 약 60개의 의자가 준비됐지만, 간담회 시작 전부터 이미 자리는 가득 찼다. 저녁 7시30분 간담회가 시작하자 회의실 입구부터 너머 복도까지 서서 지켜볼 정도였다.

예정 시각을 훌쩍 넘겨 진행된 간담회

단상에 오른 김 시장은 약 30분 동안 서울 편입과 김포시 주요 정책 등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사실 (간담회의) 주된 목적이 서울 편입 문제가 아니라 시정 관련 설명”이라면서도 대부분의 발표 시간을 김포시가 왜 서울로 편입돼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에 할애했다. 김 시장은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지금껏 변방 취급을 받았지만 김포가 해양도시 서울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며 “교통과 문화 등의 인프라도 서울과 공유하기 때문에 서울시민을 위해 서울시가 교통 (인프라를) 까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서울시도 “1천만 인구를 회복할 수 있고, 서해안에 항구를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시장은 지금 시점에 서울 편입을 들고나온 이유에 대해선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주민투표가 의뢰됐기 때문”이라며 “(김포가) 경기북도로 가든 경기남도로 가든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재편되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서 서울 편입을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11개월 동안 계속 서울 편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왔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시장의 설명이 끝나자 주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애초 간담회는 밤 9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종료 시각을 훌쩍 넘겨 9시50분쯤에야 끝났다. 김포시, 장기동·장기본동 관련 현안에 대한 질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교통 문제와 관련돼 있었다. 주민들의 질문에는 서울 편입에 대한 우려와 기대보다도 오랫동안 고통을 겪는 교통 문제의 해결책을 원하는 간절함이 있었다. 서울 편입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스스로를 30대 김포시민이라고만 밝힌 ㄷ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장기동에서 직장을 다녔는데 대중교통이 굉장히 열악합니다. 서울로 가면 우리가 원하는 5호선, GTX 광역교통망 등을 최단시간에 다 해줄 수 있나요? 빚도 많고 큰돈 들어갈 게 많은 김포가 서울 밑으로 들어가면 서울시가 얼마나 잘해줄까요? 막말로 서울시가 못하겠다고 하면 끝이 아닙니까?”

<한겨레21>이 만난 김포시민들도 지지하는 정당과 주거 형태와 관계없이 입 모아 교통 문제를 언급했다. 김포 고촌읍에서 거주하는 김아무개(36)씨는 서울 편입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에 젖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며 “교통 인프라부터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포 양촌읍의 행복주택에서 살다가 3년 전 고촌읍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신혼집을 꾸렸다. 김씨는 “(김포골드라인은) 지옥철이라 못 탄다. 그래도 탈 사람은 타는데 에스컬레이터까지 줄을 서 있다. 이상한 한강버스 이런 거 말고 실질적인 교통 대책이 시급하다”며 “서울로 편입되면 교통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지만, (오히려) 논의 과정이 늘어나는 것 같다. 교통 대책부터 먼저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호선 먼저 준비” 시민 달래는 시장

단순히 지하철만 문제가 아니다. 김포 풍무동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김유진(32)씨는 서울로 향하는 도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풍무동에서 매일 자차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한다. “지금 검단이랑 (김포랑) 서울로 나가는 동선이 같다보니 올림픽대로 가는 길이 매번 꽉 막힌다. 검단 쪽에서 올림픽대로로 나가는 도로를 뚫는 게 우선이다.” 김씨는 “물론 김포시민 처지에선 서울 편입이 되면 좋겠지만, 그럼 서울 인근의 광명이나 하남 이런 쪽도 당연히 (서울 편입)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가뜩이나 지방 살리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김포만 편입하는 식으로 해서 감정을 부추기면 다른 지역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 들겠느냐”고도 지적했다.

서울로 향하는 교통보다 김포 안에서의 이동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포 운양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강아무개(28)씨는 “서울로 나가는 건 쉬운데 김포 내에서 이동하는 게 어렵다”며 “김포 내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20대 초에 서울에도 거주해봤는데 서울보다는 경기가 청년복지제도가 더 좋았다. 서울 편입보다는 경기에 있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포 방면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논의는 2017년부터 이어졌다. 5호선 종점에 있는 방화차량기지와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지만, 2022년 11월 김포시가 건폐장 이전을 받아들이면서 서울시는 김포시와 서울 강서구와 함께 ‘서울 5호선 김포 연장(방화역~김포)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만 5호선 연장 세부 노선에 대해서는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김포시 등이 추가 협의를 하는 상태다.

김 시장은 간담회에서 “서울 편입의 문제보다는 5호선을 먼저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민들을 달랬다. “5호선은 지금 노선 확정만 남았고, 인천시와 계속 협의 중이다. 거의 종착점에 다 온 것 같다. 빠르면 이달(11월) 말이나 다음달(12월) 초까지는 끝낼 것이라고 본다.” 서울 편입에 대해서도 “한 2~3년 계획을 잡고 천천히 준비하려고 했는데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당장 내년부터 하겠다고 해서 급하게 준비한 것”이라며 “여의도에서 말하는 프레임과 저희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2023년 11월7일 경기도 김포시청 앞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류석우 기자

“김포시 서울 편입 찬반 투표에 시장직 걸어라”

11월7일 김병수 시장이 장기본동에서 주민들을 만나기 약 8시간 전, 김포시청 앞에서 또 다른 주민들이 모였다. “김포는 김포다. 김병수 시장과 국민의힘은 김포를 팔아먹기 위한 혹세무민을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서울 편입을 얘기하기 전에 당장 김포시민들의 고통 해소를 위한 5호선 노선 확정과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우선 해야 한다.” 김포 지역 시민단체 ‘시민의힘’ 운영위원장 김대훈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메가서울’은 18대 총선에서 재미를 본 이명박표 뉴타운 공약의 데자뷔”라며 “인간의 고삐 풀린 탐욕을 자극해 자본이 지배하는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망국으로 가는 길이다. 김병수 시장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찬반을 주민투표에 부치고 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걸어라”라고 덧붙였다.

김포(경기)=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구리는요? 하남은요?…들썩이는 인근 도시들

2023년 11월8일 ‘서울 편입 추진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한 경기 하남시 감일·위례 주민들. 연합뉴스

김포시를 시작으로 서울에 인접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너도나도 ‘서울 편입’을 외치고 있다. 구리와 광명, 하남, 과천, 성남, 고양 등이 서울 편입 후보지로 거론된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힘에서 곧이어 다른 지역도 검토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다. 국민의힘은 2023년 11월6일 ‘메가시티 서울’ 추진을 논의할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여당에서 서울 인접 도시의 편입을 거론하자 즉각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백경현 구리시장은 11월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구리시가 서울시로 편입되면, 구리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만 해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촉구하는 결의문에 서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돌연 서울 편입을 거론한 것이다. 시장이 포문을 열자 시민들도 보조를 맞췄다. 구리시민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는 11월10일 ‘서울 편입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지자체장이 나서기 전에 시민들이 먼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발대식까지 마친 곳도 있다. 하남시 감일·위례지구 주민 200여 명은 11월8일 서울 편입 추진위원회 출범을 알렸다. 추진위원장을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발대식에서 “하남 위례는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고 감일동도 마찬가지”라며 “경기도 내에서 주민생활권과 행정구역이 일치하지 않는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의 특별위원이다.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이현재 하남시장도 시민들의 움직임에 11월8일 “기본적으로 시민의 의견을 존중해 시민 의견을 따라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무조건적인 서울 편입이 아니라,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시민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차분하게 대응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고양에서는 온라인 시민모임인 ‘일산나침반’을 중심으로 서울 편입 찬성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11월4일에 낸 보도자료를 통해 조만간 ‘서울·고양 메가시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서울·고양 통합 수도권 행정구역 개편의 당위성을 시민에게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산나침반은 2016년 3기 신도시 반대 운동을 벌이며 생긴 모임이다. 고양에 거주하는 김영광(32)씨는 서울 인접 지역의 서울 편입 움직임과 관련해 “총선을 앞둔 여당의 꼼수임이 눈에 잘 보이고 솔직히 실현 가능성도 작다”며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것도 지역 격차가 확대되는 일이다. 고양시를 서울로 편입해준다고 해도 그렇게 좋지 않다”고 말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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